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0일 토요일

[사설]한·일 정보보호협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아글은 경향신문 2012-06-29일자 사설 '[사설]한·일 정보보호협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를 퍼왔습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위해 강공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서명단계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선(先) 국회설명’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절차를 무시한 속전속결식 태도로 볼 때 정부의 체결 연기 결정이 협정 체결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정부가 그러한 의구심을 지우려면 공론화를 통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을 밀어붙이기만 하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는 거센 비난여론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언론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나서 한·일 정보보호협정 처리를 보류·유예하도록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어제 국회에서 체결 규탄대회를 갖고 무효화 투쟁을 다짐했다. 사실상 우군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정부가 몰린 것이다. 정부가 상당히 부담을 느낀 듯하다. 

문제는 정부의 생각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정부가 국회에서 협정에 관해 설명한 뒤 그대로 체결 절차를 밟는 것이다. 그 근거는 이번 한·일 정보보호협정 논란을 절차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뒤늦게라도 국회 논의과정을 거친다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안일한 인식이 아직 정부 내부에 팽배해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국회 논의과정을 일종의 요식행위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정부가 생각하고 있다면 우려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는 국회 설명을 거쳐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은 정부의 생각일 뿐이다. 국회는 단순히 정부의 설명만 들을 것이 아니라 협정 체결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거수기가 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고 무리하게 협정을 추진한 관련 정부 당국자들도 엄중 문책해야 함은 물론이다. 

주지하다시피 동아시아 안보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국 일본과 각각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은 한·일의 군사협력 강화로 한·미·일 3국 군사협력 체제가 구축되길 희망해왔다. 더욱이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우리로서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러시아 등과 비슷한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면서 일본과의 협정체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국회는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협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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