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쌍용차 정리해고 요건 조작을 파헤쳐야 한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28일자 기사 '"쌍용차 정리해고 요건 조작을 파헤쳐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쌍차 국정조사 릴레이 기고] 정리해고의 반사회성과 쌍용차 국정조사의 필요성

편집자주: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일반 시민들도 쌍용자동차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국정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납득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에 여섯 회에 거쳐 각계 각층의 필자들이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릴레이 기고’를 하기로 했다. 이 기획은 프레시안과 미디어스에 연재된다. 첫 번째 글은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의 글이다.

▲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 등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쌍용차 범대위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정리해고란 노동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해고를 말한다. 통상해고나 징계해고는 통상 소수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그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정리해고는 경영부진, 생산성 향상이나 기술혁신 등을 이유로 다수 노동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로 인한 고용불안과 실직자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비용절감을 위한 정리해고, 기술혁신과 자동화에 따른 잉여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청년실업과 조기정년 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투자유치를 명분으로 유입된 해외자본들이 국내기업을 인수하면서 생산을 통한 정상적인 이윤 획득이 아니라 단기간의 영업실적 호전에 따른 고배당이익을 얻기 위하여 경영상황과 관계없이 상시적으로 인적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함으로써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정리해고는 노동자에게는 해고를 당할만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하였거나 일신상의 사정이 전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사용자의 경영상 필요나 사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바로 정리해고의 반사회적 성격이 놓여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리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 정리해고제도는 기업경영의 악화 등과는 무관하게 오히려 사용자의 편의적인 인력감축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정규직을 없애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기 위한 방편으로(시그네틱스), 생산설비와 주문물량을 해외로 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콜트·콜텍 악기, 한진중공업, K2코리아),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방편으로(구미KEC), 노조를 파괴하고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편으로(흥국생명), 기업 M&A 내지 수백억원의 유상증자를 위한 방편으로(풍산마이크로텍), 기술유출 목적을 달성한 후 자본을 철수하기 위한 방편으로(쌍용자동차) 사업장 이전, 인원축소를 통한 인건비 절감, 노조파괴, 자본철수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리해고가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경우를 보자. 한진중공업은 2006. 2.경부터 노동조합 몰래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설립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알게 된 금속노조는 해외에 대형조선소가 신설될 경우 국내 조선소인 영도조선소의 물량감소로 인해 고용불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회사에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그 결과 2007. 3. 24. 특별단체교섭합의서를 체결하고 제2조에서 ‘국내물량 확보 및 조합원 고용보장’이라는 제목 하에 “(1) 회사는 국개 수주량 3년치를 연속해서 확보토록 최대한 노력한다. (2) 회사는 현 수준의 적정인력을 유지하며 경영상의 이유로 국내공장의 축소 및 폐쇄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특히 해외공장 등으로 인해 국내공장 조합원의 고용불안이 발생치 않도록 한다. (3) 회사는 해외공장이 운영되는 한 조합원의 정리해고 등 단체협약상 정년을 보장하지 못할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합의하였다.
그런데 한진중공업은 위 노사합의서에도 불구하고 뒤로는 필리핀 현지법인을 통해 2006년 14척, 2007년 20척을 수주하고, 2010. 6.까지 상반기에만 23척을 수주하면서도 국내 영도조선소의 수주는 “0”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2011. 2. 11. 한진중공업은 무려 4년에 걸쳐 선박수주가 없다는 이유로 영도조선소 노동자 17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던 것이다. 2010. 12. 20.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노사합의에 위반한 회사의 정리해고에 반대하기 위하여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그 이듬해 1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랐던 것이다. 희망버스를 탄 시민들의 연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의 결과로 2011. 11.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는 정리해고자 1년 내 재취업, 고소고발 취하와 손해배상 최소화 등에 합의하였다.

▲ 26일 밤 울산시 북구 명촌동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철탑농성장에서 열린 '현대차 철탑농성 100일 희망과 연대의 날' 행사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 및 시민단체 회원 등이 촛불을 들고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위 합의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손해배상소송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청구금액을 158억원으로 증가시켰고, 회사의 개입 하에 기업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대한 파괴를 시도하였다. 그 가운데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최강서 조직차장은 회사의 비열함에 대항하여 손해배상철회와 민주노조사수를 유서로 남기고 자살하였다. 정리해고는 노사합의에 반하는 명백한 위법행위이고, 이에 대항한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사합의를 지키려던 정당방위였음에도 오히려 합의위반자인 회사가 피해자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뒤엎어진 현실 앞에서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하는, 거꾸로 된 현실을 어찌 맨 정신으로 견딜 수 있었겠는가? 정리해고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동전의 양면처럼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는 수갑과 같다.
쌍용자동차로 돌아와 보자. 쌍용자동차는 IMF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과 쌍용자동차 전 직원의 노력으로 2002년 3,000억원, 2003년 6,000여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정도로 정상화되었다. 그런데 2004. 10. 정부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외매각을 강행하여 중국 상하이차에 쌍용자동차를 매각했다. 상하이차는 인수시 10억 달러(1조원) 상당의 투자를 약속하였으나, 인수 후 기술개발, 생산능력 확대, 판매망 확충 등 쌍용자동차 발전을 위한 어떤 투자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도리어 상하이차는 매국적인 국내 경영진들과 공모하여 기술이전이라는 명목으로 쌍용자동차가 보유한 첨단기술을 가져가거나 빼돌리는데 주력하였고 상당 부분의 핵심기술을 불법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상하이차는 자동차첨단기술의 ‘이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후인 2008. 12. 운영자금이 없다며 7,000여명의 직원 중 3,500명을 정리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통보했고, 2009. 1. 일방적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가 생산하는 SUV차량의 핵심기술을 확보한 후 자본철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쌍용자동차가 심각한 부실상태에 있는 것처럼 자금을 고갈시켜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유동성 위기를 조장했다. 유동성 위기라는 기획부도와 함께, 국내의 매국적인 경영진, 그리고 안진회계법인과 공모하여 유형자산손상차손의 과다계상이라는 희대미문의 회계조작을 통해 ‘부채비율’을 뻥튀기함으로써 재무구조적 위기를 만들었다. 유동성 위기와 재무구조적 위기를 조작하여 정리해고를 위한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나아가 삼정KPMG는 쌍용자동차의 경영정상화 방안 검토보고서에서 차량 대당 생산시간을 나타내는 HPV지수의 출처를 조작하여 마치 실제인 것처럼 만들고, 그 지수를 비교하여 다른 자동차회사보다 생산성이 2배 이상 떨어지므로 HPV지수를 5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2,646명의 정리해고 인원을 산출하였다. 그런데 정작 (쌍용자동차가 생산하는) SUV차량의 HPV지수를 비교해본 결과, 쌍용자동차의 것이 다른 국내 자동차회사의 것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기업회생을 전제로 할 경우 정리해고를 해야 할 인원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조작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정리해고 인원수 산정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것이었다면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 위법한 부당해고는 무효이므로 해고된 노동자들은 복직되어야 한다는 법적 결론에 이르게 된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요건 및 인원수 산정의 근거에 대한 조작 여부는 회사가 정리해고자들과 희망퇴직자들의 복직에 대한 법적 의무를 져야 하는지 아닌지를 가늠 하는 핵심적인 열쇠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정리해고 요건 조작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불필요하게 되었단 말인가? 무급휴직자가 복직한다고 해서 정리해고 요건 조작 문제가 사라지기라고 했단 말인가? 무급휴직자는 휴직기간이 끝나면 복귀할 상태였던 것일 뿐 무급휴직자의 복직 합의가 정리해고의 불법성 판단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전혀 관계없는 것을 마치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쌍용자동차와 기업노조, 그리고 정체모를 평택시 단체들의 억지는 도를 넘고 있다. 위법하게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게 나의 밥그릇을 위해 희생과 죽음을 강요하는 잔인함이다.
정리해고는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무덤이다. 따라서 정리해고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의 구비라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정리해고로 회사 밖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을 이해시키고자 한다면 집권여당은 스스로 약속한 국정조사를 통해 정리해고가 적법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면 될 일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불법행위(정리해고 요건 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법치국가로서의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일이다. 정의를 세우고 그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회적․정치적 노력을 국제신인도 훼손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스스로 거부하는 몰염치이고,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심의 발로이다. 쌍용자동차와 기업노조의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가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술수가 아니었다면, 여야가 진상규명을 위해 약속했던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은 신뢰 사회와 민생을 말하기 전에 당의 공식 입장이었던 ‘국정조사- 대국민 약속’부터 지켜주기 바란다. 

▲ 박근혜 당선인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해야 한다. ⓒ뉴스1

권영국 / 민변 노동위원장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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