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0일 토요일

한일군사협정, '졸속 밀실협상' '한반도 긴장조성' 쟁점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29일자 기사 '한일군사협정, '졸속 밀실협상' '한반도 긴장조성' 쟁점'을 퍼왔습니다.
29일 대통령 서명 앞두고 여야 거센 반발에 체결 보류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이하 한일군사협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비준 절차도 없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졸속 처리되자마자 당장 대통령의 서명만이 남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한일군사협정으로 인해 한·미·일간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이에 상응해 북.중.러간 군사협력이 강화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군사간 긴장감은 높아지고 남북 분단은 고착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신화 지난 2010년 12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 삼자회담을 갖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졸속 밀실협상, 국회의 비준 동의까지 무시?

한일군사협정을 두고 국회의 비준 동의 대상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한일군사협정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현재 정부가 맺으려고 하는 한일군사협정은 그 명칭과 형식을 불문하고 내용상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한 국가간 협정이며 국회 비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대상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법 60조 1항에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록 조약은 아니지만 국가 안전보장에 관련돼 있기 때문에 내용상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조약의 경우에는 해당 조약에 대한 양국간 혹은 다자간 서명이 이뤄지고 나서 발효 전에 국회 비준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이번 협정 체결을 추진하는데 있어 사전에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국회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협정은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것이나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어야 하는데, 법제처는 이번 협정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29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협정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를 무시한 채 졸속 협상을 추진하는 데에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이날 결국 협정 체결을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외교소식통은 "여야의 요구에 따라 서명 전에 국회에 먼저 설명키로 했다"며 "향후 일정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민주통합당은 국회에서 의원 총회를 가진 뒤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군사협정 체결 규탄대회를 열고 총공세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협정에 대해 "나라의 군사 기밀을 일본 자위대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라며 "일본 자위대를 과연 우리가 군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 국무회의에서 왜 몰래 통과시켜야 하는지 도저기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한일군사협정에 지지를 표하던 새누리당도 반대 여론에 밀려 입장을 번복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일군사협정의 보류 및 유예를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아무리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도 반드시 국회 외통위나 국방위에 보고하고 국민의 검사를 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군사협정은 체결될 경우 1945년 해방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 맺는 군사협정이 된다. 그 정도로 중대사안인 만큼, 협정 체결은 보류됐지만 앞으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vs. 북·중·러, 군사적 긴장감 고조

한일군사협정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상황을 두고 보면 이번 한일간 협정에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지난 14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는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가 돋보였다. 이와 관련 해당 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측 장관들은 지역 평화 및 안정을 위해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양측 장관들은 인도주의적 지원, 재난구호, 해양안보, 항행의 자유, WMD 비확산을 포함하여 한‧미‧일 3자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였다"며 "나아가 양측 장관들은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하여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한반도에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지상군 위주의 주한 미군과 해·공군 위주의 주일 미군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이유로 일본과 정보교류를 위한 협정 체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정은 이를 넘어 한·미·일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며, 이에 상응해 북·중·러간 군사협력도 강화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반도는 두 동맹체제가 대치하는 새로운 냉정체제로 고착돼 한반도 긴장상황은 물론 분단체제까지 영구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결국 이 협정은 동북아 MD(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과정"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고 아시아·태평양에서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겨냥한 MD 구축은 군사적 긴장감만 높이고 신냉전체제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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