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사설]나로호, 철저하게 준비한 다음 발사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28일자 사설 '[사설]나로호, 철저하게 준비한 다음 발사해야'를 퍼왔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가 다음달 중순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 3차 발사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발사관리위원회를 이번주 초 연다고 그제 밝혔다. 이것은 결국 이달 내 발사가 물 건너갔음을 의미한다. 발사 준비에만 사흘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사 예정기간 시한인 모레를 넘기지 않고 발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발사 예정기간을 잡으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다음달 중순쯤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발사 1주일 전 국제해사기구에 발사 일정을 미리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기술진은 나로호 하단부 연료탱크 연결관(CD-2) 이음매를 밀봉해주는 실(고무로 된 이음고리) 파손 상태를 확인했다. 미국 챌린저호가 이륙한 뒤 73초 만에 폭발해 승무원 6명이 목숨을 잃은 것도 나로호 밀봉용 실과 같은 성격의 부품이 망가진 때문이었다. 나로호 발사 직전 헬륨가스가 샌 것 또한 실이 망가져 틈이 생긴 탓인지, 아니면 틈이 먼저 생겨 실을 파손시킨 것인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기간 풀릴 문제도 아니라고 한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나마 발사하기 전에 미리 문제점을 발견한 게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이미 두 차례 발사 실패를 겪은 나로호로서는 서둘러 발사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 철저하게 보완하는 것이 우주강국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길게 봐야 한다. 발사의 성패와 관계없이 나로호 발사는 하단부 제작을 맡은 러시아와의 계약에 따라 이번이 마지막이다. 우리는 독자적인 우주개발 사업을 추진해 2021년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기술개발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우주개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미국 기술을 이전받았다. 나로호 발사체 개발과 관련해 러시아와 불평등계약을 했다고 말들이 많지만, 선진 개발국들이 기술이전을 꺼린 데다 그나마 러시아만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우주기술 개발은 엄청난 뭉칫돈에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맞물려야 가능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철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로호 발사 연기를 유비무환의 소중한 기회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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