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10-22일자 기사 '"MBC뉴스는 이제 날씨도 안 믿는다"'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MBC가 왜곡한 NLL 논란, 사실은 이렇다

▲ KBS 뉴스 화면
지난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 주장의 진위여부다. 그러나 언론은 정 의원의 주장이 맞는지 따져보는 대신 여야의 주장을 공방으로 중계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공방보도 중에 언론사에 길이 남을 노골적인 편파 왜곡보도도 등장했다. MBC 전재호 기자의 리포트다.
10월 12일, 리포트의 도입부. 전재호 기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 사이에 2007년 10월 3일 오후3시 단독회담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고 시작한다. ‘폭로’는 감춰져있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며, 흔히 나쁜 일이나 음모 따위를 알릴 때 쓰는 말이다.

▲ 12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이틀 전 KBS는 같은 내용을 이렇게 다르게 전한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일부 주장이 정치권의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왜곡은 계속된다. 말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전재호 기자는 “민주통합당은 정 의원이 언급한 단독회담이나 대화록이란 표현대신 비밀녹취록 같은 건 없다고 반박했다”며 “하지만 단독회담이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지난 정부가 배포한 남북정상회담 해설서에는 '단독회담'은 2차례 진행됐다고 돼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현재 민주당은 단독회담과 대화록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전하며 민주당이 거짓말을 인정한 것처럼 꾸몄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10월 9일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한다. 정문헌 의원은 “정상회담에서 배석자들을 물리고 단독회담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부인하는 ‘단독회담’은 바로 이것이다. 정 의원은 이렇게도 주장한다. 역시 조선일보 보도내용이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녹취된 (정상회담) 대화록이 비밀 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 라인과 공유했다.” 이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는 “정부가 북측으로부터 회담 당시의 비밀 대화록을 받아 보관 중이라는 주장”이라고 해설한다. 민주당이 얘기하는 ‘비밀 녹취록’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이다.

▲ NLL논란 관련 조선일보의 보도 지면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정상적인 취재기자는 ‘최소한’ 기사를 이렇게 쓴다. 10월 11일 SBS보도를 보자.
“비공개 대화록 존재 논란과 관련해, 정 의원은 자신이 언급한 비공개 대화록은 당시 정상회담의 공식 대화록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은 정문헌 의원이 마치 비밀대화록이 따로 있는 것처럼 주장하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말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한 차례 왜곡보도에 만족하지 못한 전재호 기자는 16일 아예 막나가기로 작정한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이렇게 시작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는지를 놓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데 MBC가 노 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찾아냈다. 2007년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언론사도 크게 보도한 공개적인 발언을 두고 마치 숨겨진 비밀을 찾아냈다는 투로 보도하는 것은 대체 어느 언론사의 ABC인지 모르겠다. MBC에서는 보도본부장급 앵커가 이렇게 뉴스를 한다. 아무튼 전 기자가 제시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2가지다. 하나는 2007년 10월 11일 뉴스데스크 영상. 당시 뉴스의 제목은 “(NLL은) 영토선 아니다”이다. 또 하나는 같은 해 11월 1일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의 발언이다. MBC 영상에서 노 전 대통령은 “NLL문제에 대해 제가 그것이 무슨 영토선이냐고 이야기 했더니”라고 말한다.
전재호 기자는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으로 규정한다. (우리 헌법이 북쪽 땅도 우리 영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NLL이 영토선이냐 아니냐는 원론적인 논란과 NLL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훈련을 받은 기자가 아니라도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둘을 분간할 수 있다.
2007년 10월 11일 당시 MBC는 이렇게 보도한다. “역사적인 사실은 대통령의 언급이 맞지만 NLL은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 돼 왔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을 맺은 직후 클라크 유엔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경계선이다.” MBC 역시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고 표현할 뿐, NLL을 ‘영토선’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남북 경제 협력은 번번이 NLL 문제에 발목을 잡혔고,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NLL은 이슈화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민주평통 발언도 매우 악의적인 편집이다. 10월 18일 KBS보도를 보자. MBC는 “그것이 무슨 영토선이냐”라는 발언만 쏙 뽑아 보도했다. 그러나 KBS는 같은 현장에서 “하지만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KBS 영상. 노 대통령. “어떻든 NLL 건드리지 않고 왔습니다.”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은 KBS에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노 대통령의 NLL에 대한 돌출 발언으로 곤혹스럽기도 했지만, 남북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선 NLL을 수호하겠다는 자신의 뜻을 존중해 소신껏 하고 오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은 2007년 10월 11일 MBC 뉴스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MBC기자는 “2007년 정상회담 합의대로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이 설정되면 NLL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군의 입장은 확고했다”고 전한다.

▲ 2010년 12월 <시사저널>은 '국방부·통일부 ‘NLL 격돌’ 있었다'는 제목의 커버스토리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자세히 다뤘던바 있다.
2010년 12월 (시사저널)은 (국방부·통일부 ‘NLL 격돌’ 있었다)는 제목의 커버스토리 기사를 내보낸다. 해당 기사는 2007년 여름 참여정부 내에서 ‘NLL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논의해보자’는 통일부와 ‘NLL은 논의 자체가 절대 불가하다’는 국방부 사이에 격돌이 있었다고 전한다. 다음은 기사의 한 대목이다.
“급기야는 일부 언론에서 ‘국방부장관 경질론’이 불거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의 기류는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상당히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NLL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관련된 일화도 소개한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나에 대한 낙마설이 언론에서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 물러날 결심까지 하고, 직접 문재인 대통령실장을 찾아가 ‘그것이 대통령의 뜻인가’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문실장이 ‘대통령께서는 장관을 신임하신다. 절대 낙마니 하는 것은 없다’라고 하더라. 그 이후로도 국방부장관인 나를 많이 신뢰했고, NLL 문제에서 내게 권한을 위임해주셨다”라고 회고했다.
마치 이번 논란을 예견한 듯 이런 대목도 등장한다.
당시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이었던 김연철 교수는 “일각에서는 당시 북한이 NLL 문제를 주도했고, 여기에 우리가 끌려간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NLL을 포기한다든가, NLL 문제를 북한에 양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항간에서 오해하는데, 이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NLL은 한국전쟁 이후 경계선으로 이미 굳어진 것이어서 국민 정서상 양보가 불가능했다. 그것은 청와대의 권한도 아니었다.”
당시 뉴스와 관련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수역과 공동어로수역에 관해 적극적이었고, 이를 위해 NLL 문제를 논의해보고자 했다. ‘NLL 영토선’ 등의 발언은 이런 과정에서 돌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국민 여론을 감안하여 NLL 문제는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하였고, NLL 문제에 관하여 국방부에 전권을 위임했다. 관련 당사자들의 증언도 이에 일관되게 일치한다.
따라서 통일, 안보분야에 대한 취재경력이 있는 기자나 데스크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의 신빙성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그간 알려진 정황이나 증언과 어긋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도는 정문헌 의원과 이를 근거로 야권을 공격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근거’를 묻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게 이치에 맞다. 최소한 새누리당 주장의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은 비겁한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발 물러나 ‘공방’보도로 아이템을 때운다. 반복되는 공방보도의 여론효과는 명백하다. ‘설마 없었던 말로 이러겠어?’ 이런 여론에 기대 평소 ‘국익’을 신주단지처럼 떠받들던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만천하에 까보자고 달려든다.
MBC는 한발 더 나아가 악의적 여론왜곡의 선봉대를 자임했다. 이러니 시중에서 “이제 MBC 뉴스는 날씨도 안 믿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언론연대 모니터단은 앞으로도 MBC와 전재호 기자의 편파적 대선보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김동찬/김이지 언론연대 활동가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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