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8일 목요일

북한 위협 구실로 삼아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편입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7일자 기사 '북한 위협 구실로 삼아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편입'을 퍼왔습니다.

ㆍ한·일 군사협정 비밀 통과 왜

지난달 17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국민감정을 고려해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신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진 장관은 5월 말로 예정된 일본 방문도 취소했다. 그런데 한 달이 좀 지난 26일 각료들은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리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전격 통과시켰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4일 워싱턴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서 미국 측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조속히 체결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당시 김성환 장관은 일본과의 군사협정은 국민 정서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으나 미측이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앞서 13일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외교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규모 다자협의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일 양국이 좀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공개 촉구했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각각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만 양국이 과거사 때문에 동맹할 수 없다는 점을 늘 아쉬워해왔다. 미국이 한·일 간 군사협력을 바라는 이유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으로의 회귀’ 정책과 관계가 있다. 미국은 한·일 이외에도 호주, 인도, 베트남 등과 소규모 다자협력체 구축에 열심이다.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미국의 패권 쇠퇴 속도를 줄여보려는 차원이다. 

미국은 유럽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병력을 줄이는 대신 아·태 지역에 2020년까지 해군력의 60%를 배치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재정적자로 국방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면 미국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그런 미국 입장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악화된 남북관계는 기회였다. 2010년 11월 연평도 사건이 있은 뒤 긴장이 고조되자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이 한국, 일본을 방문해 한·일 간 군사협력을 촉구했다. 하루 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 피해자 등을 구출하기 위해 직접 자위대가 나서 한국을 통과하는 방안을 한·일 간에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일 군사협력 의제를 던지고,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꿈꾸는 일본이 적극 호응하는 식으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후 세 차례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일 군사협정 논의는 잠잠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북한의 로켓 발사강행 이후 북·미 간의 2·29 합의가 파산위기에 처하며 이 카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고 결국 1년6개월 간 물밑협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압력에 등 떠밀려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G2로 부상 중인 중국의 동향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선 더 심층적으로 중국을 분석해야 하는데 일본의 고급정보를 좀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동안 일본이 확보한 정보를 미국을 통해 받아왔는데, 협정 체결로 일본에서 직접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외교·국방 당국의 약속에도 불구, 갑자기 비밀리에 협정이 통과된 것은 이 시기를 넘기면 당분간 협정 체결이 어렵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비밀리에 통과시킨 뒤 일본 정부에는 통보하면서 자국민들에게는 비밀로 했다. 언론 보도로 덜미가 잡히면서 27일 마지못해 이를 시인했다. 일본 방위성은 7월 초 방위백서 발간을 앞두고 있어, 독도 갈등이 불거지면 한동안 한·일 간 냉각기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일본 내에서 조만간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말을 넘길 경우 당분간 군사협정을 맺기 어려워진다는 게 양국 공통의 인식인 셈이다.

손제민 기자·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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