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0일 토요일

'근혜공주' 패러디, "팝아트를 이해 못하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29일자 기사 ''근혜공주' 패러디, "팝아트를 이해 못하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작가 이하씨 “명예훼손이라고? 박근혜 역사인식 표현한 것 뿐”

지난 28일 새벽부터 부산 시내 30여 곳에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풍자하는 포스터를 제작, 게시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팝아티스트 이하(44)씨가 29일 “나랏님(또는 나랏님 될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심부름꾼인 대통령으로 권력욕을 가진 이가 아닌 인류애, 민주주의, 상식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생각의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특정인을 비판하거나 홍보하려는 것 아니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부산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부산진경찰서의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씨는 지난 28일 새벽 1시부터 4시간 동안 자갈치시장, 남포동, 부산진역, 서면 등 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30~40 곳에 모두 200장을 ‘박근혜 공주 풍자 포스터’를 붙였다. 포스터 내용은 백설공주 복장을 한 박근혜 의원이 자신의 얼굴크기만한 사과를 들고 있는데, 사과엔 하트모양의 ‘박정희’의 얼굴이 찍혀있다. 박 의원 뒤로는 청와대가 보인다.
이씨는 앞서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박정희·김일성, 지난 5월 17일 전두환 등의 풍자 포스터를 제작해 거리에 게시해 관심을 받았다.

팝아티스트 이하씨가 제작해 부산지역에 게시한 '박근혜 풍자 포스터' ⓒ이하씨

이씨는 박근혜 포스터 게시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백성이 주인인데, 경찰은 ‘왜 나랏님의 명예를 훼손하느냐’고 하더라. 나랏님은 국민이며, 대통령은 심부름꾼이다. 그래서 대통령에 대해서는 잘 선택해야 한다. 사적인 욕망, 권력욕만 있는 사람을 택하면 안된다. 인류애와 민주주의, 상식의 가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했다.”
팝아티스트라는 직업화가로써 이런 일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씨는 “갤러리라는 정해진 공간에 있는 것이 화가인데, 내겐 그런 것이 안맞다. 갤러리는 하나의 산업이자 비즈니스로서 누군가 그림을 사야 한다. 보수화된 부자들은 내가 그린 그림을 사지 않고, 갤러리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리로 나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부자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이어 “그렇다고 시민단체 활동가나 계급투쟁을 하지 않으며, 내 그림이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지도 않는다”라면서 “그런데도 내 포스터 게시에 대해 공권력은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의 경범죄라 하더라. 내가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광고물이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박근혜 의원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씨는 “부산지역에서 갖는 박근혜에 대한 이미지와 그의 철학과 역사인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심도깊고 진지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발표되거나 인쇄돼 나온 포스터는 하나의 시각예술로, 이런 그림이 갖는 힘이 있다. 말 보다 더욱 진지하게 다가온다. 생각해 볼 시간과 계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 의원에 대해 “그 분이 갖고 있는 현실을 포스터로 보여준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후광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며, 박 전 대통령은 업적도 있지만, 독재를 행한 한계가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내 아버지의 정치적 실수나 과오로 피해입은 분에 대해 사과하고 난 그 분의 정치철학과 다르니 다른 길을 가겠다’는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박정희 시절, 5공 시절 인물들과 같이 움직인다. 그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박 의원이 부친과 다른 정치철학 갖고 다른 길을 가기를 원하는데, 그 분은 그런 것같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인류애를 위한 철학을 가진 분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이씨는 “부산지역에서는 슬픈 가족사를 가진 안타까움, 연민과 같은 이미지가 있다. 또한 박정희가 우상숭배에 성공한 사람으로 돼있는데 이런 의식은 우리 스스로가 아닌 권력자가 만들어준 것”이라며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진실이라 의식적으로 믿는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그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지금 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며 정작 12월 선거철에 가까워지면 법으로 못한다. 지금도 법이 안된다고 하니”라며 “해야될 얘기를 이 때로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팝아티스트 작가 이하씨. 본인제공

이씨의 포스터 제작 부착 행위에 부산중앙선관위와 경찰은 즉각 조사에 나섰다. 부산중앙선관위는 29일 오후 이씨를 상대로 ‘박근혜를 홍보 또는 비판할 목적이었는지’, ‘누가 시켰는지’, ‘돈댄 사람이 있는지’, ‘특정 정당과 연계돼있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부산진경찰서도 오는 7월 3일 오후 2시에 출석할 것을 이씨에 통보했다. 이씨는 경찰에 출두할 계획이다.
이씨는 경찰과 언론 등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 지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떠한 것도 선거에 영향을 끼칠 의도를 갖지 않았으며, 박 의원이 출마도 안한 상태”라며 “그림 어디에도 찍으면 안된다고 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포스터 내용이 박 의원을 비방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씨는 “그렇게 의도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제가 무슨 자격으로 박 의원을 비판하겠느냐”며 “예술가라는 사람이 그림 하나로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예상못했는지에 대해 이씨는 “현장에서만 안잡히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냥 경찰이 떼버리고 말줄 알았다”며 “그냥 퍼포먼스 중 하나여서, 이렇게 이슈가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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