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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30일 토요일

"힘얻는 창조론, 내가 카이스트에 있었다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30일ㄹ자 기사 '"힘얻는 창조론, 내가 카이스트에 있었다면..."'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창조론은 이론 아냐"

지난해 12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가 "현행 교과서에서 시조새 등 진화론 관련 일부 내용을 삭제하라"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청원한 뒤 창조과학계와 진화론학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를 통합해 2009년 출범한 교진추는 "진화론은 과학이 아닌 하나의 가설"이라고 주장하며 교과서의 진화론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20일, 진화론 학자들의 모임인 '다윈 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다윈과 진화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 교수는 최근 150여 년간 진화이론이 발전해 온 과정과 현대 진화이론의 핵심을 담은 책 을 펴냈다. 강연이 끝나고 최 교수를 만나봤다.

"진화론은 과학이론, 창조론의 설화"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박경현
"과학에서 '이론'이라는 건 검증 가능한 것을 말해요. 실험을 하고 검증을 해야 비로소 하나의 이론이 되는 거죠. 창조설은 믿어야 할 성격의 것이지 과학의 영역에 가져다 댈 게 아니에요.

하느님을 대상으로 창조를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실험할 수 있겠습니까? '이론'이라는 단어가 원래 정의보다 폭넓게 쓰이는 경향이 있지만, 창조론은 이론이라기보다 창조 '설화'라는 이름이 적당한 게 아닌가 싶어요."

최 교수는 창조론이 과학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1982년 미국 아칸소 주에서 있었던 법정 논쟁을 소개했다.

당시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은 '진화론을 학교에서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맡은 윌리엄 오버턴 판사는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연과학의 본질에 대해 방대한 연구를 했고, 판결문에서 자연과학의 특성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인간이나 종교가 만들어낸 법칙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원리를 따라야 한다. 둘째, 모든 것을 자연 법칙에 따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실제 세계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자연과학의 연구 결과는 언제나 잠정적이며,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섯째,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최 교수는 "오버턴 판사가 정리한 대로 자연과학은 검증하고 반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론자들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것을 믿으며 오로지 창조의 근거만을 찾아낼 뿐, 창조론에 어떠한 회의도 가지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학이라면 새로운 증거를 찾아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창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로 간주된다. 최 교수는 "창조론은 과학 이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목소리 커진 창조론자들

 ▲ 최재천 교수가 서울국제도서전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다윈과 진화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박경현

최 교수는 지난 2006년 서울대를 떠나 이화여대로 옮기면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융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자는 취지로 '통섭원'을 만들었다. 최 교수는 주변에서 통섭원의 심포지엄 주제로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을 다뤄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했다고 밝혔다.

"현대 진화론의 두 거장,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는 학문적으로 앙숙이었지만 딱 한 가지 합의에 도달한 게 있었어요. 바로 창조론을 배경으로 하는 지적 설계론자들의 주장에 반응하거나 행동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지적 설계론자들이 아무리 논의의 판을 키우고 싶어도 진화론자들이 아예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 이슈가 안 될 수밖에요."

논쟁이 계속되면 사람들이 진화론을 '검증된 과학적 사실'이 아닌, 창조론과 동일 선상에 놓고 다뤄져야 할 이론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교수는 "과학자들이 이번 논쟁에 대응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특히 이번 정권에서는 더 이상 논의를 키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려는 창조론자들의 노력은 1981년 한국 창조과학회 설립 후 30여 년간 계속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그런데 이번 정권에서 일부나마 이들의 주장이 관철되고 있는 것은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창조과학회는 소망교회 등 대형교회들 외에도 카이스트를 비롯한 개신교 영향권의 대학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카이스트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창조과학회의 창조과학전시회를 위한 공간을 제공했다. 지난해 카이스트는 창조과학회를 창립한 김영길 한동대 총장에게 '과학기술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대학교육 정책에 입김이 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카이스트의 주대준 부총장은 청와대 경호처장 재직 시절 "모든 정부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국내 과학 연구와 교육을 대표한다는 카이스트 안에서 창조론이 줄기차게 힘을 얻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저처럼 진화론을 연구하는 사람이 카이스트 안에 있었다면 이런 일을 두고 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카이스트 내부의 구성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어요."

"공생하는 개체가 살아남는 게 진화론의 교훈"

▲ 서울국제도서전 강연 후 <다윈 지능>을 출판한 민음사 부스를 찾은 최재천 교수. ⓒ 박경현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천 년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00명 중에 다윈이 7위에 올랐다. 이처럼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 분야를 넘어 인류 문명의 방향을 바꾼 위대한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학·예술·철학 등 현대의 학문과 예술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현대인의 의식 구조와 삶까지도 바꿨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설문조사를 했다면 다윈은 몇 등이나 했을까요? 갈수록 많은 학문 영역에서 다윈과 진화론의 의미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는 다윈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진화론의 중요성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다윈 후진국'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강한 종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 개념은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최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 개념이 다윈의 것으로 잘못 쓰이고 있다. 다윈은 가장 강한 개체만 살아남는다고 말한 일이 없고, '더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itter)'고 주장했다고 한다. 최 교수는 "최고가 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적응력만 가지면 모두 공존하고 배려하며 살 수 있다는 게 진화론에 담긴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윈의 이론은 남을 이해하고 손을 잡은 개체들이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을 알려주죠. 공생하지 않는 생물이 살아남은 경우가 없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공존의 지혜를 아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경현 (ouida)

2012년 6월 28일 목요일

고생물학계 "진화론 삭제? 과학을 호도하고 있다"


이글은민중의소리 2012-06-27일자 기사 '고생물학계 "진화론 삭제? 과학을 호도하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KBS 뉴스 캡쳐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가 과학교과서에 진화론 관련 내용 삭제를 청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화론은 상상의 산물이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의 이같은 주장에 학계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교진추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의 대표적인 증거 화석인 '시조새' 내용을 삭제하자고 청원하는 등 진화론 자체를 과학교과서에서 추방시키려고 시도하자 학계는 비난을 쏟아냈다.

한국고생물학회와 한국진화학회 추진위원회는 지난 20일 '교진추의 청원서에 대한 공식 반론문'을 발표해 교진추의 주장을 과학적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학회는 "교진추의 청원서는 학문적인 면에서 관련 과학단체가 응대해줄 가치가 없는 경우"라면서도 "다만 어떤 이유에서든 청원서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상황이기 때문에 답변을 공식적으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전제했다.

이는 교진추의 청원에 일부 교과서 출판사가 시조새 등 관련 내용을 빼려 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초 이를 묵과하려던 교육과학기술부는 논란이 크게 일자 전문성을 갖춘 과학자 단체를 통해 '과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을 수렴해서 시조새와 말(馬) 진화 내용에 대한 교과서 삭제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중간적 특징 갖는 시조새 화석 끊임없이 발견"

교진추는 공룡이 조류로 진화한 중간 종 생물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시조새에 대한 기술이 학술적으로 잘못됐다며 교과서에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마치 시조새의 진화적 증거에 대해 '학자들이 부정한 것처럼 호도'하는 주장"이라며 "시조새와 관계돼 수각류 공룡과 현생조류의 중간적인 특징을 갖는 화석들은 현재도 끊임없이 발견돼 보고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시조새보다 현생조류에 가까운 형질을 갖거나 시조새보다 수각류 공룡에 가까운 형질을 갖는 화석들이 다양하게 발견되는 것은 "'시조새만이 중간적인 특징을 갖는다'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오히려 '진화과정의 증거를 보여주는 수많은 중간적인 형태'들이 지구상에 출현하고 진화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조새는 현생조류와 달리 이빨이 있고 긴 꼬리뼈를 가졌으며 세 개의 앞발톱이 공룡처럼 발달하고 흉골은 매우 작다. 학회는 "시조새같은 원시조류들의 긴 꼬리를 짧아지고 이빨이 점점 없어지며 앞발톱은 퇴화되어 융합되고 흉골과 뇌는 점점 커져간다"며 "이러한 모든 변화는 공룡으로부터 현생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분명하게 보여주며, 완전한 비행에 적합하도록 형태적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국제시조새학술대회에서 시조새가 멸종한 조류라고 공식선언한 것을 토대로 시조새 삭제를 요청한 교진추의 주장에 대해서 "학술대회 선언의 진의는 시조새가 하늘을 날 수 있었던 원시조류임을 밝힌 것이지 시조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음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시조새가 수각류 공룡으로부터 진화한 조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결국 "교진추는 이 학술대회가 시조새를 공룡과 새의 중간종임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한 대회인양 오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진추는 '시조새' 삭제 청원에 앞서 지난해 말의 진화에 대한 내용 삭제도 청원한 바 있다. 이 단체는 말이 몸집이 커지고 발가락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점진적 진화를 했다는 말의 화석계열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이에 대해 "말의 진화에는 여러가지 진화패턴이 존재했으며 이는 이미 1990년대에 밝혀진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내용은 말의 화석계열이 더 복잡하게 진화했다는 것이지 말의 진화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진추의 주장대로 교과서에 실린 직선진화게열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각 시대의 말이 독립적으로 출현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말의 화석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교진추의 주장에도 배치된다. 

"교진추는 자료들을 의도적 왜곡하거나 무지로 인한 오류 범해"

과학적 논리로 교진추의 주장을 반박한 학회는 "교진추가 교과부에 제출한 두 건의 청원서에는 해당 과학자 사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주장과 자료들이 편향적으로 인용돼 있고, 의도적 왜곡이나 무지로 인한 오해로 인해 그나마 언급된 과학적 자료들에 대한 해석도 오염돼 있으며, 논점을 이탈한 주장들도 많다"고 평가했다. 

또 "진화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학계의 흥미로운 논쟁을 진화의 유무에 대한 논쟁인 양 호도하고 있다"며 "검증과 논박에 의한 과학적 지식체계의 발전 과정조차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교진추의 주장은 시조새에 대한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밝혀진 수많은 과학적 증거와 연구결과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오히려 학계에서 공인받지 못하는 소수 의견이나 잘못된 견해를 주료 의견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이번 파동은 국제적으로 과학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킨 엄중한 사건"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과부의 과학교과서 집필, 심사, 수정, 개정 절차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고생물학회 회장 허민 전남대 교수(고생물학 전공)는 "200년 이상 전세계에서 시조새를 포함한 진화론에 대해 과학적 실증을 해왔는데, 창조과학회와 마찬가지인 교진추라는 단체에서 과학을 완전히 호도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게다가 교과부가 교진추의 청원에 대해 학회라든지 전문가에 의뢰도 하지 않고 출판사에 지시를 내렸다는 것도 크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과부가 고시한 '2009년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규정에 따르면, 인정 교과서는 '화석의 변화를 통한 생물 종의 진화과정'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돼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