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9일 금요일

'뒤로 가는 열차' 73년 만에 '안녕'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28일자 기사 ''뒤로 가는 열차' 73년 만에 '안녕''을 퍼왔습니다.
27일 영동선 동백산역∼도계역간 철도 이설... 솔안터널 개통과 함께 스위치백 철도 폐지

 ▲ 영동선 도계~통리역간 스위치백 환송행사가 26일 오후 도계역에서 열린 가운데 정해범 코레일 강원본부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열차 탑승객 및 승무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원정연

"안내말씀 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스위치백 구간을 지납니다. 이곳은 해발 349m에 지그재그형 선로로 앞으로 약 4분간 반대방향으로 운전합니다. 차창 밖 경치를 감상하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스위치백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추억 속으로 사라집니다. 고맙습니다."

26일 오전 11시, 동대구역을 출발해 강릉역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1672 열차가 통리역을 출발한 직후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흥전역에 도착한 열차는 역전간(전진과 후진을 결정하는 장치)을 후진으로 전환한 채 여객 전무의 무전에 따라 나한정역까지 1.5km 구간을 내려왔고 4량의 객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일제히 창밖을 내다보며 마지막 날을 함께 했다.

▲ 73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영동선 스위치백. 나한정역으로 향한 선로(왼쪽)과 통리역으로 향한 선로(오른쪽)이 흥전역에서 교차한다. ⓒ 원정연

경북 영주역에서 강원 강릉역을 잇는 193.6km 구간의 영동선이 26일 반세기만에 '스위치백' 시대를 접고 국내 최장 루프식 나선형 철도터널인 솔안터널 개통과 함께 새로운 철도 역사를 열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7일 오전 11시 태백시 동백산역에서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김연식 태백시장, 이문근 태백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동선 동백산~도계간 철도이설공사 개통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갔다.

이번에 이설된 구간은 지난 1999년 12월 착공한 이후 총 사업비 5368억 원을 투입해 기존 노후터널 및 스위치백 철도운행 등 안전취약 부문을 개량하는 사업으로 총 17.8km 구간을 장장 12년 6개월에 걸친 난공사 끝에 이날 개통한 것이다.

새로운 철도의 대부분은 연화산 지하를 지나가는 솔안터널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최장 루프식 나선형 터널인 솔안터널은 총 연장길이 16.7㎞로 국내 철도터널 중에서는 경부고속철도 금정터널(20.3㎞)에 이어 두번째로 길다.

영동선 철도이설에 따라 운행거리는 기존 19.6㎞에서 17.8㎞로 줄었으며 운행시간도 기존 36분에서 16분으로 20분이 줄어들었다. 또한 선로용량이 기존 편도 30회에서 35회로 늘어나 영동지역으로의 이동이 보다 편리하게 됐다.

▲ 영동선 스위치백의 출발역인 통리역에 진입하는 무궁화호 열차. 26일을 끝으로 스위치백과 함께 역도 폐쇄됐다. ⓒ 원정연

▲ 통리역 열차시간표 아래로 27일부터 통리역은 폐쇄되고 신설된 동백산역에서 여객취급이 실시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원정연


한편 영동선 선로이설에 따라 해발 680m인 태백시 통리역에서 출발해 심포리역(471m)과 흥전역(349m), 나한정역(315m)을 지나 해발 245m인 삼척시 도계역간을 이동하기 위해 설치된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 구간은 이날부터 운행 중단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열차가 오를 수 있는 한계는 1㎞마다 높이 30m 이내지만 도계역과 통리역 사이의 거리는 6km에 고도 차이가 435m나 됐기 때문에 스위치백(Switch Back)을 설치해 급경사를 마치 톱질을 하듯 갈지(之)자 형태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산을 올랐다. 

앞서 1939년 7월 철암-묵호간 철도개설 당시 통리역에서 심포리역까지의 구간은 급경사가 심해 증기기관차가 자력으로는 오를 수가 없어 케이블로 연결하여 두칸씩 매달아 끌어당기고 승객들은 기차에서 내려 1.1km 구간을 걸어 올라가던 인클라인 철도(Inclined Railway, 강삭철도)가 설치됐지만 산을 U자형으로 타고 내려오는 산골터널이 1963년 5월 10일 개통하면서 폐지됐다.

▲ 영동선 나한정역. 2008년 여객취급이 중단된 이후 4년 만인 2012년 6월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다시 승객들을 맞이했다. ⓒ 원정연

▲ 영동선 나한정역 선로. 흥전역으로 거꾸로 오르내리는 선로(맨 왼쪽)와 도계역으로 향하는 선로(오른쪽)가 마주한다. ⓒ 원정연

▲ 나한정역에서 흥전역으로 거꾸로 올라가고 있는 화물열차 ⓒ 원정연

스위치백 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스위치백을 이용하고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아왔지만 접근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에 코레일 강원본부는 6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이젠, 추억 속으로 지그재그 열차' 행사를 갖고 2008년 이후 여객취급이 중단된 나한정역에 특별히 열차를 임시 정차시켰다.

이와 더불어 24일에는 다음 레일플러스(Rail+) 철도동호회와 네이버 엔레일(N'Rail) 회원 100여명이 나한정역에서 '아듀~ 스위치백' 행사를 개최하고 스위치백 체험과 기관사 꽃다발 증정식을 진행했다. 이어 코레일 강원본부도 26일 오후 도계역에서 20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동선 스위치백 환송행사'를 갖고 73년 역사의 마지막을 기념했다.

정해범 코레일 강원본부장은 "많은 사람들의 삶과 애환, 추억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스위치백 철도와의 아쉬운 작별을 다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의 장을 마련했다"면서 "비록 스위치백 철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만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고 앞으로도 지역발전의 소중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 26일 오후 삼척시 도계읍 도계역 맞이방에서 열린 '영동선 스위치백 환송행사' ⓒ 원정연

▲ 영동선 스위치백 구간으로 진입하는 무궁화호 1640 열차를 맞이하는 시민들 ⓒ 원정연

이날 상행선은 도계역을 오후 7시 19분에 출발한 강릉발 영주행 무궁화호 1686 열차가, 하행선은 통리역을 오후 9시에 출발한 동대구발 강릉행 무궁화호 1674 열차가 스위치백 마지막 여객열차였고 대전조차장을 출발해 동해역으로 가는 하행선 3225 화물열차가 나한정역을 오후 11시 1분 발차하며 마지막 열차로 기록됐다. 

또한 솔안터널을 처음 통과한 열차는 26일 오후 11시 청량리역을 출발해 강릉역으로 향한 무궁화호 1641 열차로 예정된 시간보다 11분 지연된 27일 오전 3시 14분에 동백산역을 출발해 도계역에 3시 34분 도착했다.

한편 동백산~도계간 철도이설사업 개통으로 운영이 중단된 영동선 통리역, 심포리역, 흥전역, 나한정역 등 4개역은 올 연말 착공을 앞둔 하이원스위치백리조트 사업을 통해 새롭게 탄생할 예정이다.

 원정연 (helpw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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