2013년 1월 29일 화요일

다가오는 거시경제정책 최후의 심판, 어떻게 피할 수 있나?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1-28일자 기사 '다가오는 거시경제정책 최후의 심판, 어떻게 피할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거시 경제정책, 재정정책의 실종 대한민국

다가오는 거시경제정책 최후의 심판, 어떻게 피할 수 있나?
한국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에는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른 특징이 있다. 거시 경제정책의 실종이다. 특히 재정정책의 실종이다. 경기조절을 위해 현대 국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정책수단이 재정정책과 통화 정책이다. 그런데 한국은 재정정책은 완전 실종상태에 가깝고, 그나마 통화정책이 아주 약한 숨을 쉬고 있다. 대신 신용정책, 부동산정책, 환율정책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그런데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은 당연히 후유증을 남긴다. 지금 한국 경제가 겪는 고통, 즉 가계부채, 부동산 버블 붕괴, 내수경기침체 등이 바로 그 후유증이다. 더 이상 옛날 방법을 쓸 수가 없다.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경기 조절을 재정정책으로 하기 시작해야 한다.
개별 시장의 움직임을 다루는 미시 경제학에 비해 거시 경제학은 국가 경제의 생산, 실업, 물가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 경기 호황과 불황, 일자리와 실업, 물가, 이자율, 환율 같은 문제는 일반 시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굳이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도 자연스럽게 거시경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시경제학이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막상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경기조절 수단으로 갖고 있는 것은 크게 보아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전부다. 재정정책은 경기가 나빠질 때 정부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낮추어서 투자나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통화정책은 주로 인플레를 조절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해서 소비와 투자를 조정하는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보통은 환율정책을 거시정책의 수단으로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율은 상대방 국가와 자국 통화 사이의 상대적 교환가치 비율이어서 한 나라의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의 서구 국가들은 외환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금리정책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금리정책에 부수되는 결과일 뿐이다.경기 조절을 위해 직접 외환시장에 뛰어드는 나라는 드물다.
이와 같이 경기와 실업 및 인플레 등의 거시 경제 이슈가 일반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거시 경제 조절 수단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기 때문에, 서구국가들에서는 정치권 뿐만이 아니라 언론에서도 항상 정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 대한 논쟁이 주요 주제다. 증세와 감세, 재정적자와 흑자, 이자율 상승과 하락이 허구헌 날 신문의 주요 기사다. 그 중에서도 선거 철이 오면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되는 것이 조세와 재정정책 기조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에게 독립성을 주었기 때문에, 정부 교체를 통해 직접 바꿀 수 있는 것이 조세와 재정지출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세나 재정정책이 선거에서 논란 거리가 안된다. 조세정책이 대통령 선거 이슈로 처음 등장한 것이 2007년 선거였다. 종부세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종부세가 부동산 경기에 미칠 영향 때문이었다. 조세 수입으로는 미미한 액수(2~3조)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조세정책에 대한 논쟁은 전혀 없었다. 재정지출에 관한 논쟁은 아예 없었다. 감세를 하겠다는 이명박의 공약도 선거 이슈로는 부각되지도 않았다. 한국사회에서 그때까지 감세가 중요 이슈로 제기된 적도 없고, 그 당시 유권자들 사이에서 감세정책을 보고 이명박을 뽑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는 바닥을 헤메는데 아무도 현재와 같은 재정정책 기조가 적절한지에 대해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두 후보 모두 주장했지만 증세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러면 재정적자를 일으켜서라도 복지를 늘리겠다고 해야 하는데 그 말도 안했다. 아예 2012년 경기 불황과 2013년 경기에 대한 대책이 아예 거론도 안되고 선거가 끝났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왜 거시경제정책, 특히 재정정책이 선거 기간 중에도 이슈가 되지 않을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한가지 이유는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 사회가 모두 균형재정 도그마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아예 얘기 시작 단계부터 적자재정을 일으키면 크게 잘못인 것처럼 생각한다.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을 "인위적 경기부양"이라고 하여 여야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보수는 물론 진보 언론도 같은 생각이다. 노무현도 인위적 경기부양정책을 쓰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헐! 아니, 인위적 경기부양 말고 다른 경기부양이 있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정치권은 그것을 핑게로 눈을 부리리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최근 박근혜 6조 국채 운운하고 야당이 시비를 걸자 전격적으로 다른 예산을 깎는 것으로 마무리진 것을 보고 있노라면 혀를 찰 수 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거시 경기 조절을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하지 않아온 과거 습관 탓도 크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재정정책을 거시 경기 조절에 동원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으로 경기 조절을 했나?
신용정책, 부동산 정책, 그리고 환율정책으로 했다. 금융권의 대출 관련 규제를 주물러서 대출량 조종을 통해 경기조절을 했다. 그러다가 부실채권이 쌓이면 정부기관이 나서서 부실채권을 사주었다. 또 조금만 경기가 나빠도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모두들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부동산 관련 세제를 수시로 바꾼다. 또 다른 수단은 우리는 수출 밖에 없다고 하면서 외환 시장에 개입해 환율 절하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돌아온 노병 강만수가 들고 나온 것이 환율절하에 의한 수출경기 진작이었다. 한국의 관료는 경기부양을 원하는 정권의 요구에 이 세가지를 번갈아쓰면서 살아왔다.
각 정권 별로 들여다보자. 외환위기를 졸업했다고 선언하자마자 김대중은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다. 분양가를 자율화 했고 당첨된 아파트 전매를 허용했다. 제발 투기해달라고 초청하는 꼴이었다. 노무현 시절 달아올른 부동산 투기 열풍에는 김대중 정권 시절 풀어준 부동산 정책이 한 몫을 했다. 환율은 외환위기로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져 있어서 굳이 대규모로 조작에 나설 필요도 별로 없었다. 김대중정권 기간 중 시작된 외환시장 안정용 국가채무는 2002년 말 20.7조원에 불과했다. 이 돈으로 달라를 사들여서 이자율이 낮는 미국국채에 투자했다. 대신 벤처 붐을 일으키고 신용카드 대출을 급격히 확대했다. 2003년 카드사태가 터지기 전 카드대출 액수가 250조원에 달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정권이 물려준 카드 사태가 잦아지자 2003년 말부터 이헌재가 건설경기 활성화를 들고 나왔다. 균형국토개발을 한다는 핑계로 토지보상금을 100조원 가깝게 뿌렸다. 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달라를 사들여 환율시장에 대규모로 개입했다. 2002년 말 20.7조였던 외환기금용 국가채무가 2007년 말에는 89.7조로 69조가 늘었다. 5년간 국가채무가 총 165.4조원이 늘었는데 그 중 42%를 차지한다. (133.8조에서 299.2조로 증가) 총 165.4조 늘은 것 중 예보채권을 국채로 전환하면서 생긴 국가채무가 52.7조(증가액의 31%)이니, 이를 제외하면 노무현 정부 기간 중 늘어난 국가채무의 2/3가 외환기금용 채무인 셈이다. (69/112.7=62%) 노무현정권 기간 중 재정적자가 평균해서 연간 GDP의 0.4%에 불과했는데도 국가채무가 많이 늘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토지보상금은 토지공사 부채로 잡혀 국가채무에는 안 잡힌다. 땅을 팔아서 원금 환수가 얼마나 되는가가 관건이다.)
이명박은 취임하자마자 환율절하를 추진했고, 꺾이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온갖가지 애를 다 썼다. 외환채무는 2007년말 89.7조에서 2012년말 155.7조로 66조가 늘었다. 노무현 정부 기간 중 증가액 69조와 비슷하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랍시고 스무가지가 넘는 몸부림을 쳤다. 가계대풀도 계속 늘도록 방치했다. 아니 미소금융이니 하면서 더 조장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가계 채무 증가액은 더 크다. 2008년 중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몰아치자 2009년 추가 경정예산을 짜서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조금 잠잠해지자 금방 다시 균형재정기조로 돌아갔다.
이렇게 정통적인 거시정책 수단은 무시하고 불건전한 경기조절 정책을 쓰면 후유증이 남는다. 작금의 한국경제가 바로 그 증거다. 침체하는 내수경기를 빚을 늘려 지탱하려고 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빚을 내서 산 땅과 아파트의 값이 계속 올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비싸져서 새로 살 사람이 없다. 부동산 값이 내려가면서 이제는 빚 갚을 일만 남았다. 심판의 날이 다가온다. 환율을 높혀 수출로 경기 부양을 꾀헀다. 대기업 수출 채산성은 늘었지만,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은 그 덕분에 구조조정을 피하고 버텼다. 이제 환율이 다시 내려가면 또 다른 심판의 날이 다가온다.
지금부터는 과거의 비정통적인 거시정책의 후유증에 시달릴 일만 남았다. 가계부채 문제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신용팽창 정책을 쓰기 어렵다. 부동산 경기는 장기 침체만 남았다. 활성화는 꿈도 못꾼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환율이 절상되고 있다. 시장개입으로 절하를 추진하려면 흐르는 강물에 거슬러 헤엄치기는 것처럼 힘만 들고 중간에 익사하기 쉽다. 그동안 미루어온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생겼다.
정통으로 돌아가자. 아무러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밖에 남은 게 없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거꾸러지는 와중엔 통화정책이 별 힘을 못쓴다. 그러니 재정정책 밖에 남은 게 없다. 다행히 한국의 재정 건전성은 좋다. 금융성채무를 제외하면 GDP의 17%에 불과하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재정적자 걱정하지 말고 과감히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야당은 그런다고 비난하지도 말아야 한다. 배운 것 좀 써먹어보자.

원문 주소 :  http://ageoftransformation.blogspot.kr/2013/01/i.html 본 기사는 저자와 협의하에 사회디자인 연구소에 게재하였습니다.

By 주진형

원문보기 :  www.socialdesign.kr/news/articl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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