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1일 목요일

동탄주민들 “삼성, 불산누출 현장 CCTV 왜 공개 못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30일자 기사 '동탄주민들 “삼성, 불산누출 현장 CCTV 왜 공개 못하나”'를 퍼왔습니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0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정문 앞에서 100m 떨어진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정문 쪽으로 가려다 삼성 직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화성/ 뉴시스

화성공장 사고 불안·분노 확산
설명회서 사고은폐등 따져
“사망사고가 없었다면
삼성, 그냥 넘어갔을 것”
인근 학교들도 방학 늘려

삼성쪽, 진상규명 요구 회견 막고
경찰 자료요구에도 이틀째 묵살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미흡한 초동 대처와 사고 축소·은폐 행위가 알려지면서, 5명의 사상자를 낸 불산 누출 사고 사흘째를 맞고도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져가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옆 동탄새도시 주민들은 30일 저녁 7시께 동탄1동 주민센터에서 채인석 화성시장과 26개 단지 대표자 등 주민 100여명과 삼성전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설명회에서 유출량 축소와 사고 은폐, 늑장 대처를 따졌다.삼성전자 화성공장 김태성 전무는 “주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지만 유출량은 극미량이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주민들은 “그러면 사고 현장을 기록한 폐쇄회로 화면을 왜 공개 못하냐”고 다그쳤다. 이날 설명회는 주민들이 삼성전자에 직접 사고 경위와 안전성 여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 열렸다.동탄1동 입주자대표협의회 이민석(51) 회장은 “삼성전자가 원인 규명과 시스템에 구멍이 난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잘못을 감추고 대책 운운하는 게 말이 되냐. 사망사고가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화성공장과 수백여m 떨어진 ㅍ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ㄱ(65)씨는 “사고에 앞서 우리는 수년간 공장에서 나는 화학약품 냄새 때문에 비염과 피부염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개선을 계속 요구하니까 지난해 이맘때쯤 삼성전자에서 전주민들한테 김선물세트를 돌려 입막음을 하려 했다”며 말했다.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있는 화성시 반월동 해오름유치원은 썰렁하기까지 했다. 유치원은 평소 같으면 원생 330명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시끌시끌했겠지만 1층은 불이 꺼진 채 조용했다. 유치원에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 40명이 나왔으나 교육 활동은 실내로 제한했다. 한 교사는 “내일까지 휴원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500여m 떨어진 자연유치원의 박선희 원장은 “오전에 학부모님이 ‘불안해서 그냥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반경 2.8㎞에 위치한 초중등 학교들에서 1개 학교가 방학을 연기하는 등 불안감은 마찬가지였다. 황병덕 예당초등학교 교장은 “한강유역환경청에 역학조사를 요청했는데 불산이 공장 밖으로 누출이 안 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곧 개학인데 안전한지를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삼성 쪽은 그러나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물리력을 동원해 막아서는가 하면 경찰의 사건 관련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이 오전 11시께 삼성전자 화성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려 했으나 삼성 쪽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안요원 100여명을 동원해 이들을 막아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소방출동·순찰·응급호송 등의 일지를 비롯해 사건 재구성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삼성은 버티다 30일 오후 일부 자료만 제출했다.경찰은 1차로 협력업체 직원 4명의 조사를 마친 데 이어 삼성전자 안전관리팀 부장과 팀장 등 6명을 불러 사건 은폐와 축소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정확한 불산 누출 양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건물 내부에서 포집한 공기와 숨진 작업자의 점퍼, 불산 탱크에 붙어 있던 밸브 등에 대한 정밀 감식을 맡겼으며, 사고 당시 현장 폐쇄회로 녹화 화면을 넘겨받아 정확한 사고 경위를 분석중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이날 전국 검찰청에 유해화학물질 관리·감독 실태를 정밀 점검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합동단속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 사업주에 대해선 구속영장 청구를 원칙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화성/홍용덕 김기성, 김정필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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