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화요일

김용준 검증, 동아일보는 ‘활약’ 방송사는 ‘맹탕’ 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8일자 기사 '김용준 검증, 동아일보는 ‘활약’ 방송사는 ‘맹탕’ 왜?'를 퍼왔습니다.
[비평] 보수신문, 매체경쟁력 차원 정치권력 비판… 방송사, 눈치보기? 조만간 터진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의혹과 관련, 동아일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당선인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여 온 동아일보가 김용준 후보자 검증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상파 방송3사는 ‘김용준 검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새 정부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지난 24일. 이후 몇몇 언론은 김 총리 후보자의 아들 병역 면제과정 및 재산증식과 관련해 석연찮은 점을 집중 보도했다. 특히 박 당선인에게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던 동아일보와 채널A가 김용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25일까지는 비교적 우호적으로 김 후보자를 다뤘다. ‘법조계 신망도 높고, 비교적 무난하지만 책임총리 역할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쪽에 방점이 찍히는 정도. 하지만 지난 26일부터 ‘김용준 비판’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김용준 의혹 집중 보도 왜?

동아일보는 (장남 8세-차남 6세때 서초동 674㎡ 땅 취득… 증여세 탈루 의혹)(동아 1월26일자 4면) (매입전 법원서기와 땅보러 갔었다)(동아 1월28일자 1면) (장남 친구 “군 안가려 살 빼겠다는 말 들었다”)(동아 1월28일자 3면) 등 지난 주말부터 연일 김용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도 역시 김 후보자 의혹 보도에 적극적이다.

동아일보 2013년 1월28일자 3면

동아일보의 ‘김용준 비판’과 관련, 언론계에서는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시장주의’다. 매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대립각을 세워야 ‘장사’가 된다는 걸 아는 상업주의 언론의 생존방식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보수신문과 종편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치 아이템을 다루면서 채널 인지도를 상승시켜 왔다”면서 “‘김용준 보도’ 역시 정치권력과의 대립각보다는 종편의 생존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지상파가 ‘김용준 의혹’과 관련,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면서 “동아나 채널A의 ‘김용준 보도’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차별화 된 이미지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의 ‘김용준 때리기’는 실제 다른 보수신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반까지 소극적이었던 조선일보와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중앙일보가 28일부터 ‘김용준 비판’에 적극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28일자 칼럼 (‘보청기 총리’ 문제 없나)에서 “건강 같은 생물학적 조건은 후보자를 검증할 때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면서 “인수위 핵심 인사에 따르면 후보자 청력 문제는 인수위원장 활동에서 이미 드러났다고 한다. 그런데도 당선인은 그를 총리로 지명했다. 이런 것은 박근혜 인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 이광표 기획홍보팀장은 “예전부터 정권이 바뀔 때 (동아일보는) 인사 검증을 열심히 하고 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던 시절부터 조각검증을 통해 많은 비리와 의혹이 있는 인사를 철회시켜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최근 보도에 대해 “항상 체계적으로 인선후보에 대한 검증을 해온 것으로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 밝혔다.

방송사 “박근혜 눈치보기 아니다. 방송뉴스 특수성 때문”

보수신문이 ‘김용준 후보’에게 날 선 비판을 가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김용준 의혹’ 보도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박 당선인이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목한 이후 방송3사가 메인뉴스에서 다룬 김 후보자 의혹제기 리포트는 1∼2개에 불과했다. 조중동 및 종편보다 ‘낮은 수위’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

1월27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KBS는 지난 25일 뉴스9에서 보도한 (아들 재산·병역 쟁점)이 전부였고, MBC는 지난 26일 뉴스데스크에서 한 꼭지로 보도했다. MBC는 다음날인 27일 뉴스데스크 후반부에 ‘아들 병역의혹은 문제없다’는 국무총리실 해명을 전하기도 했다. SBS 역시 지난 25일 8뉴스에서 (‘재산·자녀 병역’ 쟁점 될 듯) 리포트를 보도한 이후 김용준 후보자와 관련한 사안은 메인뉴스에서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방송3사의 ‘박근혜 눈치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현재 탐사보도팀이 김용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취재 중에 있다”면서 “오늘(28일)부터 본격적인 보도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함 회장은 “방송은 현장 취재와 관련자 녹취 등을 일일이 확보하면서 제작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탐사보도팀에 대한 인원 증가와 같은 회사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권력 눈치보기’가 아니라 ‘제작 여건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보도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 KBS는 홍보실을 통해 비슷한 입장을 전해왔다.
SBS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보도국 고위 관계자는 “신문과 방송은 제작방식이 다르다”면서 “단편적으로 방송과 신문의 기사 양을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용준 의혹과 관련해) 취재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여타 인사들을 비롯해 장관들도 문제가 제기되는 대로 보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C 황용구 보도국장은 미디어오늘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보수신문, 생존 차원에서 정치권력 비판…방송사는 점점 도태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의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박 당선인의 검증미흡과 관련한 비판이 거의 없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김 후보자의 석연치 않은 의혹도 문제지만 그 이면에 박 당선인의 ‘검증 미흡’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3사는 김 후보자와 관련한 갖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소극보도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 당선인의 ‘밀실 인사·검증 논란’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보수신문은 상업적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에 나서는 반면 방송사들은 이런 위기의식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김용준 후보자에 대한 보수신문의 비판과 방송사의 소극보도는) 방송사들의 안이함과 방송뉴스의 박제화가 어느 정도 심각히 진행 중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탐사보도팀 활성화 등을 통해 방송뉴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경쟁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동기·정철운·김안수연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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