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감사원 4대강사업 총체적실패 보고 언론에도 책임 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7일자 기사 '감사원 4대강사업 총체적실패 보고 언론에도 책임 있다'를 퍼왔습니다.
[장행훈 칼럼] 조중동과 방송의 4대강 홍보…프랑스 왕당파 신문 연상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이 “총체적 실패”로 판명됐다는 감사원 감사보고(17일)는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한 달 뒤 퇴임할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된 것은 물론 반갑지 않은 유산을 물려받은 박근혜 새 정부도 그 뒤처리의 고민을 안게 됐다.
4대강 사업은 처음부터 말썽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던 사업이었다. 환경단체·종교인·시민단체들이 처음부터 4대강 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사업을 치밀하게 검토해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법적인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면서 신중히 진척시킬 것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불도저식으로 법적 절차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들은 채 만 채 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다. 4 년 동안에 22조라는 거액의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은 사업이다. 전 언론이 사업의 추진을 감시하고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알렸더라면 사업이 “총체적 실패”에 이를 때까지 국민들이 방관하고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4대강 사업이 감사원의 실패 판정을 받게 된 데는 친정부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정권과의 유착관계에 도취돼 언론의 역할을 망각한 조중동과 “관영” TV방송들은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데 대해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끼고 있는가? 그런 것 같지 않다. 친(親)MB 조중동은 4대강 사업을 두둔하고 방관했지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으로 수량(水量)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며 홍수를 막고 35만 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정부의 그럴듯한 선전을 그대로 홍보했다. 실현될 수 없는 선전이었기에 홍보는 홍보로 끝났다. 그런데도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보완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에 위치한 박석진교 위에서 촬영한 사진. 녹조현상이 심각하다. (사진출처=녹색연합)

감사원 조사 결과에 많은 국민이 놀랐다. 한겨레·경향신문·환경단체·시민단체의 비판과 항의 시위를 제외하면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한 조중동, 방송을 대표하는 KBS·MBC·YTN·SBS가 그동안 4대강 사업이 잘 추진되고 있다고만 보도했지 감사원 감사 보고가 지적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중동과 방송은 지난 4년간 왜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보도하지 않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다면 MB정권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MB정권과 유착관계에 있는데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종합편성방송(종편)까지 선물로 받은 조중동이 4대강 사업의 이미지에 상처를 줄 보도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은 국민의 편이다. 정부의 의사나 정책을 국민에게 알려서 권력을 비판할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언론이 정권과 손을 잡고 정부가 국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는 보도하지 않고 국민의 의견이나 불만 사항을 위정자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국민 사이에 소통이 끊어진다. 일반적으로 독재 성향의 정권은 자신의 생각이나 계획을 국민에게 잘 알리지 않는다. 정권은 국민의 위임한 것이라는 사실을 곧잘 잊는다. 그래도 정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취재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데 권언(權言)유착관계가 성립되면 권력이 싫어하는 정보는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4대강 사업에 관해서도 한겨레나 경향은 비판을 늦추지 않았지만 정부의 반응이 별로였고 친정부의 조중동과 방송은 정부가 발표하지 않는 것 외에 독자적으로 문제점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권언유착이 이루어지면 언론이 국민편이 아니라 권력편이 된다. 언론은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이 원치 않는 정보를 보도하지 않는 쪽에 더 관심을 갖는 상황이 벌어진다. 4대강 사업에 관한 감사원 감사 발표에 국민이 충격을 받은 것은 조중동이 권력 편에 서서 국민에게 4대강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이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보도하는 것보다 권력이 알리기 싫어하는 정보는 국민이 아예 알지 못하도록 보도에서 배제하는 것, 다시 말하면 무엇을 보도하는 것보다 무엇을 보도에서 배제할 것인가 를 결정하는 것이 보수 언론의 더 중요한 임무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 언론에서는 일반적으로 노조의 파업투쟁이나 용산 참사 같은 뉴스를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이 강자 편에 서서 약자의 목소리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다. 언론 고유의 역할보다 이익 추구를 앞세우는 대기업 언론이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로 비판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프랑스 혁명 이전에 귀족계급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피지배계층 서민들이 새로운 지식이나 사상을 배우지 못하게 했던 몽매주의(蒙昧主義)와 맥을 같이 한다. 서민들이 지식을 얻게 되면 지적으로 귀족의 지배에 저항하게 될 것을 우려해서 그들을 무지 상태에 가둬두려는 반(反) 계몽주의 사고방식이다. 현재 보수언론의 보도를 보면 프랑스 혁명 때의 왕당파 신문을 연상시킨다. 보도해야 할 것을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언론을 몽매주의 실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고도 민주언론이라고 자처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몽매주의와 전제정치는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쌍둥이라는 미국 사전학자 베르겐 에반스 교수의 명언을  상기시키고 싶다.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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