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1일 목요일

굶주린 세자매, 2년간 방치된 삶…누구의 관심도 없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913-01-30일자 기사 '굶주린 세자매, 2년간 방치된 삶…누구의 관심도 없었다'를 퍼왔습니다.

반지하 주택들/ <한겨레> 자료 사진

아빠·엄마는 찾아오지 않았고
중학교 의무교육조차 못받아
이웃들은 처지 전혀 알지못해
“복지 사각지대 없앨 체계 필요”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다가구주택 반지하 월세방에서 발견된 10대 세 자매는 곰팡이가 핀 작은 방에서 몹시 추운 날에도 난방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세 자매는 모두 영양실조 상태였고, 둘째(18)는 잦은 발작과 허리디스크, 정서불안 등을 안고 있었다. 막내(15)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관절 골절로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여 발견 즉시 긴급수술을 받았다. 가족뿐 아니라 학교, 이웃, 지방정부 모두 세 자매를 2년여 동안 방치해 온 것이다.세 자매의 어머니는 2001년 이혼한 뒤 연락이 끊겼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는 애인에게 매달 80만원을 부쳤고, 아버지의 애인은 월세 23만원, 생활비 15만원을 세 자매에게 부쳤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은 지난 2년 동안 세 자매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학교도 이들을 품지 못했다. 세 자매는 최소 3년 이상 학교 울타리 밖에 있었고, 의무교육인 중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첫째(19)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 학력을 얻었고, 둘째는 중학교 2학년 때 중퇴했다. 셋째는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고양시청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돼 있고, 학교에서 중퇴할 때에도 보호자에게 연락을 한다. 이들이 어떻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게 됐는지 조사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정서불안 상태라서 조사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부실한 관리시스템을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상급학교 미진학 청소년이 전체의 4%, 학업 중퇴율이 1%에 이른다. 탈학교 청소년이 전체의 5%에 이르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장기결석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교육사회학)는 “학교가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사회에서 배제되고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웃들도 세 자매의 처지를 알지 못했다. 성현상 고양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세 자매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이웃들이 전혀 몰랐다. 자매들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첫째만 간혹 먹을 것을 사러 외출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 달에 불과 15만원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아무런 복지혜택도 받지 못했다. 고양시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아이들의 친권을 가진 부친이 실제 아이들을 부양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엔 직권조사를 해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지만, 세 자매가 외부와 접촉이 없다 보니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30일 세 자매를 응급 지원대상자로 지정했고, 병원 치료비와 전세임대주택 등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2011년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 결과 1만4127건(지원 68.8%), 지난해 일제조사에서도 1만6160건(지원 46%)의 사례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들은 교각이나 옥외에서 떠도는 사람들일 뿐, 이 자매들처럼 보호자가 있는 가정집의 취약계층은 아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세 자매처럼 부모가 버젓이 있는 집안까지 뒤질 순 없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웃의 각별한 관심과 신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정익중 교수는 “방치된 아동과 청소년들이 스스로 지원을 요청하고 자구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일차적으로 학교가 방치된 학생들을 찾아내야 하고, 장기결석자 등의 명단을 지자체에 보내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형중 박경만 이유진 기자 hjyoon@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