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8일 목요일

[사설]이한구 원내대표의 대야 인식이 걱정스럽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7일자 사설 '[사설]이한구 원내대표의 대야 인식이 걱정스럽다'을 퍼왔습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대야(對野) 인식이 갈수록 위태로워 보인다. 야당을 싸잡아 ‘종북세력’인 양 몰아세우더니 150일 넘은 MBC 장기 파업사태를 두고도 야당을 배후로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18대 국회 때까지만 해도 상식 있는 경제전문가로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질타해온 그인지라 실망이 더욱 크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여야가 MBC 파업사태를 국회 문방위 차원의 청문회에서 다루자고 합의했느냐는 질문에 “논의가 진전됐든 안 됐든 저로선 그걸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용납’이라는 고압적 말투도 그렇지만 수석 원내부대표들 간 합의를 한마디로 뭉개버리는 그의 태도는 국회 운영을 책임진 여당 원내대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그의 발언 속에 숨겨진 왜곡된 대야 인식이다. 굳이 “(MBC) 김재철 사장이 ‘큰 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를 정리했다”는 한 인사의 증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명박 정권의 무리한 방송장악이 현 MBC 사태를 불렀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개원을 위해 국정조사를 포기하고 청문회를 개최하자는 야당의 협상안마저 물리치는 건 참으로 납득할 수 없다. 그는 며칠 전 간부회의에서도 “민주당은 대선 때 편파방송 할 세력을 규합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제전문가 이한구’와 ‘원내대표 이한구’의 두 모습이 너무도 다르다. 그로서는 원조 친박인 진영 정책위의장을 러닝메이트 삼아 그 자리에 오른 데 대한 부담이 박근혜 의원에 대한 과잉 충성으로 이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그의 일거수일투족, 한마디 한마디는 이미 박 의원의 그것과 분리하기 힘들다. 그의 독선적 언행은 박 의원에게 소통 단절이나 수구보수적 이미지만 덧씌울 뿐이다. 얼마 전 그는 한 극우 인사의 책을 원용해 야당에 대한 색깔론을 펴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백번 양보해 그것이 소신이라 하더라도 여당 원내대표가 파트너인 야당에 할 소리는 아니었다.

국회가 개원하면 그에게는 국회 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이 당연직으로 따라붙는다. 여당의 원내대표를 넘어 국회 운영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그에게 주어진다는 의미다. 그런 이 원내대표가 왜곡된 대야 인식을 떨치지 못한다면 건설적 여야관계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로 인한 정국불안은 여당 대선후보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만사를 제쳐두고 19대 국회 운영의 첫 단추를 끼운다는 막중한 사명부터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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