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사설] 도태되는 일제고사, 왜 우리 정부만 고집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6일자 사설 '[사설] 도태되는 일제고사, 왜 우리 정부만 고집하나'를 퍼왔습니다.

올해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어제 초(6년)·중(3년)·고(2년) 180만여명을 상대로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에도 교육과학기술부가 거부 교원에 대한 징계를 천명한 가운데, 교사와 학부모 단체가 일제고사의 반교육성을 규탄하고, 일부 학생들은 벌점을 각오하고 시험을 거부했다. 성찰과 소통을 포기한 이명박 정부의 교과부가 초래한 오늘 우리 교육의 혼란상이다.올해가 이 정부의 마지막 해다. 이제 다음 정부를 위해서도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점검할 때도 됐다. 172개국 402개 교육단체가 가입한 국제교육연맹(EI)이 특별히 한국의 일제고사를 꼬집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시한 엊그제 성명이 아니더라도 그럴 만한 이유는 많다. 연맹은 지난 3월에도 세계교직정상회의에 인성·사회성·예술성 등 질적 측면을 무시하고 오로지 양적 수치로 가르침과 배움을 평가하는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어떤 평가건 학생과 교사의 발전에 기여해야지 징벌과 낙인을 위한 것이어선 안 된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우리의 평가체계는 정확하게 이 충고를 거스른다. 일제고사는 학생에서 교사, 학교, 지역 교육청, 시·도 교육청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 주체를 일렬로 줄세운다. 그로 말미암아 단위 학교는 성적 올리기에 여념이 없어,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왜곡하고, 학생의 학습권,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한다. 한두달 전은 물론 심지어 학기초부터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에 전념하는 학교도 있다. 교장이 교사와 학생을 독려하기 위해 상품권을 미끼로 거는가 하면, 따르지 않는 학생에겐 한달간 화장실 청소라는 징벌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가 일제고사 대비 학원이 되어버린 셈이다. 학생에게 정작 중요한 창의적 자기주도학습 역량이나 협동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여지는 사라졌다.더 심각한 것은 성적 나쁜 학생에 대한 낙인이다.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은 “우리 반에 ○○○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자존감이 짓밟힌 피해 학생이 평생 지고 살아야 할 자괴감과 상처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교과부도 이런 걸 교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으로 비판적 사고력, 협동적 문제해결능력, 과학의 사회적 책임, 환경감수성을 꼽는다. 앞으로 평가에 이런 항목을 넣는다고 한다. 일제고사가 왜곡한 우리의 학교교육으로는 어림도 없는 자질들이다. 교과부가 고집 부리는 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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