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죽은 정수가 산 근혜 잡다”


이글은 시사IN 2012-10-30일자 기사 '“죽은 정수가 산 근혜 잡다”'를 퍼왔습니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각 캠프의 의견을 듣는다. 새누리당은 정수장학회가 한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공익재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폭탄’이 떨어졌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 회동 녹취록이 10월15일 를 통해 공개되면서, 정수장학회 논란이 대선 판을 흔들고 있다. 그동안 “정수장학회는 나와 관련이 없다”라고 부인해 온 박근혜 후보 역시 10월17일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장물이라 말하는 것은 허위 사실 유포”

이정현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

박근혜 후보가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만큼 지금 어떤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 다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보자. 정수장학회를 ‘장물’ ‘강탈’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허위 사실 유포라고 생각한다. 

정수장학회의 소유주는 개인이 아니라 재단이다. 공익재단의 재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사익이 아니라 공익에 쓰였다. 비밀리에 운영된 것도 아니다. 공개적으로 운영됐고, 감사와 조사를 받아왔다. 

정수장학회는 4만여 명에게 장학금을 계속 지급해왔고, 이는 국가 영재 육성에 쓰인  것이다. 한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재단이 아니다. 권한이 없는 사람이 관여하고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지 않나. 최필립 이사장을 후보가 알고 지내는 것과 정수장학회에 개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렇게 이야기해보자. 노무현 정권 시절이던 2006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2007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1조원을 내놓았다. 두 분 다 각 회사와 관련된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그럼 이것은 노무현 정권이 삼성과 현대로부터 강탈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정권의 장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와 별개로 도청 의혹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사회적 범죄다. 이사회도 아니고 공식 회의도 아닌 수준의 대화 내용이 알려진 경위에 대해 도청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도청은 피해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사회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새누리당도 모르고, 박근혜 후보도 모르는 내용을, 민주당이 계속해서 정치 공세로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10월17일 역사정의실천연대가 정수장학회 환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외계 생명체?

배재정 (문재인 캠프 비서실 부실장)


그는 불리하면 꼬리를 자르고, 틈이 보인다 싶으면 겉모습을 바꾼다. 도마뱀도 아니고, 그렇다고 카멜레온도 아니다. 지구상에 이런 생물체가 없는 줄 알았는데 서울 여의도에 산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다.

이른바 ‘정수장학회 대선 개입 사건’이 폭로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그 사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쪽은 관련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며, 때로는 엉뚱한 방향(도청을 당했다며)으로 몰아가려 했다.

하지만 최필립 이사장이 실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매각을 논의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고, 여전히 ‘바꿔, 말아’ 종잡기 힘든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들은 사건이 터지자 정수장학회와 긴밀히 연락하며 대책을 주도했다. 박근혜 후보와 정녕 관련이 없다는 근거를 하나만이라도 제시해달라!

매각, MBC 민영화 등 워낙 인화성이 강한 ‘화약고’가 터진 탓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에 전율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의 ‘치밀함’이다.

최필립 이사장이 애초 매각을 발표하려 한 날짜는 10월19일. 공교롭게도 전날 노동조합의 선거가 있었다. 경선으로 치른 이번 선거에서 정수장학회와 회사 쪽은 분명한 노림수가 있었다.

김재철 사장도 꾸준히 준비해왔다. 폭로된 대화록에도 나왔지만, MBC 민영화는 전임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때부터 BH(청와대)의 하명으로 추진돼 왔다. 김 사장은 먼저 보수 신문 인터뷰를 통해 운을 띄우고, 전략기획실에 검토를 지시했다. 최종적으로 최필립 이사장과 만나 각자 준비해온 패를 맞춰본 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을 특사로 보내 계획을 완성하려 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새삼 지금의 여권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들의 지금 이름은 새누리당이지만 뿌리는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이다. 잘못된 과거사, 정수장학회를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아닐까.

 지금은 유신 주간, 죽은 정수가 산 근혜 잡다

김영필 (안철수 캠프 분석대응실 분석대응팀장)


10월 유신(1972년 10월17일), 부마항쟁(1979년 10월16~26일), 10·26사건(1979년 10월26일). 정치 캘린더에 나오는 10월의 주요 일정이다. 모두가 연관성이 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영구독재를 획책하고자 10월 유신으로 헌법과 국민 위에 대통령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10월 유신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끝장낸 게 부마항쟁이다. 부마항쟁의 결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신의 심장을 쏜 10·26사건으로 나타났다.

10월 유신으로부터 40년, 부마항쟁과 10·26사건으로부터 33년째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 선거 와중에 유신의 잔영이 선거판을 오염시키고 있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공방이 바로 그것이다.

정수(正修)장학회. 한자 이름으로 해석하면, 바르게 익히다. 장학회 이름으로는 크게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이것이 박정희(朴正熙)의 정(正)에, 육영수(陸英修)의 수(修)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장학회의 전신이 5·16장학회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의 장물로 탈취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더더욱 다르다.

정수장학회는 유신 잔재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필립이 아닌 박근혜 후보가 있다. 박근혜 후보는 10월17일 최필립 이사장의 진퇴 문제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어떤 생각을 내놓을지 모르겠으나 그 말만으로도 역시나 박 후보는 유신의 꽃임에 틀림없다. 박 후보는 5·16과 유신을 합리화하고, 정수장학회 등 유신 잔재 청산을 미루고 있다. 반민주적 소수 특권정치를 유지하겠다는 신호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선거 전략에 경의를 표한다. 한여름 불구덩이를 향해 돌진하는 풀벌레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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