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3일 수요일

파업 복귀 KBS 뉴스 좀 달라졌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13일자 기사 '파업 복귀 KBS 뉴스 좀 달라졌나'를 퍼왔습니다.
‘전두환 골프’ 단독에 MBC 파업보도도… “아직 신경전 단계, 살아있는 권력 비판해야”

95일 만에 파업을 중단한 KBS 새노조가 업무에 복귀한 이후 KBS 뉴스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12와 5·17 쿠데타, 광주시민 학살, 내란수괴 전두환씨가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을 사열한 황당한 소식을 9시 메인뉴스에서 묵살했던 KBS가 돌연 보훈처 소유 골프장에서 전두환씨의 골프 사실을 단독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KBS는 MBC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대규모 징계와 대기발령 소식을 아침뉴스와 정오뉴스에서 조금씩 보도하기도 했다.
KBS는 12일 저녁 9시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14번째 뉴스인 ‘전두환, 정부 골프장서 골프’라는 리포트에서 “최근 육사에서 사열을 받은 사실 때문에 논란이 일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늘은 수도권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며 “골프장은 국가보훈처 소유고 골프장 사장은 하나회 출신 육군 예비역 장성”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해당 골프장에 찾아가 “평소와 달리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주위를 살피고, 종업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는 현장을 묘사했다. KBS는 취재진이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자 종업원이 화들짝 놀라며 제지했으며, 골프를 한 VIP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검은색 리무진이 식사를 마친 전 전 대통령 일행을 기다린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 <뉴스9 >

KBS는 골프장 직원들까지 몰려나와 접근하던 취재진의 촬영을 막는 장면과 전씨의 차량이 빠져나가는 장면을 방송했다. 그러나 뉴스에선 골프장에서의 전씨의 얼굴이 나오지는 않았다.해당 골프장에 대해 KBS는 국가보훈처 소유로 사장이 하나회 출신의 육군 예비역 장성이며, 이 사장은 사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 한 뒤 자리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KBS는 또한 △전씨가 육사행사에 참석해 경례했다가 사열논란이 일었다는 것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내란죄 전과가 있어 국립묘지 안장대상에서 제외되나 사(死)후에 국가장으로 치러질 경우 안장될 수도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에 따라 두 전직 대통령이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KBS는 육사 사열을 했다는 소식을 9시 뉴스 대신 지난 11일 오전 930뉴스에 단신뉴스로 짤막히 전했다. 또, 12일 아침엔 KBS (뉴스광장)의 ‘인터넷광장’이라는 코너에서 전두환씨의 육사 생도 사열에 대해 서울 연희 초등학교 학생이 쓴 ’29만원 할아버지’라는 시를 소개하기도 했다. KBS는 해당 뉴스에서 초등학생이 “우리 동네 사시는 29만원 할아버지, 만날 29만원 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라며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세요. 유족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 되잖아요”라고 쓴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스승이라죠”, “아이들에게 깨끗한 나라를 물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과제”라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KBS는 전했다.


또한 KBS 새노조가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약속했던 언론대파업 소식에 대한 보도투쟁과 관련해 지난 12일 아침 (뉴스광장)과 정오뉴스인 에서는 각각 ‘MBC, 기자회장 해고확정·69명 대기발령’이라는 단신뉴스를 통해 “MBC가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하고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34명에 대해 추가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KBS는 “MBC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박 회장 해고 확정하고 최일구 부국장 등 파업참가자 34명에게 2차 대기발령 사실을 통보했다”며 “이로써 MBC 대기발령 대상자 1차 대상자 35명을 포함해 모두 69명으로 늘었다. MBC 노조는 지난 1월 30일부터 김재철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짤막하게 방송했다. KBS 저녁 9시 메인뉴스에서는 아직 이런 소식이 방송되지는 않고 있다.

지난 12일 낮 방송된 KBS <뉴스12>

이런 모습을 보며 KBS 새노조 내부에서도 “KBS 보도국 내부가 조금씩 안팎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변화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했다.
최경영 KBS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13일 낮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파업뉴스가 뉴스광장이나 930뉴스, 12시 뉴스에 나간 것이 몇 건 있는데, 기자들이 조금 조금씩 쑤셔넣고 있는 것이 일부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너무 편파적이었던 데 대해 복귀한 후배들이 들이대고 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최 간사는 “전두환 육사 사열 뉴스 누락의 경우 (9시뉴스에서) 1보를 안내보냈다가 사내외의 많은 비판을 받아 그 이후에 아침·오전 뉴스에서 조금씩 단신으로라도 방송하고 있다”며 “그 와중에 마침 전두환 보훈처 골프장 골프라운딩 건이 이것이 취재돼 단독으로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간사는 “이런 분위기는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어차피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 PD들과 경영진이 기싸움과 신경전을 벌이는 단계이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전두환의 경우 이미 죽은 권력이기 때문에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뉴스 못할 이유가 없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 박근혜에 대해 건드릴 수 있을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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