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8일 목요일

[사설] ‘한-일 군사협정’ 중단하고 국민적 논의에 부쳐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7일자 사설 '[사설] ‘한-일 군사협정’ 중단하고 국민적 논의에 부쳐야'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안을 비공개로 통과시켰다. 두 나라는 북한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서명 절차를 진행중이며 이르면 29일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라고 한다. 북한 위협을 빌미로 남한이 남북 분단의 원인제공자인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잡는 역설적인 상황이 국민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결코 비밀작전 하듯이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한-일 군사협정 체결은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국회 논의는커녕 안건 상정 사실마저 숨긴 채 국무회의에서 졸속으로 처리했다. 정부 대변인인 김용환 문화부 2차관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브리핑에서 빠뜨렸다”고 말했으나 터무니없는 변명이다.정부는 미국·캐나다 등 24개국과 군사비밀보호협정을 맺고 있는 점을 들어 한-일 군사협정 체결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은 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잡는 일은 국민감정상으로도 용납하기 힘들다. 제정신이 박힌 정부라면 국민의 여론을 살피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한데도 정부는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한-일 군사협정이 지닌 문제점은 단순히 국민감정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차원에서 한-일 군사협력 확대를 주문해온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오랜 전략 구상이기도 하다. 한-일 군사협정은 한·미·일 3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공동 추진을 위한 기반 조성의 성격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중 대립구도 속에서 일방적으로 미국 편에 서는 잘못된 정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는 결국 중국·북한·러시아를 잇는 북방 3각 체제의 강화로 이어져 동북아의 대결과 냉전 구도를 심화시킬 게 분명하다.한-일 군사협력은 일단 시동을 걸면 계속 확대·강화될 수밖에 없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단순한 정보공유 차원을 넘어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군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 정부가 솔선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해주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는 한-일 군사협정 체결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이를 국민적 논의에 부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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