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부동산폭락 937조 가계부채폭탄 터지기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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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경제연구소 하락폭 추정…“질적으로 다른 위기 도래할 것”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소비자물가 추세에 수렴되는 이른바 ‘주택가격 정상화’ 과정은 경제위기를 겪은 미국, 일본 등에서도 먼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쌓아올린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하락 연착륙 기조가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차기 정부는 재정력과 행정력을 부동산 거품이 빠진 뒤 가계부채 해결책에 집중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27일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에서 부동산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번 위기는 소득 상승과 함께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던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 위기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부터 가계소득은 대체적으로 정체해 있는데 금융업체들의 부채를 활용해서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면서 “이번엔 훨씬 충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계에 아무런 충격 없이 거품이 빠질 순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부동산 거품이 커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지난 13일 발표한 ‘집값 언제까지 얼마나 빠질까?’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거품이 꺼진 미국과 일본의 주택가격은 자국의 소비자물가 추세에 수렴하는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연구소는 소비자물가 추세를 ‘국민경제의 기초 체력 수준’이라며 주택가격이 이 추세까지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본과 미국 자료. '201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갈무리.

연구소는 1986년 이후 물가 추세와 최근 주택가격 하락 속도를 가정해 주택가격 하락 추정치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016년 2월께 소비자물가 추세선에 수렴하는데 이 시점 아파트 가격은 2011년 2월 고점 대비 34.5%, 2012년 9월 기준 26.4% 하락하는 수준이다. 이는 2003년 상반기부터 2005년 초 수준이다. 전국 단위로 볼 때, 2018년 6월까지 하락해 고점 대비 21.9%, 2012년 9월 기준 대비 20.3% 하락해야 거품이 해소된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 '물가 대비 서울아파트 가격 하락 전망' 자료. '201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갈무리.

문제는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때문에 이 같은 ‘점진적 하락’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소는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하면서 주택 투매 현상이 일어난다면 일순간 주택가격이 폭락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폭이 완만해지는 형태로 가는 게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볼 때 좀 더 일반적”이라고 분석했다.

▲ '금융기관별 가계신용 증가 추이' 자료. '201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갈무리.

가계부채는 가계신용을 기준으로 2012년 3분기 현재 937.5조 원까지 늘었다. 2000년 1분기 222.2조 원과 비교해 715조 가량이 증가했다. 예금은행이 아니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부업체 등을 통한 대출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비예금은행의 가계신용은 예금은행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소는 “가계부채가 양적으로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고이율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최근으로 올수록 질적으로 크게 악화된 상태”라면서 “언제 그 뇌관이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폭발 직전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주택대출은 399조 원 수준이다. 전체 4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택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으로 추가 대출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대출은 313조 원, 저축은행 등 비예금은행 대출은 86조 원이다.

▲ '가계부채비율 및 가계저축률' 자료. 2007-8 금융위기 이후에도 부채비율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갈무리.

지난 16일 선대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1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가계부채비율(개인 가처분소득/개인 금융부채)은 163.7%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미국의 가계부채비율 131%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구소는 “한국은 오히려 같은 시기 145% 수준이던 이 비율을 더욱 높였다”면서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대책이라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상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 폭탄을 더욱 키워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대인 소장은 “현재 집값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너무 많아졌다”면서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 만기를 연장하고 있고, 부채를 일부러 늘려왔지만 집값 하락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4~5년 동안 빚을 빚으로 막아왔지만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가계부채를 해소하지 않고 부동산을 지키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선대인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폭락을 막는다고 정부의 재정력과 행정력을 비대화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거품을 키웠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행정력은 거품이 해소된 뒤 무주택서민,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시나리오 별로 위기관리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공부문에서 가계단위 빚을 줄일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는 등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단지의 한 아파트. ©CBS노컷뉴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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