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화요일

진보 신학자들 잇달아 WCC 공동선언문 비판


이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 2013-01-28일자 기사 '진보 신학자들 잇달아 WCC 공동선언문 비판'을 퍼왔습니다.
기독자교수협의회와 문화신학회, 선언문 폐기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WCC 공동선언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진보적인 신학자들이 잇달아 공동선언문을 폐기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성명을 내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신학과 교수들에 이어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기독자교수협)와 한국문화신학회가 최근 성명을 내고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관련 기사 : 성공회대 신학 교수들, "WCC 공동선언문 폐기하고 책임자 사퇴")
기독자교수협은 1월 26일 "교회협이 이런저런 정치 기술적 언어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잘못을 덮거나 감하려 하지 말고, 공동선언문을 폐기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회협은 정치적 판단을 지양하고, 에큐메니컬 정신과 교회 일치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총회 준비 그룹을 조직하라"고 촉구했다.
방한 중인 WCC(세계교회협의회) 방문단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기독자교수협은 "(방문단이) 한국교회의 실상을 명백히 인식하고 WCC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 에큐메니즘의 가치와 정신을 이번 대회를 통해 충실히 드러낼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한국문화신학회도 1월 28일 성명을 내고 공동선언문 폐기 등을 주장했다. 한국문화신학회는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이 평화와 연대를 추구하는 세계 교회 구성원들의 에큐메니컬 전통과 한국문화신학회의 복음 토착화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공동선언문이 복음의 실천이 아닌 재정적 혹은 정치적 이유들로 에큐메니컬 정신을 본질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문화신학회는 △공동선언문 즉각 폐기 △공동선언문 작성 관련 책임자 즉각 사퇴 △한국준비위원회 전면 재조직 등을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근상 회장은 WCC 공동 선언문 서명에 대해서 1월 25일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공동선언문이 교회협과 상관이 없으며, 김영주 교회협 총무에 대한 처벌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선언문과 자신들은 무관하다는 식으로 선 긋기를 시도하는 교회협과 선언문 폐기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진보 신학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셈이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공동선언문'에 대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의 입장

지난 1월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공동으로 발표한 WCC(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 선언문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주는 영향을 NCCK는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작금의 세계 정황에서도 한국은 기독교를 포함하여 유, 불교를 비롯한 인류의 주요 종교 전통들이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곳이며, 제10차 WCC 부산 대회는 불교문화권인 인도에 이어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 열리는 최초의 기독교 축제이다.
주지하듯 동아시아의 유, 불교는 지금까지 자신을 하나의 특별한 종교 전통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 보편적인 인문정신과 인간존중의 뜻을 가지고 인류 문화를 일구었던 귀중한 자산이었다. 이렇듯 전통 종교 토양에서 자란 한국 교회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간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세계 교회 식구들을 성심껏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온갖 종류의 비인간적 실리주의와 경제제일주의에 빠져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한국 및 세계 현실에 WCC 대회가 한 줄기 인간성의 빛을 새롭게 제시할 것을 믿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공동선언문’ 건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신의 정체성뿐 아니라 양극화된 한국 기독교교계를 더 분리시키고 말았다.
'종교다원주의'와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성서무오' 등 이번에 '공동선언문'이 "복음에 반하는 사상"으로 간단히 정죄해버린 사안들은 향후 인류가 공동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성찰할 주제들이다. WCC 세계 대회의 목적은 이러한 주제들을 함께 의논하고, 생명을 살리는 정의롭고 범인류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일 것이다. 본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수의 정치적 시각과 물질에 편승함으로써 소통이 차단된 독단과 폭력의 선언문이 되고 말았다. 선언문 중에 특히 개종을 강요하는 전도와, 66권 성경의 무오를 주장하는 내용은 역시 21세기 인류 보편의 지성과 함께 할 수 없는 반지성적인 주장일 뿐이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성경보다 넓고, 교회보다 크다는 것이 기독자 교수들의 입장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일상적인 삶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다원적인 삶을 경험하고 있다. 인류 문화와 세계 문명은 10차 총회의 주제가 적시하듯 더욱 더 생명적이고, 정의로운 모습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금번 ‘공동선언문’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 교회의 반지성주의와 배타주의, 자기중심주의를 반성하고 손님 접대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진정으로 촉구한다. 한국 교회가 10차 부산 대회를 준비하며 이처럼 뒷전에서 그들 정신과 모순된 선언문을 내고 물량주의로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이렇다면 이 땅 한국에서 WCC가 열릴 이유가 없고, 세계 교회도 그것을 원치 않을 것이며 한국 사람들 역시 결코 귀 기울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하나님이 한민족에게 주신 세계 문명을 위한 좋은 기회를 스스로 폐기하는 일로서 대표 대회장를 비롯한 행사 관련자들이 거듭 자문하고 성찰할 사안임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한국기독자협의회는 이번 ‘공동선언문’이 나오게 된 배경, 즉 한국 대형교회들의 성취주의와 물량주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백 여 년 간 한국 교회와 신학이 힘겹게 이루어왔던 고난의 업적과 신학적 열매들 그리고 10차에 걸쳐 축적된 WCC 신학 노선을 돈의 힘으로 흥정하는 것은 영혼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국 땅은 20여 년 전 세계 신학의 향방을 바꾸었던 JPIC 대회가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 정신이 금번에도 이어지는 것은 너무도 지당한 일이다. NCCK는 대형교회의 금권과 폭력적 이데올로기 앞에 어이없이 굴복해 버린 반지성이고 나태한 자기기만을 드러낸 것이다. 금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이 땅의 기독자 교수들도 깊이 반성하면서 예수정신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면서 금번 ‘공동 선언문’ 사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아래와 같이 촉구하는 바이다.
-NCCK는 이러 저런 정치 기술적 언어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잘못을 덮거나 감하려 하지 말고, ‘공동선언문’을 폐기하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책임을 물어 본래의 정신과 위상을 회복하기를 촉구한다.
-NCCK는 정치적 판단을 지양하고 에큐메니칼 정신과 WCC 총회 주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에 대한 교회일치정신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총회 준비그룹들을 조직할 것을 촉구한다. 여기에 그동안 소외되었던 여성들, 청년들, 성적 소수자들, 한국 전통과 문화의 전문가들을 포함시켜서 환대와 배움, 성찰의 잔치를 만드는 것이 NCCK의 의무임을 천명한다.
-WCC는 물량공세와 과시위주의 대회를 스스로 거부하고 복음이 지닌 기독교의 진정성과 포괄성을 부산대회를 통해 온전히 들어낼 수 있는 축제를 만들 것을 촉구한다. 하나된 인류와 갈등 없는 한국사회의 앞날을 위해 지혜의 보고인 이 땅의 이웃종교들과의 창조적 대화를 용기 있게 추진하는 공동모험에 앞장 서는 것이 NCCK의 할 일임을 천명한다.
-WCC는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념논쟁에 빠진 불행한 과거사를 치유할 수 있는 정치적 혜안을 찾아 남북 관계가 냉전 상태로 회귀치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촉구한다. 한반도가 주변 강대국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통일을 이루는 것이 생명의 하느님이 바라는 평화인 것을 믿으며 한국 교회가 편협한 이념논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서구 경험들과 교감하는 것이 NCCK의 과제임을 천명한다.
-WCC 방문단은 본 사태와 관련된 한국 교회의 실상을 명백히 인식하고 WCC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자신이 추구했던 에큐메니즘의 가치와 정신을 금번 대회를 통해 충실히 드러낼 수 있기를 촉구한다. WCC의 본래 정신과 무관한 정치적 집회가 이 땅에서 일어나는 것을 이 땅의 기독교 지성인들이 묵과하지 않을 것을 명심할 일이다.

2013년 1월 26일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전, 현직 회장단 및 임원 일동


제10차 W.C.C. 총회 준비와 관련된 1월 13일 공동선언문에 대한 한국문화신학회의 입장

우리는 2013년 1월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WEA 총회 준비위원회,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가 발표한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이 평화와 연대를 추구하는 세계 교회 구성원들의 에큐메니칼 전통과 한국문화신학회의 복음의 토착화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가지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1. 우리는 모든 것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이 정치와 종교와 인종의 가르는 벽을 넘어서서 모든 생명을 당신의 은총 안으로 초청하심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유대인과 헬라인, 종과 자유인, 남자와 여자의 가르는 벽을 허무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환대가 제10차 WCC 총회가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이라고 믿습니다. 
2. 우리는 무엇이 복음에 반하는 인간적 사상인지를 항상 물어야 할 의무를 가짐과 동시에 그러한 판단 아래 우리 자신도 겸손하게 서야 함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서의 텍스트를 단지 문자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초월적 자유를 감추는 위험한 우상숭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과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와 화해자 성령의 가르침과 인도하심이 오늘날 한국 교회에 만연한 교회성장주의, 배타적 근본주의, 물신숭배주의, 타자와의 대화와 공존의 거부, 소수자들의 권리 부정을 극복하고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복음적 실천을 요청한다고 믿습니다.
4. 우리는 제10차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가 발표한 공동선언문이 정치적 이념의 벽을 넘어 평화와 연대 그리고 남북화해와 통일에 기여하기보다는, 복음의 실천이 아닌 다른 재정적 혹은 정치적 이유들에서 에큐메니칼 정신을 본질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우려하기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천명합니다. 
첫째. 한국준비위원회는 2013년 1월 13일 공동선언문을 즉각 폐기시켜야 합니다. 
둘째. 공동선언문 작성의 관련 책임자들은 즉각 사퇴하여야 합니다. 
셋째. 한국준비위원회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실천하도록 전면 재조직되어야 합니다.

2013년 1월 28일 

한국문화신학회 전현직 회장단 및 회원 일동

이용필 (fee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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