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1022일자 기사 '조선-동아 '정수장학회' 보도, 이럴거면 박근혜 공개지지해야'를 퍼왔습니다.
[뉴스브리핑]박근혜 기자회견 '축소-긍정'으로 처리한 유일한 신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1일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마이크를 잡았다. ‘예상과 달리’ 입장은 강경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김지태씨는 당시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은 분이었고 처벌을 면하기 위해 재산을 헌납했던 것이다. 법원 판결도 강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아니, 아니 이건 아닌 거 같다, 일단 수정하고. 그럼에도 시비를 걸고 있으니 정수장학재단에서 이름을 바꾸는 것을 비롯해 잘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각 신문이 어떻게들 배치했는지 먼저 보자.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은 1면 톱으로 올렸다.
박근혜 ‘정수장학회 강탈’ 부인 (경향신문)
과거사 3탄, 사과는 없었다 / 박근혜 “부일장학회, 김지태씨가 부정부패로 헌납…정수장학회와 무관” (중앙일보)
박근혜 “정수장학회는 헌납받아 새로 만든 것”…강탈 부정 (한겨레신문)
朴 “김지태가 부패 처벌 면하려 헌납”..정수장학회 강탈 부인 (한국일보)
다른 신문들도 첫 기사는 다 1면에 배치했다.
朴 “정수장학회 명칭 비롯해 현명한 판단을” 최필립 자진사퇴 우회 촉구 (서울신문)
박근혜, 정수장학회 명칭 변경 제안 (동아일보)
朴 ‘정수장학회 이름 변경·이사진 사퇴’ 우회 촉구 / 崔이사장 “2014년 내 임기 끝까지 지키겠다” 거부 (조선일보)
국민일보와 세계일보는 1면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이른바 ‘친노’라고 하는 9명이 스스로 물러난 소식을 같이 묶었다. ‘그 밖의’ 편집이라고 평
하고 싶다.
朴, 정수장학회 정면돌파 - 文, 盧색깔빼기 읍참마속 (국민일보)
朴·文 악재 털고 ‘공격 앞으로’ / 정수장학회 선그은 朴 친노 읍참마속 文 (세계일보)
명칭 변경·사퇴요구..동아·조선의 고육지책 편집
그 밖의 편집은 제하고 보자. 제목에서 보듯 기자회견을 다루는 방식은 두 갈래로 나뉜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등은 박근혜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보인 인식의 문제점, ‘인혁당 판결’ 발언에 이어 이번에도 반복된 법원 판결에 대한 이해 부족 혹은 무지 등등을 문제 삼았다. 관련기사 분량이나 접근방식에서 중앙일보도 나름 궤를 같이했다.
다른 한편은 동아일보, 조선일보처럼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명칭 변경과 최필립 이사장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는 데 무게를 싣는 경우다. 이름 바꾸는 걸 제안했다는 게 그리 중요해 보였을까? 이슈를 대폭 축소시키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일단 박근혜 후보 발언의 문제점은 경향신문 기사를 일별하는 것으로도 이해에 무리가 없겠다. 경향신문은 2면 (박근혜 일부 발언, 사실과 다르다)에서 (1. 강압 없었다 / 법원 “국가가 강압적으로 주식 증여받아”), (2. 부일장학회와 다르다 / 기본재산, 김지태씨 강탈재산으로 구성), (3. 잘 운영해 왔다 / 공익재단이 사유재산처럼 관리돼 왔다) 등으로 정리했다.
신문들의 대체적인 평가도 부정적이다. (박근혜, 비판 목소리를 ‘정치 공세’ 치부…과거사 수렁 못 벗어나)(경향 3면) (朴 “김지태, 부패 처벌 면하려 재산헌납”…‘강탈’ 정면부인)(서울 3면) (박 “정수장학회 강압 없었다”…회견 뒤 “잘못 말했다” / 인혁당 판결 발언 이어 또 논란)(중앙 3면) (인혁당 이어 또 판결 무지…박근혜, 정수장학회 해명 ‘역주행’ / 인식 변화없는 박 후보 또 도마)(한겨레 3면) (전향적 해법은 없어…朴, 정치공세로 치부 ‘논란 되레 확산’)(한국 5면) 등으로 추려 봐도 그렇다.
사설도 같은 맥락. 경향신문은 (박 후보, 판결문은 읽어보고 회견장에 섰나)에서 박 후보의 ‘강압’ 발언과 정정에 대해 “박 후보가 판결문이라도 제대로 읽고 회견장에 선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세상이 뭐라든 굽히지 않는 박 후보의 불통과 비민주성을 엿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도 (‘왜곡과 오만’으로 가득 찬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인식)에서 “박 후보는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자기한테 불리한 것은 무조건 정치적 트집잡기라고 규정했다”면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또다시 확인된 것은 박 후보의 변하지 않는 아집과 편견, 국민의 정서에 역주행하는 불통과 고집”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 신문은 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는 (박근혜 정수장학회 회견, 논란 불씨만 더 키웠다)를 통해 “도대체 이런 기자회견을 무엇하러 했을까”라며 “박 후보가 직접 '콩 놔라 팥 놔라'하고 주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혹평했다.
사설은 또 “자신의 시각은 보여주지 않고 그저 ‘명칭 문제를 포함해 재단 이사진이 스스로 국민에게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힌 것은 정치적 무책임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국일보가 마지막에 지적한 대목을 두 신문에서는 주요하게 주워 담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다. 이들 신문은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그나마 정수장학회 이름 변경과 최 이사장 사퇴 우회요구를 뽑아냈다. 뉴스브리핑 서두에 거론했듯, 이슈를 줄이고 줄이려다보니 고르고 고른 게 이 정도였을 테다.
눈길 끄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그 중에서도
두 신문 가운데에서도 단 하나의 신문을 꼽자면 단연 동아일보다. 1면 기사에서 “그러나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내내 야당의 공세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정수장학회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조목조목 반박, 정면 돌파 의지…. 서술부터 남다르다.
이 같은 태도는 4면 (朴, 정수장학회 정면승부…文측 “분노” 安측 “상식 어긋나”)에서도 이어진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1일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 정면승부를 택했다.” “더이상 야권의 공세에 수세적 태도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짙은 회색 바지 정장의 ‘전투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 후보는 시종 단호함과 여유를 보이기 위해 애썼다.” “김 씨의 재산을 강탈해 정수장학회를 설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재산 ‘헌납’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기사에는 ‘원칙 앞세운 승부수 띄워’라는 작은 제목을 붙여놨고 ‘정수장학회 관련 야당 공세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반박’이라는 제목의 표를 정리했다. 동아일보 기자만 다른 기자회견을 보고 온 것일까. 입장을 떠나 뉴스브리핑 대상인 9개 신문 가운데 관련사설을 게재하지 않은 신문도 동아일보가 유일했다.
선거 때마다 우리 언론계에서는 언론의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 공개지지 문제가 제기돼왔다. 그렇게 하는 게 낫겠다는 취지에서다. 오늘자 어느 신문을 보면 차라리 특정 후보 공개지지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참으로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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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팀 / 김상철 |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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