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수요일

김용준 전격사퇴...박근혜식 ‘밀실인사’ 바닥 드러났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1-30일자 기사 '김용준 전격사퇴...박근혜식 ‘밀실인사’ 바닥 드러났다'를 퍼왔습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 접견에 앞서 잠시 생각하고 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29일 각종 의혹들에 휩싸인 가운데 전격 사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재차 구멍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이른바 '박근혜식 밀실인사'가 오히려 검증대에 오른 형국이다. 

김 지명자는 이날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당선인의 '밀실인사'에 대한 지적은 이미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인선 발표 때부터 있어 왔다. 당시 인선 발표는 대선캠프에서 공보단장을 맡았던 이정현 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이 했는데, 그는 인선 배경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 당선인의 첫 작품이었던 윤 대변인과 관련해, 과거 '정치적 창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야권을 비난했던 '막말' 칼럼이 즉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 인사검증시스템의 한계가 본격적으로 지적됐다. 

지난 달 27일 있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발표를 담당했던 윤창중 대변인은 '인수위 명단을 언제 받았느냐'는 질문에 "저도 밀봉해 온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단상에서 밀봉된 봉투를 뜯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명단에는 선거 당시 '막말'로 논란을 빚은 국민대통합위원회 김경재 수석부위원장과 김중태 부위원장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서울시의원 시절 돈 봉투를 받아 처벌받은 전력의 하지원 청년특별위원회 위원, 부당 하도급 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윤상규 청년특위 위원도 논란의 중심이 되며 사퇴압박을 받은 바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에 대한 총리 지명 역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 24일 박 당선인의 발표에 앞서 김 지명자가 미리 단상에 올라가 있을 때, 기자들은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알았다. 조윤선 대변인조차도 기자들에게 "여러분보다 30초 먼저 알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인수위사진기자단 29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회의실에서 열린 법질서 사회안전분과 업무보고에 참석한 김용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있다.

박 당선인의 인선 과정은 그야말로 '철통보안'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 당선인이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인사 문제를 논의하고 진행하는지는 추측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고있다. '측근'이라 불리는 인사들조차도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서는 "정말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인사 문제를 당선인 측과 논의하고 싶지만 누구와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지켰지만 곧바로 김 위원장에 대해 두 아들 병역 문제나 증여세 포탈,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들이 쏟아지자 박 당선인 역시 당혹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30가지가 넘는 의혹을 받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막 끝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파장은 더욱 컸다. 

이처럼 박 당선인의 '밀실 인사'는 부족한 검증이라는 한계를 지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김 위원장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논란 관련해서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구멍'은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28일 MBC 라디오에서 "아들 병역 문제 같은 것은 대학교 동기 선후배들이 대개 다 알더라"라며 "조금만 귀를 열면 대개 알 수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결국 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사퇴하면서 박 당선인으로서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더불어 국무총리 후보자직이 공백이 되는 바람에 장관 인선 등 조각에는 비상이 걸렸다. 새 정부는 출범도 전에 흔들리는 판국이다. 

이에 따라 추후 인선과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박 당선인의 고민 역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듭된 비판에도 '밀실인사'를 고집하고 있는 박 당선인이 이번 건을 계기로 인사시스템에 수정을 가할지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출범을 하기도 전에 인사 문제로 흔들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좀체 바뀌지 않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로 볼 때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명규 기자 pres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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