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식량주권 포기


이글은 대자보 2012-10-31일자기사 ' 식량주권 포기'를 퍼왔습니다.

지구촌에 곡물파동이 잦아지고 있다. 곡물파동이 7~10년 주기로 나타나더니 근년에 들어서는 이상기후 탓에 1~3년 주기로 짧아지는 추세다. 이상기후가 이제 일상기후로 변해가는 증상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식인 쌀 생산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007년 27년만에 큰 흉년이 들었다. 이어 2010년 이후 3년간 내리 더 큰 흉년이 들었다. 이에 따라 곡물자급률이 2011년 22.6%로 전년에 비해 5%p나 급락했다. 쌀이 남아돈다고 난리였는데 이제 수입해야만 먹고산다. 

2007년 쌀 생산량이 440만8000t에 불과했다. 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이더니 2010년 429만5000t 2011년 422만4000t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쌀 생산량이 407만4000t으로 31년만에 최악의 흉작이 예상된다. 3년 연속 대흉작이다. 

이에 따라 100% 전후를 유지하던 쌀 자급률이 2011년 83.0%로 급락했다. 올해는 이보다도 더 떨어져 쌀 자급체제가 붕괴될 전망이다. 다른 곡물은 자급률이 미미한 수준인데 그마저도 더욱 줄었다. 보리가 2010년 0.9%에서 지난해 0.8%로 떨어졌고 콩도 10.4%에서 6.4%로 줄었다. 밀과 옥수수도 1% 전후에 불과하다. 

식량위기의 원인은 이상기후이다. 한국에서는 이상기후와 함께 농지축소가 큰 원인이다. 2008년 식량파동으로 곡물가격이 폭등하자 30여개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식량대국들은 곡물을 전략상품(strategic commodity)으로 지정하고 수출통제에 나서는 한편 증산에 박차를 가한다. 

그런데 한국은 거꾸로 간다. 세계식량위기가 고조되는 바로 그 시점에 이명박 정권은 농지축소를 감행했다. 2008년 6월 우량농지인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농지를 농업진흥지역으로 대체하도록 지정하는 제도를 폐지됐다. 이어 2009년 11월 평균 경사율 15% 이상 농지를 비농업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상기후와 농지축소가 큰 원인

또 11월에는 농업적 가치가 낮다는 명목을 내세워 6만5000㏊ 규모의 절대농지를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했다. 올 9월에는 개별공시가지가의 30%를 내는 농지보전부담금 감면대상에 경제자유구역-기업도시 관광단지-관광시설용지 체육시설을 추가하기로 했다. 농지전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1990년에만 해도 농지가 210만9000ha였는데 2000년 188만9000ha 2011년 169만8000ha로 20년간 20%나 줄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더욱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 동안은 간척-개간을 통해 농지감소를 부분적으로 보충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농지조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설정한 2020년 곡물자급률 32%를 달성하려면 175만2000㏊의 농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경지면적이 2017년 162만4000㏊ 2022년 158만㏊로 오히려 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다 전방위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수지악화로 인해 농경지의 유휴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권은 식량위기에도 불구하고 농지축소를 밀어붙이는 한편 해외농업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의 값싼 농지-노동력을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을 국내에 들여온다는 것이다. 

작년 6월 해외농업개발협력지원법을 만들고 투자기업에 연간 300억원의 지원금과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대우인터내셔날 LG상사가 해외투자에 나섰다. 이와 함께 '식량자주율'이란 허구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식량을 수입해서 식량자급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식량자주율을 2020년까지 6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업은 식량위기에 대비한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국가는 식량의 해외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식량난이 공산주의 붕괴시켜

식량위기가 닥치면 수출국은 수출관세-할당-금지를 통해 수출을 통제한다. 당장 제 나라에서 식량이 부족한 데 수출을 허용하겠는가? 2008년 식량위기 당시에도 중국은 모든 식량수출을 금지하고 아르헨티나는 제한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밀 수출을 통제했고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쌀 수출을 통제했다. 

경찰의 곤봉세례를 맞아가면서 농민들이 시장개방을 반대하며 쌀 자립을 지켰다. 그 덕택에 한국은 2008년 식량파동의 무풍지대에서 살았다. 그 탓에 식량위기의 공포를 모른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공산주의를 붕괴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식량주권을 포기한 나라는 냉혹한 국제질서에서 생존할 수 없다. 식량의 해외의존은 국가의 운명을 건 위험한 도박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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