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화요일

[쟁점과 대안 - 현대차]사측에게 묻다… 정규직 전환 안하나 못하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028일자 기사 '[쟁점과 대안 - 현대차]사측에게 묻다… 정규직 전환 안하나 못하나'를 퍼왔습니다.

ㆍ“고용 유연성 양보 불가”

‘안 하는 것인가, 못하는 건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노동계와 사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현대차가 “할 수 있는데 안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만 해도 8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재정적으로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입장은 다르다. 돈은 문제가 안되며, ‘고용 유연성’ 때문에 ‘할 수 있어도 못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시장을 지배한다.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시장점유율도 오르고 이윤도 남는 구조다. 하지만 생산 확대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인력 고용이 동반되는 탓에 실적이 악화될 경우 한순간에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는 단점이 있다. 회사의 생존에 고용 유연성이 큰 영향을 끼치고, 이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자동차산업 악화 땐 위기노동자 인건비가 큰 부담국내공장 생산효율도 낮아

현대차 관계자는 “위기를 맞게 되면 생산은 덜하면 되지만 고정비용인 인건비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며 “위기관리를 하려면 시장 상황에 맞게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고용 유연성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단적인 사례가 2008년 불어닥친 ‘리먼브러더스 사태’라고 주장한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동차 수요도 줄어든 탓에 현대차의 2008년 영업이익은 1조8772억원으로 전년 1조8150억원보다 600여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자동차 생산량은 17만대가량 늘었지만 수출이 급감하면서 국내 공장의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3만여대 이상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리먼 사태 직후에는 작업물량이 없어 직원들이 4시간만 일하고도 월급은 모두 받아가는 상황이었다”며 “만약 2007년에 일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켰더라면 2008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실적만으로 정규직 전환 여력이 충분하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경우 사내 하도급 및 파견근로 허용 등 고용 유연성을 폭넓게 보장받고 있다고 현대차는 주장했다. 

미국 GM과 포드의 경우 생산 여력에 따른 노동자의 일시 해고가 허용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만 해도 정규직 직원들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일감이 줄면 월급도 적게 받는 ‘이중임금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시장 상황에 맞게 파견회사를 설립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폭스바겐도 ‘오토비전’이라는 전문인력공급업체를 통해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의 생산효율이 턱없이 낮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자체 분석자료를 보면 국내 공장의 편성효율은 53.4%로 미국 공장 92.4%,중국 공장 86.9%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편성효율이 53.4%라는 것은 100명이 출근하면 실제 일하는 노동자는 53명 정도라는 의미다. 자료 자체만 놓고 보면 ‘노는 인력이 많다’는 뜻이다.

현대차 한 고위 관계자는 “근무 중인 정규직 직원들만 해도 자의적으로 조기퇴근을 하거나 작업 중 흡연, 독서를 하는 등 근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할 경우 생산효율성만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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