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9일 금요일

'마피아'에 휘둘리는 올림픽... 강원도가 위험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29일자 기사 ''마피아'에 휘둘리는 올림픽... 강원도가 위험하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적자 올림픽에 환경자원마저 잃는 '양수겸장' 상황

 ▲ 가리왕산 중봉과 하봉을 현장 조사한 내용을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 '가리왕산 보전과 환경동계올림픽 실현을 위한 대책위원회'. ⓒ 성낙선

지난 20일 산림청발 뉴스로 '동계올림픽 활강 경기장이 가리왕산 중봉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알파인 경기장(활강 경기장)의 예정지로 선정된 곳은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가리왕산 중봉이다. 가리왕산 중봉은 '희귀한 자생식물 서식지'의 이유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희귀한 식물의 유전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법정보호구역으로 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할 수 없는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강원도가 산림청에 활강 경기장 건설을 위해 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를 요청하였고 해제유무를 결정하기 위하여 산림청은 자문위원회를 열어 활강경기 대체지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대체지를 찾지 못해 결국 가리왕산 중봉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특별법에 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에 대한 조항(34조)이 있다. 강원도와 정부는 애초에 유전자원보호구역의 해제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가리왕산 중봉을 활강 경기장 건설 예정지로 정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무대뽀'라고 한다.

애초에 정부와 강원도는 법을 지킬 생각이 없었고 개최지가 결정되면 특별법으로 밀고가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특별법이 통과되었지만 당시에는 현행법을 어기고 국제사회에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래도 마음에 거리낌이 있었던지 '2018동계올림픽 타당성조사 보고서'에 "가리왕산 중봉은 환경보호구역이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가리왕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 개발 못할 곳이 없다

강원도가 2006~2007년에 가리왕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했는데,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인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80% 이상이었다. 가리왕산 중봉을 개발할 수 있다면 동강, 대암산 용늪, 국립공원 등 아무리 환경적 가치가 뛰어난 곳도 모두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된다.

실제로 개발업자들도 생태자연도 1등급 부지가 80% 이상이면 개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 도시계획 공무원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라. 인·허가를 해줄 수 있는지? 평창동계올림픽 추진론자들은 상식과 법을 뛰어넘은 존재라고 할 만하다.

여기서 '알펜시아 리조트' 얘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CBS에 "알펜시아 리조트를 만들지 못했다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의 인터뷰가 실린 적이 있었다. 이 얘기의 의미는 '동계올림픽을 위해서라면 강원도민은 하루에 1억1000만 원의 이자를 지불해도 되고, 앞으로 더 많은 돈을 이자로 지불하는 것에 어떠한 불만도 가지면 안 된다'이다.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하루에 이자만 1억 원이 넘게 지불하고 있는 강원도민은 동계올림픽 시설투자비 20조 원에서 국고지원금 70%를 뺀 지방비 30%를 부담해야 하고, 올림픽특구 건설비용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역대올림픽 중 흑자를 경험한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에, 2018년 이후에 강원도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누구는 배를 두드리며 웃음을 남기는 상황이 그려지는 것은 나의 기우일까?

약 4조 원의 예산으로 꾸려가고 있는 강원도의 재정상황에서 5년 동안 동계올림픽 투자비용에 소요되는 지방비 6조 원으로 인하여 복지, 문화 등의 민생분야에 대한 예산의 긴축은 뻔하고, 올림픽특구 건설비용 때문에 강릉, 평창, 정선 등의 재정이 더욱 곤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말 가리왕산 중봉 이외에 대안이 없었을까?

'활강 경기장의 대체지가 없기 때문에 가리왕산 중봉이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대체지를 찾아야만 한다.

솔직히 동계올림픽이 흑자가 날 거라는 환상을 1%도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올림픽이 강원도를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 강원도는 올림픽으로 인해 깊고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뿐이라고 단정하지만, 올림픽 개최라는 결정을 번복하기에는 너무 진전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적자 올림픽을 모면하는 예상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경가치까지 상실하는, 마치 장기판의 '양수겸장' 상황이다.

올림픽 활강 경기는 기록경기가 아니고 순위경기이다. 그렇기에 활강 경기장의 코스에 국제규격이 없다. 기본적인 매뉴얼(800m 이상의 표고차, 평균 17도 이상의 경사도, 슬로프 길이 3000m 등)은 있겠지만 코스 규격이 없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인데, 산림청에서 대체지를 찾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스키계의 한 인사는 "국제스키연맹에 스키장 조성을 위한 환경기준은 없다"고 했다. 생태무지를 자랑하는 그들에게 가리왕산 중봉의 생태가치는 일말의 고려가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규격도 없는 코스의 적정성을 언급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스포츠 마피아'에 불과하다.

단 1주일을 위한 경기에 수천 년을 내려온 생태자산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활강 경기장 설치기준을 완화하면 생태가치도 지키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는 윈-윈(win-win)의 방법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강원도가 환경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매우 노력하고 있고, 또 그것을 지켰다는 성과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강원도의 미래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다. 강원도에 아름다운 산과 강과 물, 이외에 자랑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가리왕산 보전과 환경동계올림픽 실현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 원주환경운동연합 네트워크활동팀장입니다.

 김경준 (kjki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