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MB ‘유체이탈’ 화법, 오죽하면 언론도 뿔났을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27일자 기사 'MB ‘유체이탈’ 화법, 오죽하면 언론도 뿔났을까'를  퍼왔습니다.
[비평] 농심 두 번 울리는 아부꾼들…MB “4대강 사업으로 가뭄극복”

“신체에서 정신이 분리되는 유체이탈 상태처럼 자신에 관한 일을 마치 남 이야기하듯 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어처구니없는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는 것을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한다.”
경향신문 6월 26일자 (타는 농심 두 번씩이나 우롱하는 대통령)이라는 사설에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인기 팟캐스트 방송 에서나 듣던 신조어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사설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104년 만의 가뭄 때문에 농민의 가슴 역시 타들어가고 있다. 애지중지 키웠던 농작물은 시름시름 앓고, 제대로 수확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작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국민의 시름마저 깊어지고 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가뭄을 극복했다는 ‘황당한 시각’으로 농민을 두 번 울리고 있다. 4대강사업추진본부 관계자는 “가뭄이 때아닌 폭염 때문에 정서적으로 발생한 느낌이지 실제로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착시현상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입방아를 자초했다.  


문제는 단순한 말실수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Rio+20)’에 참석한 자리에서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6월 23일자 (타는 농심 짓밟는, MB의 가뭄극복 자랑)이라는 사설에서 “남부지방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 논밭이 돌이킬 수 없이 타들어 가는데, 가뭄 극복을 자랑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배짱은 어디서 나온 걸까”라고 비판했다.
언론에 의해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자화자찬 주장은 ‘4대강 아부꾼들’의 도움 없이는 힘을 받기 어렵다.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홍보하는 이들의 존재가 ‘유체이탈 화법’의 숨은 배경이라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6월 25일자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통해 물그릇을 크게 확장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가뭄에 시달리던 낙동강 경북지역은 상주보 구미보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20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마친 곳은 이번 가뭄에도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 스스로 넉넉해진 저수율 덕분에 가뭄 속에서도 논밭에 물을 대기가 어렵지 않다고들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6월 21일자 11면 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렇다면 정말로 4대강 사업 때문에 가뭄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적어도 4대강 사업 구간 주변부는 가뭄 피해와 무관한 공간일까.
한겨레는 6월 26일자 14면 라는 기사에서 “강둑에서 불과 300~400m 떨어진 곳에 남한강 물이 줄기차게 흐르고 있지만 그곳에(경기도 여주군 강천보 한강문화관 주변) 이식된 나무들은 아무런 강물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기사 내용과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누군가는 ‘본질’을 외면하거나 속이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4대강 사업은 가뭄의 만병통치약일까. 의문의 해답은 의외로 조선일보 기사에 담겨 있다.
조선일보는 (4대강 보 물 4억t, 여의도 13배 가뭄 농지에 공급 시작)라는 기사에서 “4대강 사업으로 전국의 가뭄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 예찬론을 펼치는 이들에게는 화들짝 놀랄만한 내용이다.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갔다. 홍수나 가뭄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나 지천인데 4대강 사업만 하면 가뭄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한계가 뚜렷한 주장이다.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6월 26일자 (우상이 돼 버린 4대강 사업)이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MB는 브라질에서 ‘4대강으로 가뭄과 홍수를 극복하고 있다’며 자랑했다. 가뭄에 타들어 가는 농심을 깡그리 잊은 자화자찬이다. 길게 보면 4대강은 치수의 완결판이 아니다.
만병통치약도 될 수 없다. 어쩌면 찬반양론의 거친 공방 속에서 4대강이 슬그머니 우리 사회에 우상으로 자리 잡는 게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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