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출석 미루고 돈 안주고…내곡동 특검팀 ‘골머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30일자 기사 '출석 미루고 돈 안주고…내곡동 특검팀 ‘골머리’'를 퍼왔습니다.

내곡동 부지를 매입 실무를 담당한 김태환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내곡동 특검사무실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수사기간 절반 보낸 내곡동 특검 
이상은 부부 연거푸 출석날짜 미루고
변호인이 청와대 직원 소환 자제 요청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30일로 수사 개시 15일째를 맞았다. 공식 수사기간 30일 가운데 딱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 특검팀은 ㈜다스 압수수색과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4)씨 소환조사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곳저곳에서 ‘암초’가 나타나고 있다.시형씨에게 현금 6억원을 빌려줬다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씨는 특검 수사 개시 전날 중국으로 나갔다가, 귀국 뒤 특검이 30일 출석하라고 하자 31일 출석하겠다고 미뤘다. 그런데 30일 ‘건강 문제’를 구실로 다음달 1일로 출석을 또 미뤘다. 이씨의 부인 박아무개씨도 최근 특검의 출석 요청에 “남편이 귀국한 뒤 나가겠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시간이 촉박한 특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씨의 변호인은 “(빨리 나오라는 특검 쪽에) 언성 높이며 버티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특검팀은 시형씨의 변호인인 이동명 변호사가 29일 “청와대 직원들이 참고인으로 지나치게 과도하게 소환되고 있으므로 과도한 참고인 소환을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한 것이 사실상 청와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훈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이시형씨 개인 변호인이 저희에게 희망하실 수 있는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이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진 않지만 다소 불쾌할 순 있는 부분이라는 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변호인이 시형씨 조사에 대해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청와대 직원이 관련된 부분도 시형씨 사건과 직접 연관된 것이라면 같이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행동을 두둔한 것이다.특검팀 운영에 따른 예산(12억8000만원)도 아직 집행되지 않고 있다. 사무실 임대나 집기 비용, 수사비 등을 이광범 특검이 개인적으로 조달해서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창훈 특검보는 이날 “예산을 확정하는 정부의 절차가 있겠지만, 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라면 적어도 임시 예산이라도 내려줘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특검 때는 준비 기간이 보통 20일이었는데 이번엔 10일로 짧아 예산 신청이 늦었다”며 “법무부는 예비비가 없어 지원할 수가 없는 상황이며 오늘 국무회의에서 특검 예산 집행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10월31일 한겨레 그림판

수사기간 연장 문제도 특검팀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30일 안에 수사를 끝내지 못할 경우 이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만 15일 동안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간이 유난히 짧은 특검으로서는 이 대통령과의 감정 대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한 특검팀이 애초 압수수색 대상 1호로 꼽힌 청와대 경호처에 아직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경호처 내부보고나 결재 문건 등을 확보하면 땅값 부담분을 전가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누구에게 보고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예상외로 특검팀은 경호처 압수수색을 ‘자제’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과거 특검 때 청와대 컴퓨터를 제3의 장소로 옮겨놓고 열람하고 특정 자료를 요구해서 받은 적도 있다”며 절충적인 방식의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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