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1일 목요일

“안철수가 오든 안오든 민주당은 개혁해야 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31일자 기사 '“안철수가 오든 안오든 민주당은 개혁해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정해구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장…“국민신뢰 되찾는 것이 핵심”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처음엔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 뿐 아니라 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많은 인사들도 이 자리를 거부했다. 민주통합당이 침몰직전인데다 정치혁신과 관련된 어떤 결론을 내도 ‘욕을 먹기 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내가 문재인 캠프에 있었으니 당사자로서 책임이 있는데 혁신위원장으로 가는 것이 모순”이며 “선거 끝나고 ‘멘붕’이어서, 그냥 있어도 힘든데 패배한 정당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결국 정 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의 지속적인 요구를 수용했다. 정 위원장은 “한편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 민주통합당이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그것이 충분히 이해도 가지만 누군가는 그 잘못 속에서 쇄신을 하던 혁신을 하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마음이 약해져서 최종적으로 받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해구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9일 오후 성공회대 정 위원장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정해구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 ‘정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정치에 혁신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정치에서 혁신할 대상은 무엇인가?“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평가위원회와 혁신위원회 두 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말이 혁신이지 어디서 어디까지라는 범위가 없다. 다만 혁신이라면 대안을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대안을 만드는 것은 제도다.
그런데 혁신위원회를 하면서 보니 각자가 생각하는 혁신의 개념이 조금씩은 달랐다. 어떤 사람들은 제도를 중심으로 얘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인적쇄신 얘기도 한다. 이는 앞으로 토론해 나가면서 조절해 나갈 것이다. 다만 평가위가 사람이나 과정에 대한 평가가 될 것 같으니 우리는 제도나 문화를 개선해 대안을 만드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 전당대회 일정이 나와 봐야겠지만, 비대위 유효기간이 3월 말~4월 초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짧은 시간 안에 어떤 혁신안을 도출할 수 있을까?“전당대회시기를 놓고 내부에서 논쟁 중이다. 일단 우리는 2월 말까지 골격은 만들 것이다. 그래야 전당대회가 3월에 열려도 이에 맞출 수 있다. 교수들의 경우 3월에는 개학도 하니까. 일단 설 이전까지는 무엇이 문제인지 주제토론을 하고 설이 끝나면 문제점을 바탕으로 대안을 만들어 낼 것이다.”
- 정치혁신위원회의 과제와 목표는 무엇인가?“우선 계파문제가 제기됐다. 계파의 이익에 당이 좌우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그와 더불어 당이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재보선에만 져도 지도부가 물러나니 밖에서 보기에 안정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파문제를 해소하고 리더십을 만들어내 당을 안정시키는 것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것이 핵심이다”
- 어느 정당이나 계파는 존재한다.“계파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의견그룹의 형성은 좋은 현상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부정적 의미의 계파이다. ‘어느 계파에 줄을 서야 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지금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 대부분은 이를 승복하지 못한다. 계파의 영향이 있고 경선룰이 공정하지 못해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 내부 인사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당을 좀먹고 있다.”
- ‘윗선’에서 결정하는 공천제도가 있다면 이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원래 공천문제를 오늘(29일) 토론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일단은 문재인 후보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재 위에서 내려오는 공천제도를 아래로부터 바꾸겠다는 방향정도를 제시한 것 같다. 다만 아래로부터의 공천을 만들려면 당 조직기반이 잘 관리돼야 한다. 지금 민주당 당원이 200여만 된다고 하는데 대다수가 허수인 모양이다. 주소가 바뀌어 연락이 안 되는 당원도 많다더라. 실제 당비를 내는 당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상향식을 해도 아래가 튼튼해야 하는데,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논의해봐야 한다.”
- 새누리당도 하향식 공천시스템은 똑같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별다른 잡음은 나지 않았다. 리더십의 문제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는 것 아닌가?“잡음이 안 생긴다는 것은 굉장히 공정하던지, 아예 한 사람이 공천권을 잡아 밑에서 무서워서 복종을 하던지 두 가지이다. 새누리당은 후자 쪽인 것 같다. 민주당은 당이 권위를 가지고 공천의 룰을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18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28일 정치혁신위원회의 첫 발표가 국회의원 기득권 포기다. 의원연금 폐지는 동의될 수 있지만 세비 30% 삭감안은 논란이 있다. 국회의원의 세비를 철저히 감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의정활동에 필요한 세비까지 삭감하는 것은 국회의원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다.“실제로 다른 것은 동의가 됐지만 30% 세비 삭감은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합의사항 중 하나가 ‘세비심의위원회’를 국회에 만들어 국민들이 심사토록 하자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를 국회의원 스스로 결정하면 모순 아닌가?
어제 발표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국회 세비심의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2월 임시국회까지 적절한 수준의 세비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중 세비 30%삭감을 의총에서 결정했으니 민주당이 자신의 결정에 적극 나서라는 것이다.다만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반론이 많기는 많더라. 의총 결정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모양이다. 의원들 전체 의사를 다 수렴한 것은 아니라는 불만이 있다. 의원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은 내부 문제이지 국민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 앞에서 결정한 것이니 실천해야 한다”
- 당내 혁신도 관건이지만 결국 민주당도 한국정치에서 기득권 정당이다. 현 선거구제 하에서는 민주당의 기득권이 유지될 수밖에 없고 사회 여론의 다양한 통로를 구축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정치혁신위원회에서 선거구제 개혁은 논의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혁신위)의제로는 안 들어가 있다. 다만 권역별 비례대표제 얘기가 대선 기간 동안 나왔고 이를 본격토론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비례대표는 늘려야 한다고 본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좋지만 그것이 안 되면 비례 의석이라도 늘려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지역구 200석 대 비례 100석을 얘기했는데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본다.”
- 내부 혁신도 그렇지만 한국정치 전반에서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대선캠프 정치혁신위원회에서 의제는 나왔다. 그걸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번 비대위 정치혁신위원회에서 요구되는 것은 민주당의 대선 패배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부 쇄신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시간에 다 다룰 수 없었고, 대선 기간 나왔던 일반 정치일반에 대한 문제는 배제했다.”
- 비례대표 확대 문제나 대선결선투표제 등은 문재인 후보의 공약 아닌가?“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내세운 것은 민주당이 당 공약에 준해 따라야 한다. 민주당의 공식공약이다.”
- 애초 ‘혁신’ 의제도 이른바 ‘안철수 현상’으로부터 나왔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전 후보의 민주당 합류를 주장했는데“안철수 현상은 한국의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로 무당파 현상이 커지면서 나왔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과는 별개로 안철수 후보 개인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안철수 후보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든 그것은 안 후보에게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에서 당에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는 하지만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문제다.
안철수 후보는 자기의 선택을 하는데 민주당이 계속 이를 요구하면 국민들은 민주당이 개혁을 회피하면서 결국 책임도 회피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안철수 후보가 들어오든 말든 민주당이 개혁할 것은 개혁해야 한다. 민주당이 균형 있게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인적·단기적 문제와 구조적·장기적 문제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이번 혁신위를 통해서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민주당을 바꿨으면 좋겠다. 구조적으로는 민주당이 제대로 작동하는 신뢰받는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고, 계파나 당내 패권주의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제도를 통해 시정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