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9일 금요일

한·EU FTA 1년… 수출 되레 줄고, 값 안 떨어져 ‘정반대 효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8일자 기사 '한·EU FTA 1년… 수출 되레 줄고, 값 안 떨어져 ‘정반대 효과’'를 퍼왔습니다.

ㆍ서비스 분야 압박도 여전… 정부 ‘장밋빛 전망’ 빗나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5.6% 성장하고 일자리는 25만개가 창출되고, 무역수지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3억61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다.”

지난해 7월1일 한·EU FTA 발효를 앞두고 정부가 제시한 ‘장밋빛 경제효과’다. 다음달 1일 한·EU FTA가 발효한 지 1년이 되지만 정부 전망과는 달리 한·EU FTA 발효 이후 1년간 대유럽연합 수출은 되레 감소했다. 유럽 재정위기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수출이 늘 것’이라는 전망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 관세가 인하됐음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품목이 많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꺼내드는 일도 벌어졌다. 상품무역이 아닌 금융서비스 분야에선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11월 우체국 보험 가입한도를 50% 높이려 하자 주한유럽연합 상공회의소가 “자유시장 원칙에 어긋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 빗나간 한·EU FTA 경제효과

기획재정부가 지난 2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한·EU FTA 1년간 활용성과’를 보면 발효 이후 최근(2011년 7월1일~2012년 6월15일)까지 대유럽연합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수출 감소는 무역 흑자폭의 감소로 이어졌다. 전년 동기 140억달러였던 무역 흑자는 18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재정부는 “무역 흑자폭의 감소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입 위축과 한국의 선박수출 감소(-47.3%)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FTA 혜택을 받은 품목군(자동차,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등)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했다. 발효 이후 11개월간 신고된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27억9800만달러) 대비 35% 증가한 37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3·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해외투자 순유출(유출-유입)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한국의 투자액이 176억2400만달러 많다.

■ 소비재 가격 인하 제대로 됐나

재정부는 유럽연합산 제품의 경우 총 9개 품목 중 전기다리미 등 6개 품목의 가격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전기다리미는 26.5%, 전기면도기 1개 브랜드는 4.4%, 유모차는 10.3% 등이다. 

다만 위스키 등 3개 품목은 가격변동이 없었고, 전동칫솔은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가 일부 나타나긴 했지만, 재정부가 지난해 7월1일 배포한 ‘한·EU FTA로 달라지는 우리 생활’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중간 유통업자들이 FTA 관세 인하분을 자신의 이익으로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가격이 떨어진 품목들도 공정위가 감시에 나서면서 사후적으로 인하 효과가 나타난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가격 인하가 FTA 효과보다는 ‘공정위 효과’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 서비스 분야 압박 우려 여전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1월 우체국보험의 가입한도를 4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50% 높인다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했다. 하지만 이 입법예고를 본 주한미상공회의소와 주한유럽연합 상공회의소는 우체국보험의 가입한도가 증액되면 유럽계 민간 보험사들의 파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서한을 전달해왔다. 

주한유럽연합 상공회의소는 서한에서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불공정한 우체국 보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우체국 보험 사업은 자유시장을 위한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도 여전히 한·EU FTA와 충돌하는 상태로 남아 있다. 아직 유럽계 유통 대기업이 한국 정부를 분쟁에 회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테스코는 한·EU FTA 발효 이전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SSM 규제법에 대한 한국 국회의 논쟁이 투자에 부정적이고, 불안정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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