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19일자 기사 '"주차장으로 변한 용산 남일당, 속에서 천불 난다"'를 퍼왔습니다.
[현장]눈물의 용산참사 4주기…"박근혜, 언제까지 용산 외면할 건가"
주차장으로 변한 남일당 터에 모인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경찰의 살인적인 진압으로 고 이상림·양회성·한대성·이성수·윤용헌씨 등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은 용산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바라는 이들이 19일 오후 용산참사 현장에 모였다.
삼성물산과 경찰은 4년 전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며 끝끝내 주거민들을 내몰고 그 과정에서 목숨까지 잃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 남일당 터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추모식 관계자는 "으리으리한 건물이라도 들어섰으면 덜 억울할 텐데 잡초만 무성하다"고 성토했다.
용산참사 영상 '우리가 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가 나오자 참가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차마 보지 못했다.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떨궜다. 울먹거리던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는 취재진이 플래쉬를 터트리자 손피켓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다른 유가족들도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 19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대회에서 한 유족이 조화를 들고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이어 서울역에서 열린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대회 '용산은 끝나지 않았다'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용산참사 이후 옛 남일당 터에서 미사를 올렸던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이강성 신부는 추도사에서 "용산은 마르지 않은 눈물, 멈추지 않은 고통이었다"며 "유가족들이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힘이 됐던 것처럼 우리 각자가 희망이 될 때 우리 시대가 새 세상을 열어갈 것이란 사실을 다시금 함께 다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19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언론노조)
용산참사·쌍용자동차·제주해군기지·밀양송전탑 싸움을 벌이는 '함께살자 농성촌' 촌장을 맡고 있는 문정현 신부는 함께 무대에 오른 유가족들에게 "경애의 박수 부탁드린다"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넸다.
"2000년 전 가난하고 고통 받고 빼앗긴 사람들을 대신해 골고타에서 요절한 한 청년의 주변에 어머니와 여인들이 있었다. 그 여인들이 여러분 앞에 서 있다.(…)2009년 1월20일 철거민을 대신해 공권력에 의해 맞아 죽고 불타 죽은 남성들의 여인들이 여러분 앞에 계신다. 이 어머니들은 용산참사 희생자의 어머니를 넘어섰다. 이분들은 강정으로, 쌍용자동차로, 한진중공업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탄압받는 사람들을 향해 울고 위로를 주고 있다."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한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문정현 신부. (사진제공=언론노조)
추모식에 온 이들은 '100% 국민대통합'을 약속한 박근혜 당선자에게 "용산참사를 외면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4년 전 남일당 망루에 올랐던 일로 징역 4년형을 받고 지난해 10월 출소한 김재호(57)씨는 "장사밖에 모르는 저희가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4년 동안 이렇게 (징역을) 살게 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남아 있는 동지들도 빨리 석방돼서 이곳에 함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추운 겨울에 마룻바닥에서 고생하고 지낼 동지들 생각할 때 먼저 나와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루 빨리 용산 문제가 해결되고 구속자가 사면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선우 시인의 추모시 '우리는 인간인가, 여기는 인간의 마을인가'를 대독한 영화 '두개의 문'의 김일란 감독. (사진제공=언론노조)
조희주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위원장은 "유가족들과 우리는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에 묻는다. 용산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라며 "당장이라도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국가폭력의 상징인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 조사위원회의 설치, 구속 철거민들의 즉각적인 사면 그리고 또 다른 용산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 "살인진압 진상규명, 철거민을 사면하라." (사진제공=언론노조)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여·71)씨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철거민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옥살이하고 정말 경찰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는 것이 가장 억울하다"며 "우리가 장사하던 자리가 폐허로 바뀌고 용역들 배불리는 주차장으로 변한 것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라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전씨는 또 "박근혜 당선자는 대통합을 말했지만 무엇이 대통합인지 묻고 싶다. 용산참사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 우리들의 십자가/용산, 고통 속에 잉태된 거룩한 슬픔의 성소/용산, 딛고 일어서야 할 절망과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밑바닥/우리는 인간인가. 그렇다면/인간의 마을을 포기하지 않는 참된 용기를 주소서.(용산참사 4주기 추모시 '우리는 인간인가, 여기는 인간의 마을인가'/김선우)

▲ 추모식 참가자들은 이후 시청앞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조탄압 분쇄! 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언론노조)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용산4지구 철거민 20여 명이 철거반대 및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한강로변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에 돌입하자 경찰특공대가 이를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용산참사 유족들은 이후 시신 안치된 순천향대병원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족들과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화재가 발생, 사망이 발생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또한 조현오 경찰청장,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등 책임자 처벌과 생계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이번 참사의 책임이 철거민들에게 있다며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등 철거민 9명에게 각각 징역 5~6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10월 3일 정운찬 총리가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정부가 유족들과 협상에 돌입, 12월 30일 극적으로 협상이 이뤄졌다. 그리고 2010년 1월9일 참사가 일어난 지 355일 만에 철거민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1월13일 서울 고법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미공개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을 결정했지만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에 반발해 기피 신청을 했다. 고법과 대법원은 검찰의 재항고를 잇달아 기각하지만 여전히 수사기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5월31일 서울고법은 이충연 위원장 등 7명에게 징역 4~5년, 나머지 2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족들은 지금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