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23일자 기사 '이외수 “MBC 애국가 시청률, 김재철 결단해야”'를 퍼왔습니다.
[현장] ‘응답하라 MBC’ 시민문화제서 최윤정 아나운서·문소현 기자 등 눈물·울분·자괴감 쏟아져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MBC 보도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논조를 보이는 등 편파 보도가 두드러진 것에 대한 사과였다. 대선을 불과 두달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노골적인 편파 보도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170일 동안 공정방송 쟁취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외치며 파업을 벌였던 MBC 조합원들이 느끼는 자괴감이 크다는 뜻이다.
22일 여의도 MBC 사옥 남문 앞에서 개최된 '공영방송 MBC 사수와 김재철 퇴진 완수를 위한 시민문화제-응답하라 MBC' 문화제는 박성호 기자회장의 사과의 말과 함께 최근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가 얼마나 편향돼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첫 영상은 지난 8월 20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될 당시 (뉴스데스크) 보도. MBC는 박 후보를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칭하며 지난 2007년 이명박 후보와 경선에서 패할 때는 언급하면서 깨끗한 승복으로 당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전인 8월 1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선출될 때 MBC (뉴스데스크)는 정치평론가의 인터뷰까지 인용해 '친노 이미지 때문에 외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단점을 부각시키고 박 후보에 대해서는 칭찬 일색의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친이계 의원들이 박 후보 역사 인식을 비판하자 타방송사는 새누리당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MBC는 그 다음날 끼워넣기식으로 보도한 것도 편파 보도 사례로 지적됐다. 송영선 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졌을 때 KBS와 SBS는 녹취록을 확보해 공개했지만 MBC는 녹취록을 공개하기는 커녕 박 후보의 태풍피해 현황을 전하면서 송 전 의원을 제명했다는 문장 하나로 그친 것도 전형적인 축소 보도로 지적됐다.

22일 여의도 MBC 사옥 남문 앞에서 개최된 '공영방송 MBC 사수와 김재철 퇴진 완수를 위한 시민문화제-응답하라 MBC' 포스터.
문화제에서는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복성 징계의 적나라한 모습도 폭로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지난 3월 3일 윤길용 전 시사제작국장과의 간담회에서 최승호 전 (PD수첩) PD의 징계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당시 김현중 아침방송팀장(현재 시사제작국장)이 'PD수첩의 정치색을 탈색해야 하고 최승호 PD는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며 PD수첩 작가 6명을 해고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정재홍 (PD수첩) 해고 작가는 무대에 올라 (PD수첩)의 대체 작가를 비난했다. (PD수첩) 해고작가 6명은 (PD수첩) 제작진이 대체작가 공개 모집 공고에 나서자 지난 12일부터 MBC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재홍 작가는 "대체작가 4명을 면접보고 결격사유가 없으면 뽑겠다고 한다"면서 "(대체작가와 작업하기를 거부한)PD들에게는 어느 프로그램에 가고 싶다면 개별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축출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작가는 대체 작가들에 대해서도 “그분(대체작가)들이 오면 권력의 눈치를 보고 MBC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제에서는 이외수 소설가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주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소설가는 김 사장을 향해 "그동안 사장을 역임하면서 MBC의 시청률을 애국가 수준으로 만들었다. 굉장한 경쟁력"이라고 꼬집고 "MBC를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기 위해 결심해달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문화제는 일명 '신천 교육생'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 7월 업무 복귀 이후 MBC에는 그야말로 보복성 징계 폭탄이 날아들었다. 30여년 최고참 보직간부부터 입사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신입기자까지 100여명 가까운 사람이 '교육명령'이라는 징계성 조치의 희생양이 됐다.
교육명령 대상자들은 서울 상암동 MBC 아카데미로 출석해 브런치 만들기와 같은 강의를 듣고 있고 일명 '신천교육생'이라고 불린다. 무대에 오른 교육명령 대상자 임채원 (PD수첩) PD, 전영우 기자, 문소현 기자는 웃으면서 교육명령 조치에 부당함을 비꼬았지만 왜 자신이 징계 대상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억울함은 숨기지 못했다.
임 PD는 "집에 말씀을 못 드렸다. 일찍 퇴근하면 집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며 "무력감을 느끼고 있고 일을 다시 사직할 수 있을지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5살짜리 아들과 문화제에 온 문소현 기자는 "아들과 당당히 MBC 뉴스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사회를 본 김민식 PD는 "사실 웃고 있지만 교육명령 대상자 명단을 보면 피눈물이 난다"며 "MBC에서 10~20년간 키워온 인재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윤정 아나운서는 영상을 통해 "제가 아나운서가 되려는 지망생을 교육했던 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해 문화제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이 22일 MBC 시민문화제에 참석해 MBC 사태 해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MBC 노조 제공

▲ 안철수 대선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이 22일 MBC 시민문화제에 참석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MBC 노조 제공
시사인 주진우 기자도 문화제에 참가해 힘을 보냈다. 무대에 오른 주 기자는 김 사장에 대해 "김재철 사장은 명예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법인카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해 관객을 폭소케 했다. 주 기자는 이어 "여러분들의 1년이 한국언론과 한국 민주화의 미래를 먹여살릴 것"이라고 격려했다.
대선 후보들의 격려 메시지도 이어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은 MBC 노조의 공식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개인 자격으로 영상을 통해 "파업 이후 조치는 갈등을 자꾸 부추기고 편을 가르는 식으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최근 비밀회동으로 논란이 된 MBC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밀실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대신해 참석한 MBC 출신 박광온 대변인은 비밀 회동에 대해 "국민의 방송을 팔아서 이제는 박 후보의 선거운동하고 선거도구로 이용되려는 순간"이라며 "김재철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해직, 징계, 현장에 떠나있는 분을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안철수 후보를 대신해 참석한 금태섭 상황실장은 "언론은 역사를 만드는 초안"이라며 "저는 정치를 바꿔 국민의 삶을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해 촛불을 들었고, '브로콜리 너마저', '루싸이트 토끼', '정인' 등이 참여해 공연을 펼쳤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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