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수요일

최악의 대통령 특별사면, 이제는 정말 제한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9일자 기사 '최악의 대통령 특별사면, 이제는 정말 제한해야'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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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법무부는 특별사면, 감형, 복권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는 전 공직자, 정치인 , 경제인, 교육계, 문화계, 시민단체 등과 용산사건 관련자, 불우·외국인 수형자를 포함한 55명이 대상이었다. 그중 가장 눈의 띄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회장 등 부패한 측근과 대통령의 막내사위의 사촌이자 (주)효성섬유 사장인 조현준씨를 사면한 것이다.

자신의 측근인 부패정치인과 경제인 사돈인 경제사범을 동시에 풀어준 이번 특별사면은 역대 대통령의 사면중에서도 최악으로 기억될 것이다. 시민사회와 야당의 물론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거듭된 반대에도 이뤄진 것으로 사회적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통합을 해치고 사익을 추구한 것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측근을 사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사면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수감 중인 대통령 측근들이 2심 확정 후 대선을 앞두고 줄줄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자 ‘성탄절 특사’설이 제기된 바 있다. 임기말인 대통령과 교감했거나 사면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성탄절 특사는 없었지만 당시 청와대는 남은 임기 중 사면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번 특별사면으로 부패측근과 대통령의 교감이 있었음이 드러난 셈이 됐다. 또, 지난 1월9일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각계각층에서 공식·비공식으로 사면을 탄원하거나 요구하고 있어 ‘설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면 시기나 대상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말도 덧붙여 사면의 대상과 범위 등을 놓고 여론과 박근혜 당선인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자기 자신의 죄를 사한 꼴

이 대통령은 특별사면 명단에 예상되었던 최시중, 천신일 등 측근 뿐 아니라 자신의 사돈까지 포함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통령의 막내사위의 사촌인 조현준 사장은 회사 자금을 빼돌려 미국에서 두 채의 콘도를 사들인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로 수사를 받고 기소되었었다. 그는 검찰의 늑장수사로 핵심의혹 가운데 하나였던 LA 인근 뉴포트코스트 저택매입 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판결을 받은 등 일부혐의만이 인정되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검찰과 재판부는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의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을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사돈기업 봐주기’ 수사와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대통령의 사돈'으로 '처벌도 솜방방이'에 특별사면까지 받게 되었다. 이번에 법무부는 경제인은 중소·중견기업을 위주로 대상자를 선별했다고 밝히고도 대기업 사장인 조현준씨를 포함했다. 통합의 명분은 그럴싸하게 붙이고 있으나 그 명분에 해당되는 몇몇 인물을 포함시켰을 뿐 본질은 사익추구 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괴리를 메우기 위한 것

그럼 바람직한 사면은 무엇일까? 사면이 존재하는 이유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그 괴리를 메우기 위한 것이다. 사면은 입법의 오류나 법원의 법해석으로는 더 이상 시정할 수 없는 오류가 있을 때 이를 수정하기 위한 것이다. 사면이 대통령의 이익이나 그 주변을 위해서 좌지우지 된다면 더 이상 사면은 그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방어권조차 행사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사면을 예상하고 항소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풀어주며 정당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할 수 없다.

사회통합을 위해 사면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지 못한 약자들이나 정부가 박해한 사람들이다. 이번 사면에서 용산참사 관련자와 고령의 수형인 들을 포함했으나 부패측근과 사돈에 대한 사면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사면은 제한 없는 사면권이 얼마만큼 남용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독일은 60년간 사면권을 4번 밖에 행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7번 사면권을 행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8번 행사했다. 현재 미국, 그리스, 핀란드, 스웨덴 등은 헌법으로 사면권 제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일본이나 프랑스는 법률에 의해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사면권을 최소화 행사하는 전통도 제한하는 법규정도 없다.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나 회의록 공개 등 최소한의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사면이 제기능을 담당하지도 못하고,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없는 것이다.

지난 대선 주요후보들 모든 사면권 제한 공약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

지난 대선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은 전부 사면권 제한을 공약했다. 사면권 남용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공약으로 수용된 것이다. 박 당선인도 후보시절 사면권 제한을 약속한 바 있다. 다른 주요 대선 후보들도 전부 공약했다. 이번 사면에 대해서도 인수위원회는 박 당선인의 뜻이라며 사면권 남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반대와 이 대통령의 사면권 단행이 일종의 협업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입장과 약속이 부질없음을 알고 있다.

이 대통령도 2009년 라디오 연설에서 “제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버려졌고, 특권계층에 대한 사면은 되풀이 되었다. 박 당선인에게 진정성이 있다면 우선과제로 사면권 제한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국회에는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박 당선인이 의지만 있다면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 |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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