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8일 목요일

고생물학계 "진화론 삭제? 과학을 호도하고 있다"


이글은민중의소리 2012-06-27일자 기사 '고생물학계 "진화론 삭제? 과학을 호도하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KBS 뉴스 캡쳐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가 과학교과서에 진화론 관련 내용 삭제를 청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화론은 상상의 산물이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의 이같은 주장에 학계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교진추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의 대표적인 증거 화석인 '시조새' 내용을 삭제하자고 청원하는 등 진화론 자체를 과학교과서에서 추방시키려고 시도하자 학계는 비난을 쏟아냈다.

한국고생물학회와 한국진화학회 추진위원회는 지난 20일 '교진추의 청원서에 대한 공식 반론문'을 발표해 교진추의 주장을 과학적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학회는 "교진추의 청원서는 학문적인 면에서 관련 과학단체가 응대해줄 가치가 없는 경우"라면서도 "다만 어떤 이유에서든 청원서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상황이기 때문에 답변을 공식적으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전제했다.

이는 교진추의 청원에 일부 교과서 출판사가 시조새 등 관련 내용을 빼려 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초 이를 묵과하려던 교육과학기술부는 논란이 크게 일자 전문성을 갖춘 과학자 단체를 통해 '과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을 수렴해서 시조새와 말(馬) 진화 내용에 대한 교과서 삭제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중간적 특징 갖는 시조새 화석 끊임없이 발견"

교진추는 공룡이 조류로 진화한 중간 종 생물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시조새에 대한 기술이 학술적으로 잘못됐다며 교과서에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마치 시조새의 진화적 증거에 대해 '학자들이 부정한 것처럼 호도'하는 주장"이라며 "시조새와 관계돼 수각류 공룡과 현생조류의 중간적인 특징을 갖는 화석들은 현재도 끊임없이 발견돼 보고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시조새보다 현생조류에 가까운 형질을 갖거나 시조새보다 수각류 공룡에 가까운 형질을 갖는 화석들이 다양하게 발견되는 것은 "'시조새만이 중간적인 특징을 갖는다'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오히려 '진화과정의 증거를 보여주는 수많은 중간적인 형태'들이 지구상에 출현하고 진화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조새는 현생조류와 달리 이빨이 있고 긴 꼬리뼈를 가졌으며 세 개의 앞발톱이 공룡처럼 발달하고 흉골은 매우 작다. 학회는 "시조새같은 원시조류들의 긴 꼬리를 짧아지고 이빨이 점점 없어지며 앞발톱은 퇴화되어 융합되고 흉골과 뇌는 점점 커져간다"며 "이러한 모든 변화는 공룡으로부터 현생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분명하게 보여주며, 완전한 비행에 적합하도록 형태적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국제시조새학술대회에서 시조새가 멸종한 조류라고 공식선언한 것을 토대로 시조새 삭제를 요청한 교진추의 주장에 대해서 "학술대회 선언의 진의는 시조새가 하늘을 날 수 있었던 원시조류임을 밝힌 것이지 시조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음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시조새가 수각류 공룡으로부터 진화한 조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결국 "교진추는 이 학술대회가 시조새를 공룡과 새의 중간종임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한 대회인양 오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진추는 '시조새' 삭제 청원에 앞서 지난해 말의 진화에 대한 내용 삭제도 청원한 바 있다. 이 단체는 말이 몸집이 커지고 발가락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점진적 진화를 했다는 말의 화석계열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이에 대해 "말의 진화에는 여러가지 진화패턴이 존재했으며 이는 이미 1990년대에 밝혀진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내용은 말의 화석계열이 더 복잡하게 진화했다는 것이지 말의 진화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진추의 주장대로 교과서에 실린 직선진화게열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각 시대의 말이 독립적으로 출현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말의 화석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교진추의 주장에도 배치된다. 

"교진추는 자료들을 의도적 왜곡하거나 무지로 인한 오류 범해"

과학적 논리로 교진추의 주장을 반박한 학회는 "교진추가 교과부에 제출한 두 건의 청원서에는 해당 과학자 사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주장과 자료들이 편향적으로 인용돼 있고, 의도적 왜곡이나 무지로 인한 오해로 인해 그나마 언급된 과학적 자료들에 대한 해석도 오염돼 있으며, 논점을 이탈한 주장들도 많다"고 평가했다. 

또 "진화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학계의 흥미로운 논쟁을 진화의 유무에 대한 논쟁인 양 호도하고 있다"며 "검증과 논박에 의한 과학적 지식체계의 발전 과정조차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교진추의 주장은 시조새에 대한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밝혀진 수많은 과학적 증거와 연구결과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오히려 학계에서 공인받지 못하는 소수 의견이나 잘못된 견해를 주료 의견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이번 파동은 국제적으로 과학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킨 엄중한 사건"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과부의 과학교과서 집필, 심사, 수정, 개정 절차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고생물학회 회장 허민 전남대 교수(고생물학 전공)는 "200년 이상 전세계에서 시조새를 포함한 진화론에 대해 과학적 실증을 해왔는데, 창조과학회와 마찬가지인 교진추라는 단체에서 과학을 완전히 호도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게다가 교과부가 교진추의 청원에 대해 학회라든지 전문가에 의뢰도 하지 않고 출판사에 지시를 내렸다는 것도 크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과부가 고시한 '2009년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규정에 따르면, 인정 교과서는 '화석의 변화를 통한 생물 종의 진화과정'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돼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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