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수요일

[사설]‘글로벌 삼성’ 실추시킨 후진적 불산 누출 사고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29일자 사설 '[사설]‘글로벌 삼성’ 실추시킨 후진적 불산 누출 사고'를 퍼왔습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지난 27일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는 ‘글로벌 일류 기업’에서 일어났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후진적 사고의 전형이었다. 사고 원인, 발생, 대처, 수습 등 모든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다. 첨단 생산라인에서 유독물질이 새는 사고가 발생한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지만 대처와 수습 과정까지도 엉터리이다 못해 악의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불산 누출 경보기가 울린 뒤부터 협력사인 STI서비스가 수리에 들어갈 때까지 10시간 넘게 삼성은 사고 현장과 주변 노동자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인근 주민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비닐봉지로 누출 부위를 막아놓고 조업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리에 나선 작업자들도 방재복 등 안전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결국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더 어이가 없는 일은 사고 발생 25시간 뒤에, 그것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사고 신고를 한 점이다. 저장탱크 밸브 관리 소홀, 직원 안전 외면, 늑장 신고에다 사고 축소·은폐 의혹까지 그간의 유독물질 사고 가운데서도 최악의 요소를 모아놓은 듯하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으로 삼성 내부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독주체제가 가져온 오만과 비밀주의, 책임회피 등 그동안 외부에서 제기해온 폐쇄적 기업문화가 돈벌이에서는 초일류일지 몰라도 다른 면에서는 존중받지 못하는 요인이 아닌지 이 기회에 깊이 성찰했으면 한다.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고 노동자 백혈병 발병 사태에 책임지지 않는 등 그간의 태도가 이번 사태와 무관할 수 없다. 지난해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올해 상주 염산 누출 사고와 청주 불산 누출 사고 등 최근 영세업체에서 연이어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사고의 교훈도 삼성에는 통하지 않았던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환경부나 지자체로부터 지도 점검을 받지 않은 것도 결과적으로 화근이 된 셈이다.

후진적인 유해화학물질 사고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번 사태의 진상부터 철저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사고 은폐 의혹부터 규명할 필요가 있다. 사고를 일으키는 것도 키우는 것도 은폐가 가장 큰 원흉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알려진 것도 강남성심병원 측이 사망자의 사인을 ‘불산 중독’이라고 영등포경찰서에 신고하면서였다. 삼성은 잘못을 숨김 없이 인정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진정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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