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9일 금요일

"KBS뉴스의 가장 큰 문제 노골적 여당 편들기 막아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28일자 기사 '"KBS뉴스의 가장 큰 문제 노골적 여당 편들기 막아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김현석 위원장

 ▲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KBS 새노조 김현석 위원장 ⓒ 이영광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 위원장은 언론 파업을 '불법 정치 파업'으로 규정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김인규 사장 같은) 사람이 오게 된 것이 문제"라며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이한구 원내대표는 반성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 26일 KBS 새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석 위원장은 "복귀 후 20일은 저희 조합원들이 안착해서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간이었다"며 "뉴스와 프로그램을 빨리 바꾸는 것이 주 임무기 때문에 그 과정이 계속 이뤄졌고, 파업 때보다 바쁘게 지낸 것 같다"고 복귀 후 생활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변화는 없었지만, 아주 사소한 변화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KBS뉴스에서 가장 큰 것이 노골적으로 여당 편드는 리포트인데 막아야 한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제대로 된 KBS 뉴스를 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인규 사장이 퇴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측과 합의한 것에 관련해 김 위원장은 "김인규 사장 퇴진을 걸고 95일 동안 파업했지만, 퇴진에 대한 전망이 안 나왔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김 사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가 나갈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하기에는 임기가 너무 짧았다(3개월)"며 "우리가 원래 추구했던 '공정 보도'의 소중한 가치를 포기할 만큼 파업을 길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파업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쟁의대책위원회에서 1차 합의안이 부결된 일을 꼽았다. "파업을 하면서 김인규 사장 퇴진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1차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복귀 의견이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부결된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집행부는 임금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조합원들은 '말이 안 된다며 돈보다 명예'라고 부결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6월 넷째 주, MBC에서 또 해고자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파업 중에 해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때 해고된 분들 모두 자기 직종에서 존경받는 선배"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집행부도 아니고, 파업에 열심히 참가한 게 전부"라며 "징계받을 만한 일이 없다, MBC 사측이 미워서 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독자들에게 "KBS가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조금만 더 지켜봐주시고, 관심어린 비판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김현석 위원장과 나눈 1문 1답.

"KBS, 뉴스·프로그램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김현석 본부장과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이 '언론장악 청문회 실시' '낙하산 사장 퇴출' '해직언론인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5월 29일 오후 여의도문화마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현석 본부장이 단식농성을 벌일 천막으로 향하는 길에 조합원의 격려를 받고 있다. ⓒ 권우성

- 사측과 합의하고 업무에 복귀한 지 20일이 다 돼 갑니다.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지난 20여 일은 안착하는 기간이었어요. 95일 동안을 비웠잖아요.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 조합원들이 안착해서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었죠. 대표적으로 아나운서들이 파업 전에 하던 프로그램 복귀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장급·팀장급 인사가 있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문제였지요. 마지막으로 뉴스와 프로그램을 빨리 바꾸는 것이 우리의 주 임무이기 때문에 이를 계속 하는 과정이 이뤄졌어요. 파업 때보다 바쁘게 지낸 것 같아요."

- 복귀 후 KBS가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아직까지 국민들이 체감할만큼 뉴스나 프로그램이 바뀌었냐고 물으신다면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아주 사소하거나 일부였지만 변화 자체는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에서 희망버스 문제·시사 만화가 문제를 다뤘고, 25일 < KBS 뉴스9 >에서도 '4대강이 가뭄에 도움 안 된다'라는 리포트가 굉장히 주요하게 나갔습니다. 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서도 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리포트되고 있어요. 

물론 아직까지 국민들이 '아, KBS가 달라졌구나'라고 체감은 못 하는 것 같지만, 아주 세밀하게 변화는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인사 문제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번 주(6월 다섯째 주)부터는 뉴스와 프로그램을 바꾸는 데에 좀 더 힘을 쓸 것입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바꿔내는 게 저희 목표이니까요. 국민들이 최대한 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 그 시기가 언제가 될까요.
"일단 저희가 탐사보도팀을 만들 것이고, 대선후보 검증팀도 만들 겁니다. 탐사보도팀이 꾸려져 '작품'이 나오려면 한 2~3개월 정도 걸려요. KBS 뉴스에서 가장 큰 문제가 노골적으로 여당 편드는 리포트였는데, 이걸 막아야 해요. 지금도 막고 있습니다. 

파업 때는 마음대로 내보냈는데 지금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있어요. 완전 여당 편만 드는 기사는 많이 줄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정말 중요한 문제는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권이 잘못하는 것, 가령 4대강, FTA 같은 것을 안 다루는 게 문제입니다. 탐사보도팀이 만들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겠죠. 탐사보도팀이 있을 때는 KBS가 이달의 기자상을 독차지 했는데... 지금은 상 못 받아요. 뭐 한 게 있어야죠(웃음)."

- 복귀 후 얼마 되지 않아 노조원들이 다시 농성을 한 것은 현재 어떻습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안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게 아나운서 복귀 문제였고, 또 하나가 인사 문제였습니다. 특히 부장급 인사를 할 때 문제가 발생했어요. 조합원이 직접 피해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부장급 중에서 합리적이고, PD들과 소통이 잘 됐던 분들 몇몇을 부장급에서 내리고 사측의 마음에 드는 분들을 부장급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그래서 PD들이 농성을 이틀 정도 했죠. 실제 인사 발령이 날 때는 (계획을) 회사에서 포기했어요. 마무리가 잘 됐죠."

"해고자 다시 나오면 다시 파업할 것"

▲ KBS의 김인규 사장(왼쪽)과 MBC의 김재철 사장 ⓒ 권우성·유성호

- 김인규 사장 퇴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가 성급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저희 파업의 목표는 3가지였어요. 첫째가 부당징계 철회, 둘째가 막장 인사 철회, 셋째가 김인규 사장 퇴진이었습니다. 솔직히 김 사장 퇴진을 걸고 95일 동안 파업을 했지만, 퇴진에 대한 전망이 안 나왔다는 게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내외적 요인이 있었겠지만, 내적요인으로는 저희가 제대로 못 싸운 것도 있었겠지요. 국민들에게 '아, 김인규 사장이 퇴진해야 하는구나'라는 여론형성에 실패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반성할 측면들이 있었습니다. 또 김재철 MBC 사장 문제가 너무 부각되니까 마치 김인규 사장은 도덕성 논란이 없으니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국민들이 인식한 것 같아요.

김재철 사장이 공정보도를 막았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고 인식돼야 하는데, 마치 '이상한 짓 했으니까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가니까 김인규 사장 퇴진에 대한 국민들 여론이 제대로 안 모아졌던 것이죠. 

사실 김인규 사장 임기가 11월에 끝나요.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가 나갈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하기에는 남은 임기가 너무 짧았어요. 석 달 밖에 안 남았는데 해야 하느냐, 차라리 우리가 원래 하려고 했던 공정 보도, 특히 대선에서의 공정성 확보 등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파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생각으로는 성급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그 시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판단을 한 것이죠. 김인규 사장 퇴진을 요구해놓고, 그것도 못하고 접느냐는 비판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 김재철 사장에 비하면 김인규 사장은 해고나 징계를 안 한 것 같아요.
"여러 분석이 있는데, 일단 김인규 사장이 약하다기 보다는 김재철 사장이 너무 한 거죠. 김재철 사장이 독특한 거죠. 일반적으로는 파업 중에 징계한 사례가 없어요. 파업 끝나고 마무리되고 나서 징계위원회 열어 해고나 징계했지, 파업 중에 징계하면 파업을 접지 못하잖아요. 더 화나고 동력 더 올라가고 말이죠. 대개 그렇기 때문에 징계는 파업 끝나고 절차에 돌입해요. 

그런데 김재철 사장의 경우는 파업 시작 한 달 뒤부터 징계를 시작했어요.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죠. 그렇게 탄압하면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기자와 PD들이 자존심이 있는데... 그렇게는 안 되죠. KBS는 징계가 이제 시작돼요. 이게 일반적입니다. 김인규 사장이 안 한 게 아니라 미룬 것이고요, 지금부터 시작하겠죠."

- 최경영 기자는 해고됐는데...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약진하고 나서 회사측이 '이 파업 깨보자'라며 최 기자를 해고하고 다른 사람도 징계하려고 시도했어요. 그런데, 최 기자 해고 후 파업 참가자들의 반발이 심해니까 물러난 것이죠. 20여 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했는데, 없었던 일로 했습니다. 최 기자 건만 남아서 이번 주(6월 다섯째 주)에 재심하는 데 해고는 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럼 징계절차가 진행되면 징계 수위를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저희가 회사와 합의할 때 대부분 징계의 최소화를 합의했거든요. 서로간의 고소를 취하하고, 징계는 최소화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기 때문에 징계를 안 받을 수는 없겠지요. 95일 파업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법정에 가서 가려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파업을 했는데, 징계를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고... 최소화 한다고 했으니까 봐야죠."

- 만약 해고자가 나온다면요?
"저희가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범법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공정 방송을 위해 파업을 했던 것인데, 그런 사람을 해고시킨다면 다시 파업해야죠. 이전에 최경영 기자가 해고됐을 때도 22분의 간부들이 파업한다고 내려왔어요. KBS는 공정 보도 추구라는 게 해고 사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MBC보다 강한 것 같아요."

'돈보다 명예'를 택한 KBS 새노조 조합원들

▲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김현석 본부장과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이 '언론장악 청문회 실시' '낙하산 사장 퇴출' '해직언론인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5월 29일 오후 여의도문화마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을 당시. ⓒ 권우성

- 지난달 말에 이강택 위원장과 함께 단식하셨잖아요. 단식이란 '이게 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의미인데 생명까지 걸만큼 언론의 자유가 소중합니까?
"솔직히 생명보단 소중하지는 않죠. 이런 질문은 문제가 있어요(웃음). 언론 자유는 소중하고, 단식을 통해서 언론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만약 정말 이렇게 해서 죽는다면 못 했을 것 같아요. 국민들에게 '목숨을 걸고라도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그건 아니었고 죽지 않을 정도로 했던 것 같아요."

- 단식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했을까요?
"솔직히 단식은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어요. 단식에 들어갈 때 꾀했던 것은 정치권에 대한 메시지 전달이었어요. 앞서 김재철 사장 얘기를 했듯이 김재철 사장의 도덕성 문제에만 집착을 하다보면 '언론의 자유'가 묻히잖아요.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었죠. 단식 자체는 사내 합의에 별 도움이 안 된 것 같고, 정치권이 언론장악 청문회 이슈를 다시 부각시키는 데 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청문회를 언급하셨는데,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불법 정치파업, 내 임기 중에 언론 청문회 절대 없다'고 했죠. 어떻게 보세요?
"이한구 원내대표 발언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건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공영방송은 국회에서 결정하는 거예요. BBC에 문제가 생기면 영국 의회가 위원회를 꾸려 BBC가 어떤 길로 가야할 지 고민하죠. 마찬가지입니다. KBS·MBC 파업은 공영방송의 문제잖아요. 그럼 정치권이 공영방송, 공정방송을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방안을 내야죠. 그게 그들이 해야할 역할입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 것을 보면 거꾸로 갔단 말이에요.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보 사장 앉히고, 프로그램이나 인사에 개입하면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후퇴시켰죠. 이걸 원상복귀하고 진상을 규명해 더 이상 공영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갑자기 노사문제라고 치부하면 말이 됩니까. 이게 왜 노사문제입니까? 김인규 사장과 저희가 무슨 관계가 있어요? 그런 사람이 오게 된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죠.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정치권의 시도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은 반성해야 해요. '우리가 언론을 망가뜨렸다, 잘못했다' '우리가 또 집권하면 이렇게 안 하겠다' '다시는 특보를 사장으로 앉히는 일은 하지 않겠다' '언론 장악이란 말이 안 나오도록 잘 하겠다' 같은 안을 내놨어야 하는 게 그들이었죠. 공정방송을 하기 위한 틀을 만들기 위핸 언론장악 청문회를 하자는 것인데, 어떻게 이게 사내 이슈입니까.

박근혜 의원은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니까 우리와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지금의 일은 박근혜 의원 책임입니다. 나중에 평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선주자라면 떳떳하게 언론 문제에 대해 자기 언론관이 어떻고, 공영방송은 어떻게 해야 하고, 공정방송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입장을 말해야죠. 그런데 MBC 징계사태에 대해 '안쓰럽다'?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대선주자는 그럼 안 되죠. 자기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공영방송의 바른 길은 이건데 지금 상황은 이렇다고 판단을 해야죠."

- 파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파업 하면서 김인규 사장 퇴진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 1차 합의안을 만든 적이 있었어요. 복귀 의견이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부결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임금 손실이 가중돼 임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 합의안을 던졌죠. 그런데, 조합원들의 의견은 달랐어요. '임금 손해 때문에 파업을 접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린 돈보다 명예다'고 해 부결시켰을 때 전 어떤 면에서는 기분이 좋았어요. 집행부는 계속 파업해야 한다고 하는데, 조합원들이 '임금 손해 때문에 못 하겠어요'라고 하는 노조가 많을텐데 반대라서 고맙더라고요."

- 그럼 가장 힘들었을 때는?
"총선 끝났을 때였죠. 많은 사람들이 야권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잖아요. 그리고 야권이 다수가 되면 언론장악 청문회가 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죠.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수월한 지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컸죠. 근데 총선이 끝나고 나서 힘들어졌어요. 청문회를 새누리당이 수락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었죠. 총선 이후엔 정말 힘들게 싸웠던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 MBC 파업 돕겠다"

- 보도책임자 문책에 대한 합의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합의가 없었나요.
"보도 책임자 문책이라고 하기에는 힘들고요. 보도본부장이 취임했는데 전임 본부장은 신임투표에서 2/3 이상이 반대를 해 나갔잖아요. 새로 취임한 본부장이 기자 조합원들이 보기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제작 거부와 파업이 시작된 것이죠. 문책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죠.

지금 상황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신임 투표하겠다는 겁니다. 원래는 1년 만에 하게 돼 있거든요. 내년 2월에 해야 되는데 12월에 대선이 있잖아요. 저희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전에는 이 사람이 본부장 되기 전 행태를 보고 못 받겠다고 한 거고, 지금은 일단 보겠다는 거예요. 한달 반 정도 지켜본 뒤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신임투표하고 해임을 강력히 요청하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 지난 주(6월 넷째 주) MBC에서 또다시 해고자가 나왔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파업 중에 해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전에 해고 당했던 사람들은 조합 집행부이니까 가능한데, 최승호 선배나 박서제 선배 같은 경우는 뭘 잘못했다고 해고를 해요? 두 분 다 자신의 직종에서 존경받는 선배고, 집행부도 아니고, 그저 파업에 열심히 참가한 게 다인데... 징계 받을 만한 일을 한 게 없어요. 이건 그냥 미우니깐 한 거죠.

또 정치적 목적이 있다면 파업이 끝난 뒤에 여당에 불리한 뉴스나 프로그램을 못 만들게 하기 위해서 정직 먹이고 비판적인 사람 자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7월이나 8월 파업이 끝나면 파업 끝난 뒤부터 정직이 시작되기 때문에 비판적인 기자나 PD들이 정직 당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럼 대선은 끝나는 겁니다. 대선 때까지 최승호 선배가 만드는 PD수첩도 못 나오고 박성제 선배나 다른 기자들이 만드는 비판적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하는 겁니다. 김재철 사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기자나 PD들을 솎아내겠다는 결심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사람입니다."

- 파업을 같이 하다 KBS 새노조가 들어와서 MBC노조에게 미안할 거 같은데.
"많이 미안하죠. 같이 싸우다 혼자 전선을 이탈한 느낌이에요. 저희와 국민일보, 연합뉴스가 복귀하고 MBC와 YTN이 남았잖아요. 다섯 언론사가 같이 시작했죠. 솔직히 저희가 남아서 옆에 있어 주는 게 좋긴 한데 MBC 끝날 때까지 남자면 사태 해결도 안 될 것이라고 보여 전략적으로 판단했지만, 심정 상 상당히 미안하죠. 

그래서 파업 접으면서 MBC 조합원들에게 '우리가 지금 옆에 있지는 못하지만 방송을 통해 도와주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MBC 조합원들도 'KBS 조합원들이 옆에서 같이 싸워주는 것도 힘이 나지만 방송을 통해 돕는 게 더 힘이 난다'고 했어요. 왜냐면 김재철 사장 얘기는 트위터나 인터넷 매체에서는 나오고 있지만, 메이저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잖아요.

저희가 그걸 하려고 들어왔고, 지금 하고 있어요. 좀 있으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거라고 봅니다. (MBC 노조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고, 옆에 서 있는 것보다 방송을 통해 해주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거와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KBS가 지난 4년 동안 욕도 많이 먹었고 국민들을 많이 실망시켰죠. 그렇기 때문에 파업을 했지만 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파업을 접어 실망을 더 끼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요.

그래도 복귀 이후 취재현장에 가면 예전처럼 맞지는 않아요. 예전엔 많이 맞았거든요. 요즘 보면 '어디 제대로 보도하나 한 번 보자'는 분위기인거 같아요. 뉴스와 프로그램을 빨리 바꿔내서 국민들로 하여금 '아, KBS가 바뀌었구나, 그러게 실망시키더니 요즘엔 좀 낫네'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관심 어린 비판 부탁드립니다."

 이영광 (kwang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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