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0일 토요일

‘대선 앞두고 역풍 맞을라’ 하루만에 말바꾼 새누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9일자 기사 '‘대선 앞두고 역풍 맞을라’ 하루만에 말바꾼 새누리'를 퍼왔습니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밀실처리’ 논란을 빚은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과 관련해, “이한구 원내대표가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처리 보류 및 유예를 공식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겉으론 ‘공론화 생략, 절차 하자
’속내는 ‘종북프레임 뒤집어질라'
당 내부서 “대일정책 부재” 비판

한일정보보호협정을 ‘국가 안보를 위한 외국과의 군사협력’(김영우 대변인)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새누리당이 29일 이틀만에 ‘체결 보류’로 급선회한 데엔 국민적 비판여론과 당내 반발, 대선에 휘몰아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새누리당은 일단 ‘절차적인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한일정보보호협정이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하더라도, 이는 반드시 국회·국민과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며 “절차상 이렇게 급하게 체결하는 것은 너무나 부적절하다”고 말했다.하지만 실제론 군사적인 협정의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이 불러온 당내 반발과 여론의 압박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일표 원내 대변인은 “과거사 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해 일본의 충분한 사과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을)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재선의원도 “우리 당 의원들조차 많은 이견을 제기하고, 여론의 흐름이 굉장히 안 좋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 반일 감정을 잘못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철우 의원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정보보호협정을 맺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되겠냐. 더구나 과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필요하니까 하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협정 체결을 방관할 경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하게 형성된 ‘종북프레임’이 ‘친일프레임’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새누리당으로선 이번 사안이 청와대에 대한 여당의 확실한 우위를 과시할 수 있는 정치적 이점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런 걸 계기로 당이 중심이 돼서 당청관계를 끌고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당내에선 지도부가 혼선을 빚다가 뒤늦게 제동을 건 것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라고 해서 잘 따져보지도 않고 덜컥 환영한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여론이 부담스러우니 뒤늦게 보류시킨 것은 일본 문제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 아니냐. 한심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도 “지도부가 잘 판단해서 조속히 대처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돼버려 아쉽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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