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뉴스타파'의 비결, 모두가 귀신에 홀린 듯한 열정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26일자 기사 ''뉴스타파'의 비결, 모두가 귀신에 홀린 듯한 열정'을 퍼왔습니다.
[스케치] 팽팽한 긴장감 묻어나는 뉴스타파 제작현장을 가다

"칼럼 녹화 들어가겠습니다"
숨 가쁘게 움직이던 사무실에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녹화 직전 제작진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사무실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던 최용익 MBC 전 논설위원도 옷매무새를 매만진다. 그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금세 사라지고 제작팀에 긴장이 흐른다. 촬영 조명이 켜지고 프롬프터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짝!" 제작PD의 박수 소리와 함께 최 전 위원의 논평은 시작된다.

▲ <뉴스타파> 제작팀은 야근도 마다하지 않으며 제작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미디어스

"박근혜 후보의 말에는 오만과 독선이 묻어납니다" "쿠데타 집단의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 권력의 재산 강탈은 강도행위" 등 공중파 방송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날카롭고 예리한 논평이 계속 이어진다. "다시 갈게요" 발음이 꼬인 최 전 위원을 향해 제작 PD가 손을 내젓는다. 베테랑 기자도 카메라 앞 실수는 피해갈 수 없었다. 이번에는 최 전 위원이 "다시 처음부터"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3번의 재촬영 끝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고 최 전 위원은 밝은 표정으로 논평을 마쳤다. 최용익 MBC 전 논설위원은 MBC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논평을 하다가 2010년 7월 방송 송출을 담당하는 편성직군으로 좌천된 바 있다.

▲ 이근행 PD와 제작진들이 영상을 편집하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미디어스

5분의 논평을 위해서는 40분이 필요했다. 카메라 촬영기자와 제작 PD, 그리고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이근행 해직 PD 등 10명 남짓한 (뉴스타파) 제작팀은 그 5분을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최용익 MBC 전 논설위원이 논평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한 쪽에서는 영상 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뉴스타파)팀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취재 영상과 멘트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이윽고 보도될 리포트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굉장히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데서 기존 언론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월 27일,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을 보인 인터넷방송 (뉴스타파)는 26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31회 녹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혹자들은 MB정권을 '언론계의 엄동설한'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언론이라면 마땅히 권력과 자본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함에도 주류 언론들은 편향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뉴스타파) 제작진들은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알려지지 않은 진실과 사실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그 진정성과 열정이 있었기에 (뉴스타파)의 보도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고 언론계 전반에 '저널리즘' 정신을 새롭게 일깨웠다는 찬사를 받는 것일 터.
이를 방증하듯, 지난 24일 (뉴스타파)팀은 '올해의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수상했다.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자유언론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개인 혹은 단체에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로 24회를 맞았다.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기자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상으로 여겨진다. 큰 상을 받은 기쁨도 잠시, (뉴스타파) 제작진들은 쉬지 않고 제작과 취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KBS로부터 '정직6개월'의 징계를 받은 최경영 KBS 기자는 자부심이 인터뷰 내내 가득했다. 최경영 기자는 "안종필 자유언론상 수상에 제작진들의 사기가 부쩍 올라갔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시청자들이 공중파 형식의 정론 방송 보도에 대한 욕구가 매우 큰 것 같다. 오죽했으면 회비를 내면서까지 뉴스타파가 지속되길 바라고 있겠는가"라며 "공중파가 MB정부 들어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의 알 권리가 제대로 충족되고 있지 못하기에, 시청자들이 뉴스타파를 찾는 것"이라고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뉴스타파를 후원하는 회원수는 6000명에 달한다. 최경영 기자 역시 "돈이 부족하지는 않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뉴스타파에 기대하는 바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과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뉴스타파) 시즌2는 노종면 YTN 앵커가 떠나고 '두개의 문' 김일란 감독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등 내부 구성원의 변화를 겪은 상태였다. 특히 '조용기 목사 일가의 국민일보 사유화' 등을 이유로 파업 했다가 해직된 황일송 국민일보 기자가 참여해 큰 화제를 모았다. 황일송 기자는 2주 전부터 국민일보가 아닌 뉴스타파로 출근한다.
'신문기자에서 방송기자로 전업한 느낌이 어떤가'라고 묻자, 황일송 기자는 "매우 힘들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기사를 쓰는 포맷과 취재하는 방식, 일하는 모든 방식이 신문을 했을 때와 모두 다르다"라며 "2주 동안 팀에 도움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못하겠지만, 무엇보다 방송기자들을 낮게 봤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방송기자들의 애환과 열정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제도권 언론에 있다가 대안 언론으로 오면서 느끼는 고단함은 없을까? 이에 대해 황일송 기자는 "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은 똑같다.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고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특종을 보도해야 하는 의무는 제도권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라며 "다만 국민일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을 때는 편하게 취재할 수 있었으나 뉴스타파를 하면서는 아직 잘 모르시는 대중들이 있기 때문에 약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 '미디어 몽구'로 잘 알려진 김정환씨 ⓒ미디어스

최경영 기자는 전문적인 인력이 부족하다고 고충을 토로했지만, (뉴스타파) 시즌 2에서는 전문 기자 못지 않은 인재들이 합류했다. '미디어 몽구'로 잘 알려진 김정환씨가 대표적이다. 김정환씨는 짧은 인터뷰 내내 "영광스럽다" "행복하다" "큰 공부를 하고 있다" 등 뉴스타파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2010년에 '올해의 온라인 저널리스트'에 꼽히기도 했지만,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너무나 큰 영광이다. 자유언론상 상장을 복사해서 TV위에 전시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정환씨는 황일송 기자와는 반대로 블로거에서 기자로 전업했다. 그는 발로 뛰지 않고 있는 현직의 기자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정환씨는 "기자들은 손보다 발을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도자료에 길들여진 기자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보도자료는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 대상이지, 받아쓰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해직기자와 PD, 공중파 중견 기자, 1인 미디어 블로거와 영화감독 등 개성 강한 (뉴스타파) 제작진들의 조합은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일 (뉴스타파) 30회는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의 무책임한 행태를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주요 일간지나 방송국들은 MBC 보도의 허구성에 대해 고민 없이 지나쳤지만 (뉴스타파)는 집요하게 파헤쳤고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 박중석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이 26일 김일란 감독의 자리를 대신해 '1일 앵커'를 하고 있다. ⓒ미디어스

이를 보도한 박중석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KBS 기자)은 "특정 캠프에 소속된 사람이 다양한 언론사에 접촉하면서 특정 후보 쪽으로 여론을 비트는, 이른바 '미디어스핀'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익명의 의과대학 교수 멘트와 함께 '표절이 맞다'고 후속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박 위원장은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실 것"이라며 "언론사 스스로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멘트를 하면서 제대로 검증 없이 보도한 것은 보편적 선거보도 준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호주로 잠시 떠난 김일란 감독의 앵커자리를 대체해야만 하는 운명(?)에 직면하게 됐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은.."으로 시작하는 멘트를 몇 번이고 반복하던 박 위원장은 (뉴스타파)의 앵커로서의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그가 끝나고 한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이렇게 긴 진행을 30분만에 끝마쳤다!" '엄동설한' 속에서도 진실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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