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화요일

[사설] 박 당선인의 고장난 인사검증 시스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29일자 사설 '[사설] 박 당선인의 고장난 인사검증 시스템'을 퍼왔습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잇따르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박 당선인의 인사는 이제 갓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것 하나 말끔하게 지나가는 게 별로 없다.김용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여러 각도로 제기되면서 그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지는 형국이다. 김 후보자가 두 아들 명의로 구입한 서울 서초동 부동산의 경우 법조타운 조성 계획이 언론에 보도되기 사흘 전에 사들인 것이어서 이전 정보를 미리 알고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 본인 또는 부인 명의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과 송파구 마천동 땅도 상당 부분 개발에 따른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또 1993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부인 명의의 서울 마포구 신수동 땅을 판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유재산에서 누락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김 후보자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이 이미 2001년 5월 한 시사주간지에 실명 보도됐지만, 이번 인선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됐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김 후보자 큰아들 주변에선 본인이 체중 미달로 군 면제를 받으려 노력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가 대법관 시절 ‘부산판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검찰이 구형한 것보다 턱없이 가벼운 형량을 선고한 것도 문제다. 김 후보자가 사회적 약자의 대변인으로 칭송받았지만, 실제 법관으로서의 공적·사적 삶이 과연 거기에 걸맞았는지 제대로 검증해야 했다.박 당선인의 ‘엇박자’ 인선은 대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게 막말을 쏟아부었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발탁해 사람들을 경악하게 한 것을 시작으로 김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인수위 청년위원회에 발탁한 윤상규·하지원 위원은 각각 도덕성 시비에 휩싸였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역시 박 당선인이 양해한 인사였다.새 정부 출범도 전에 인사가 이처럼 난맥상을 보이는 이유는 알려진 대로 박 당선인의 ‘나홀로 인사’ 스타일 때문이다. 보안을 강조하면서 몇몇 비선에만 의지해 인선을 하다 보니 검증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주변에서 폭넓은 하마평을 들을 기회가 차단되고 자연스런 여론의 검증 기회도 없다. 가뜩이나 공직자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엄격해지는 와중에 이런 ‘구멍가게식’ 인선으론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 박 당선인은 인사 방식을 원점에서부터 재고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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