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수요일

[등록금에 메스를-④]"사학 적립금 11조, 장학금 전환해 학생부담 줄여라"

이글은 파이낸셜뉴스 2013-01-29일자 기사 '‘판결문 잉크도 아직..’ MB의 친구 사랑'을 퍼왔습니다.



국가장학금, 예산 늘었지만 성적기준 지원은 여전 
등록금 상한제 도입해 대학들 무차별 인상 막아야
반값등록금에 예산 7조 필요…대학 자구노력 절실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21)씨. 김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스스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하루 6~8시간 가량 편의점과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고작 120여만원 정도다. 연간 800만원이 넘는 등록금과 매달 지출하는 식비, 생활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3만~4만원가량 하는 원서를 구입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자기계발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는 지난해 같은 과 친구로부터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직전 학기 성적 평균이 B학점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핑계 같지만 하루 6~8시간 일하다보니 공부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도 있었다. 

김씨는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 지원 기준이 많이 완화됐다고 들었는데 체감하기 힘들다"며 "학비를 마련하기위해 하루의 절반을 아르바이트에만 매진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국가장학금 대상에도 제외되니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아르바이트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매년 학기 초만 되면 대학가는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학생들과 학교 측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대학들은 지난해 등록금을 평균 4.5%가량 인하했다. 올해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등록금을 동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을 인하해 달라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매우 인색하다. 등록금을 인하하더라도 1% 내외 인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반값 등록금'을 바라는 학생들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국가장학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국가장학금 규모가 늘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정부 계획이었던 2조2500억원에서 2조7750억원으로 5250억원이 늘어나면서 국가장학금Ⅰ유형의 규모가 지난해보다 많아졌다. 소득수준별 지원액도 상향 조정하고 지원 대상도 소득하위 8분위(연간 가구소득액 6548만원 이하)까지 확대했다. 

문제는 성적기준이다. 폐지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충돌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B학점 이상만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게 돼 있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 학생들의 경우 등록금을 소폭 인하하는 것보다 국가장학금 지급 등 현실적인 지원방안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성적 미달로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가난한 집안 사정 탓에 학비를 버느라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좋은 학점을 얻기가 쉽지않다.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 국가장학금 소득분위별 수혜 및 탈락 현황(국가장학금 Ⅰ유형 기준)' 자료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신청자 131만672명 가운데 성적기준으로 탈락한 학생은 21만2330이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 23만111명 중 91.9%가 '직전학기 평점 B학점 이상'이라는 기준에 충족하지 못해 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특히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기초생활수급자 11만9480명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으나 2만2746명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의 94.7%(2만1530명)는 탈락 이유가 성적 미달이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소득 1분위 학생의 경우 92.8%, 소득 2분위 90.9%, 소득 3분위 91%로 소득 하위계층일수록 성적 미달로 인해 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시민단체들은 장학금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에서 성적 기준을 삭제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현재 'B학점 이상'으로 규정된 성적기준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많아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동규 등록금넷 팀장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경우 등록금과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성적기준을 넘기가 힘들다"며 "이들이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장학금 성적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성적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사립대의 학생처장은 "성적기준을 폐지하게 되면 학생들이 해이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학력 저하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위해서라도 성적기준은 적절한 선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등록금 거품 제거다. 현재 20%에 육박하는 등록금 거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학들이 예산 편성시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부풀리는 방법으로 등록금을 높이 책정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 예산편성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지출항목의 예산은 과도하게 늘려 편성하고 수입 예산은 줄여 편성하는 것"이라며 "이는 근거 없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등록금 상한액을 정해 적정 수준 이상으로는 올리지 못하도록 국가가 나서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학에 교부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동규 등록금넷 팀장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한 학생들이 이를 갚지 못해 한해에 1만여 명 정도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간 등록금을 한국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4인 가구 기준)인 350만원 이상으로 올릴 수 없도록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대학에 교부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는 등록금 부담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매년 7조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국가재정으로 4조원, 나머지는 교내외 장학금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이 2조7750원으로 책정돼 1조2250억원이 추가로 든다. 하지만 1조2250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대학등록금 문제가 정부 예산만으로는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이 특별한 목적 없이 11조원이 넘게 쌓아두고 있는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돌려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립금은 대학이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유보해 두거나 남는 이익금을 쌓아두는 회계를 말한다. 

교비회계 중 적립금이 늘어나면 학생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사립대학은 국고보조금과 기부금이 적기 때문에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으로 교비회계가 짜인다.

교과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전국 250여개 사립대학의 누적적립금은 11조1500억원이나 된다. 반면 대학들은 등록금 등으로 거둬들인 뒤 남은 돈을 계속 쌓아두고도 등록금 인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관계자는 "사립대들의 누적 적립금이 11조원을 넘어서고 등록금이 20% 이상 뻥튀기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등록금을 인상해서는 안된다"며 "대학들이 쌓아두고 있는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돌려 대학들이 등록금을 낮추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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