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방통심의위, 정치활동 수용 결정의 파장은?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30일자 기사 '방통심의위, 정치활동 수용 결정의 파장은?'을 퍼왔습니다.
“엄광석 위원, 버티기 능사 아니다” 시민사회, 1인시위 예고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엄광석 심의위원(좌)와 박만 위원장(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비상임 위원의 정치활동을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논란은 방통심의위 엄광석 위원이 지난해 9월 심의위원 신분으로 인천지역 19명에게 박근혜지지 모임인 ‘인천희망포럼’ 가입 유도를 위해 70만원 상당의 식사 접대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엄 위원은 지난 4월 인천지법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8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항고를 포기, 지난 7월 1심 판결이 확정됐다.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현직 심의위원이 특정 정당의 대선후보를 위해 뛰었다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지난 전체회의에서 엄광석 위원에 대해 “현행 법률상 문제없다”며 비상임 심의위원에 대한 정치활동을 용인하는 결정을 내렸다.
시민사회는 당장 31일부터 방통심의위가 위치한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엄광석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박만 위원장 “비상임위원, 정치활동해도 법률상 문제없다”

○엄광석 선거법 위반 사건 경위○
2011년 8월 22일 : 엄광석 당시 심의위원 신분인 때, 인천 옹진군 영흥명 식당에서 지역주민 19명에게 박근혜지지 모임인 '인천희망포럼' 가입유도 7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
2012년 4월 20일 : 인천지법 형사 13부(부장판사 송경근) 공직선거법 위반(275조) 벌금 80만원 선고
4월 26일 : 검찰, 항소장 제출 "벌금형이 너무 가볍다"
4월 27일 : 엄광석 변호인 '법무법인 명문', 항소장 제출
6월 18일 : 엄광석 변호인 '법무법인 명문', 항소취하서 제출
7월 5일 :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 검찰의 항소 기각
7월 12일 : 항고기간 만료 1심 확정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9조(겸직금지) 3항 “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엄광석 위원의 선거법 위반 행위는 해당 조항에 근거해 “문제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만 위원장은 동법 제20조(심의위원의 신분보장 등) 3항 “심의위원장, 부위원장 등 상임인 위원의 겸직금지 등에 관하여는 제9조를 준용한다”는 조항을 이유로 비상임인 엄광석 위원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날 결정은 비상임 방통심의위원이라면 설령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캠프에 들어가 활동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 방통심의위에서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재정 의원실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보는 도덕적 기준이라는 게 있다”며 “그에 비춰보면 엄광석 위원의 정치활동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지난 국감기간 엄광석 위원의 선거법 위반 확정 사실을 제기하고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엄광석 위원은 본인의 직무에 비춰봤을 때에도 그에 맞게 자세를 낮추고 최소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라고 해야 할 입장인데 ‘나 몰라라’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엄 위원의 정치활동이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그는 법원으로부터 명백하게 현행법상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최소한의 사과라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비상임 위원도 상임과 같은 동등한 위치”…1인시위 예고

한국언론정보학회장 정연우 교수(세명대 언론광고학부)는 “방통심의위는 방송보도 등 민감한 것을 심의하는 곳으로 비상임 위원은 상임위원과 동등하게 참여해 해 한 표를 행사한다”며 “심의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은 가장 기본적 요건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면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우 교수는 “법적인 미비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가 심의한다면 국민 누구나 문제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방통심의위 존재 자체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엄광석 위원은 지난 4·11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중·동·옹진 김정용 예비후보 사무실을 찾아 지지를 선언했던 전력도 있어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31일부터 엄광석 심의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위원에 엄격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기획국장은 “특정 대선후보를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판결 받은 사람이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미비를 이유로 엄 위원을 두둔한 박만 위원장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만 위원장에게 해임권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박경신 심의위원에 대해 ‘경고 성명서’를 채택했던 것에 비춰본다면 최소한 엄 위원에 대한 사퇴 권고라도 했어야 옳았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한편, 31일 오후3시 엄광석 심의위원이 참여하는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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