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수요일

방문진, 김재우·김재철 안하무인에 폭발 직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9일자 기사 '방문진, 김재우·김재철 안하무인에 폭발 직전'을 퍼왔습니다.
‘이사회 무시’ 일관 여당 이사들조차 “심각하다”… 언론노조 “당장 이사장직 박탈하라”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을 바라보는 방문진 이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사회 무시’로 일관하는 이사장과 사장에 대해 여당 추천 이사들조차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김 이사장 논문 표절 확정 뒤 열린 이사회에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불참하자, 방문진 이사들은 김 이사장에게 30일 이사회에 참석해 논문표절에 대해 소명하라는 결의문을 냈다. 합의문에는 ‘불응할 시 불신임 또는 자진 사퇴 등 조처를 판단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들이 이사장에 대해 합의 하에 결의문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소 애매하기는 하지만 논문표절 건과 이사장의 거취를 연결한 문구도 눈여겨볼만한 하다. 이사장의 논문 표절 문제를 그냥 덮고 지나갈 수는 없다는 데는 여야 모두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이사장이 29일 영국 출장을 감행하자 방문진 이사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야당 추천의 최강욱 이사는 김 이사장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으로부터 별도의 신호가 있으면 모를까, 제발로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는 표현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최 이사는 또한 “김 이사의 도덕성과 품성이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며 “30일 이사회에서 불신임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왼쪽) 김재철 MBC사장(오른쪽)

권미혁 이사도 “이는 명백한 버티기로 김 이사장이 너무 악수를 두고 있다”며 “자신이 못나온다고 해서 다른 이사가 회의를 열어 30일 이사회를 소집했는데, 회의를 소집할 권한은 자신한테 있다면서 말을 뒤집었다”고 김 이사장의 행동을 질타했다.   

여권 추천 이사들도 김 이사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표현을 삼가고 있지만 태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문제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한 여당 추천 이사는 “논문표절 발표에 대해 소명하라고 요구한 자리가 30일 이사회였다”며 “(이를 거부한)김 이사장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이사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차기환 이사 역시 김 이사장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소명할 기회를 준다고 했는데도 영국출장을 갔다, 스스로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줬는데 이를 거부하니 갑갑하다”고 했다.   

김재철 사장에 대한 방문진 이사들의 인식 역시 예전보다 한층 심각해졌다. 김 사장이 이사장 부재를 이유로 MBC 신년 업무보고를 거부하자, 고영주 감사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상정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MBC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방문진을 대하는 태도가 ‘도를 넘었다’고 인식한 셈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에도 이사회 보고를 거부해 경고를 받았다.

이사들은 MBC 사장에게 경위서를 사전에 제출하고 2월 7일 이사회에 출석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냈다. 이사회가 김 사장에 대해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김 사장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여당 이사는 결의문 채택에 대해 “방문진에 대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29일 성명을 내어 “방문진 이사회는 김재우 이사장의 소명을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당장 내일 이사회에서 김 이사장의 이사장직을 박탈하라”고 촉구했다. 

김재철·김재우, ‘박근혜 정부’ 출범까지 버티기?

해결책 보이지 않는 MBC사태 장기화 하나
김재철 MBC사장과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MBC 안팎의 반응은 ‘사태 관망’ ‘버티기’로 모아진다. 권력공백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태를 관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것.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에 대해 소명을 요구한 30일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영국 출장길에 올랐다. 김 이사장은 박사학위 논문 표절이 사실로 확인된 지난 16일 이후 두 차례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 계속 불참했다. 김 이사장은 ‘몸이 아프다, 배탈이 났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그는 경북 안동 소재 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표절 논란에 이어 관용차 사적 이용 논란까지 불거져 김 이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거셌지만 그는 입장표명도 없이 계속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지난 21일 논문표절에 대해 단국대에 재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일종의 권력공백 상태”라면서 “MBC상황을 타개하려면 누군가가 박근혜 당선인 측에 MBC 문제에 대한 현안보고를 해야 하는데 지금 누가 그걸 하겠느냐. 설사 그걸 한다 해도 당선인에게 전달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에서 MBC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신호)을 보내지 않는 이상 권력공백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 점을 간파한 김 이사장이 최대한 시간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30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 이사장에 대한 이사들의 성토 외에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 행보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사장의 경우 방문진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야당 추천 이사에 대한 ‘욕설파문’과 방문진 업무보고 불참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

MBC노조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은 현재 방문진 이사들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김 사장이 방문진 이사들과 갈등을 계속 빚어 온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된 데에는 여당 추천 6명 이사들 책임이 크다”면서 “(김 사장의 행보는) 방문진 위상이 MB정부를 거치며 얼마나 무력화 됐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두 사람이 관망 또는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MBC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까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요직 인선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박 당선인 측 입장에선 MBC사장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김재철 사장 연임 여부에 대한 결론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나 MBC 결산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는 3월 말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김재우 이사장에 대한 교체가 김재철 사장보다 빨리 단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박 당선인 측 입장에서 1년 임기가 남은 김재철 사장을 교체할 경우 부담이 되지만 김재우 이사장에 대한 부채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이 ‘MBC 보수화’라는 공로가 있는 반면 김 이사장은 논문 표절 의혹 등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것도 교체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김 이사장을 교체할 경우 새롭게 선임된 이사장과 박 당선인 측과의 밀접성 여부, 새로운 이사장이 김재철 사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 등이 변수로 남는다.

MBC 안팎에선 김재철 사장의 연임 여부가 본사 임원이나 지역계열사 사장단 인사 시기와 맞물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박 당선인 측으로부터 연임과 관련해 어떤 ‘신호’를 받는다면 인사 단행 시기가 그만큼 빨라질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측의 메시지가 없는 이상 구심력 없는 MBC ‘공백상태’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민동기 기자 mediagom@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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