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수요일

국민 돈으로 ‘퍼주기 대출’… 부실 땐 책임 안 져 ‘도덕적 해이’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29일자 기사 '국민 돈으로 ‘퍼주기 대출’… 부실 땐 책임 안 져 ‘도덕적 해이’'를 퍼왔습니다.

ㆍ이명박 정부 ‘4대 서민금융’ 연체율 두자릿수 육박

이명박 정부의 ‘4대 서민금융’ 연체율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등 ‘퍼주기’에 따른 부실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자기부담이 적은 기관일수록 상품 연체율이 급등해 ‘기관의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정부는 서민금융 공급을 많이 했다며 연체율이 높은 자산관리공사(캠코), 미소금융중앙재단,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에 대해 포상했다. 감사원은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자 최근 서민금융을 운영하는 주요 기관에 대한 감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 자체 자본 한푼도 없는 캠코바꿔드림론 자격 요건 완화대출 늘자 대통령 표창 받기도

29일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캠코가 운영하는 바꿔드림론 연체율은 9.1%로 6개월 만에 2.0%포인트 뛰었다. 바꿔드림론의 재원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중 당초 은행이 받아갔어야 할 7000억원이다. 이 재원으로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하고 캠코가 운영하고 있다. 캠코 자체 자금은 한 푼도 없다. 

캠코는 바꿔드림론의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대출을 늘렸다. 바꿔드림론은 2009년 1431억원 나갔지만 지난해 대출액은 5배인 6727억원이었다. 캠코는 이 공로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자격요건 완화는 연체율 급등으로 이어져 1년 만에 5.9%에서 9.1%로 치솟았다. 캠코 관계자는 “대출이 늘면 연체율도 당연히 느는 것”이라며 “서민 지원을 위해 만든 상품인 만큼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캠코가 연체율 급등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는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용회복기금이 고갈돼도 캠코 출자액이 없어 경영성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은행 돈을 가져다 대출하고 그 성과로 상을 받고도 부실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작 불똥이 튄 쪽은 국민행복기금이다. 당초 국민행복기금은 신용회복기금 8700억원과 캠코 출자금 7000억원 등으로 종잣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바꿔드림론 부실과 채무조정 운용과정에서 신용회복기금이 55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서는 3000억원을 더 출자해 1조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햇살론도 지난해 12월 말 연체율이 9.9%에 달해 두 자릿수를 목전에 뒀다. 햇살론 연체율은 1년 전 4.8%였지만 1년 새 2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햇살론 대출액은 26% 늘었다. 햇살론은 지역신용보증재단이 95% 보증을 선다.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농·수협 등 대출 금융회사는 5%만 책임을 진다. 사실상 금융사 부담이 거의 없는 셈이다. 햇살론의 정부 보증은 당초 80%였으나 상호금융권이 대출을 줄이자 정부가 담보비중을 높여줬다. 

새마을금고는 취급 금융기관 중 햇살론을 가장 많이 대출한 공로로 지난해 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8월 말 연체율이 13.4%로 취급 기관 중 연체율이 가장 높다.

휴면예금과 시중은행 및 대기업 제조업체의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미소금융도 연체율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연체율은 5.7%로 1년 전보다 2.6%포인트 높아졌다. 연체율이 높아지자 지난해 대출량을 전년(3107억원)보다 줄인 2746억원으로 제한했다. 현장에서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한 셈이다. 미소금융은 재원이 고갈되면 재단 자체가 해체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체율에 민감하다.

이들 서민금융과 달리 은행권 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는 새희망홀씨대출은 연체율을 2%대로 유지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시중은행 자금 100%가 투입된 새희망홀씨대출은 3조5211억원을 대출해 서민금융 중 가장 많은 대출을 해줬다. 그러면서도 연체율은 2.4%에 그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새희망홀씨는 정부 보증이 없다 보니 아무래도 은행들이 신용조사와 대출심사를 더 성실하게 하는 측면이 있어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기 돈을 쓰는 금융회사는 자신들 책임이니까 직접 사업장에 가서 상환가능성을 살펴보는 등 꼼꼼하게 챙기는 것 아니겠느냐”며 “추가적인 재정투입이 힘든 시점에서 상품의 연체율이 급등하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려”라고 말했다.

박병률·김지환·이호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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