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사설] 이 대통령 일가의 치졸한 특검 수사 방해공작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30일자 사설 '[사설] 이 대통령 일가의 치졸한 특검 수사 방해공작'을 퍼왔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특검 수사에 저항하면서 교묘한 방해공작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아들 이시형씨가 검찰 서면답변을 번복해 혼선을 초래하더니 이번엔 변호인이 특검에 시형씨의 재소환을 자제하라는 등 황당한 주문을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수사 착수 직전 외국으로 떠나 조사 일정에 지장을 초래했던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는 소환 날짜를 두차례 미뤄 내일에야 특검에 나온다.그런가 하면 특검 수사를 시작한 게 언제인데 최근까지도 예산을 지급하지 않아 이광범 특검이 자비로 운영비를 조달해왔다니 현직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졸렬하게 해야 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예산 지급을 늦추는 것은 가장 치졸하면서도 악질적인 수사 방해 행위다. 뒤늦게 어제에야 특검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뒷맛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이시형씨 변호인인 이동명 변호사는 엊그제 특검을 찾아와 세 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시형씨는 할 말 다 했으니 재소환을 자제해주고, 수사 내용 누설을 말며, 청와대 직원들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소환되고 있으니 이 또한 자제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특검은 시형씨 재소환 여부는 결정된 바 없고, 수사 내용을 누설한 바 없으며, 소환이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한다.이렇게 무례하고 고압적인 변호인의 주문은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들다. 이런 주문 자체가 외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 사건 의뢰인도 아닌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소환 문제까지 자제 운운한 것은 본분을 한참 벗어난 일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어제 변호인의 이런 행동에 대해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며 두둔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방문이었음을 확인해주는 셈이다.이상은씨는 엊그제 6억원은 조카 시형씨의 직접 부탁으로 빌려주게 된 것이라고 변호인을 통해 설명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을 사건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보관중이던 현금 10억원도 동생인 이상득 전 의원 선거자금용이었다고 했다. 같은 동생인데 누구는 거저 주려 했고 누구는 차용증 받고 빌려줬단 얘긴가. 논현동 집을 담보로 20억원을 빌려놓고, 6억원은 별도로 이상은씨한테 빌렸다는 것도 이상하다. 앞뒤 안 맞는 해명들이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검찰에 낸 서면진술서도 대리작성한 것이라니, 검찰의 엉터리 수사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런 걸 다 수사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대통령 일가의 협조가 필요하다. 아무리 임기 말이라도 더는 추한 꼴 보이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수사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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