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사설] 언제까지 ‘안전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8일자 사설 '[사설] 언제까지 ‘안전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울진원전 2호기가 어제 새벽 고장으로 가동이 정지됐다. 올해 들어 13번째 고장이고, 이달에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2일에는 하루에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잇달아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처럼 원전 고장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언제까지 당국자의 이런 말만 듣고 있어야 하는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소한 고장이라도 대응을 잘못하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국수력원자력은 어제 고장 정지된 울진 2호기도 원자로 안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고장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고장 난 기기를 신품으로 바꾼 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전 고장이 날 때마다 듣던 판에 박힌 말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소리를 듣는 국민은 불안하다. 이달 초 고장 난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도 점검을 마치고 재가동했으나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고장 난 부품만 바꿔 낀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고리원전 1호기 정전은폐사고에서 보듯 원전당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다.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의 냉각기능이 상실된 사고가 있었는데도 한 달간이나 은폐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원전당국이 자신들한테 불리한 내용을 숨기거나 진실의 일부만을 공개해도 국민은 알 수가 없다. 원전당국은 국민에게 ‘안전하니 믿으라’는 말만 하기 전에 투명한 정보 공개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려면 원전 운영 정책을 가동률 위주에서 안전성 위주로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원전당국은 우리나라 원전의 가동률이 90%가 넘어 외국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원전에 대한 안전의식이 그만큼 낮다는 것과 다름없다. 어떻게든 원전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 수익을 올리려 할 게 아니라 안전점검 기간과 횟수를 늘려 고장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궁극적으로는 원전 위주의 전력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지난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탈원전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추가 건설하고, 원전 발전 비율을 59%로 높이겠다고 하고 있다. 원전은 언뜻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것처럼 비치지만 수명이 다한 원전의 폐쇄 비용이나 대형 사고 때 입을 피해를 고려하면 결코 발전 단가가 낮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원전 위주 정책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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