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박한용 칼럼]'교과서' 내겠다는 김문수의 '멘붕적' 역사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27일자 기사 '[박한용 칼럼]'교과서' 내겠다는 김문수의 '멘붕적' 역사관'을 퍼왔습니다.
호환(虎患)을 일으키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역사교과서 반란

본디 칼럼이란 같은 얘기를 반복하면 식상한 법이다. 더구나 같은 인물을 대상으로 또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들께도 죄송한 일이다. 그런데 김문수 경기도 지사에 대해 다시 한번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그가 “우리나라의 국사가 잘못됐다”며 산하 기관인 경기문화재단을 통해 ‘경기도 현대사 편찬’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2010년 10월 ‘경기도 현대사 편찬 및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예산은 4천600만원이 잡혀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말 경기도 공무원용 현대사 교과서를 출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이가 그 바쁜 와중에도 경기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국현대사 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치겠다는 것 자체가 희한한 일이지 않는가. 그는 왜 역사교과서마저 손을 대려고 하는가. 

대권 행보 바쁜 김문수 도지사, 경기도 현대사 교과서 낸다?

6월 4일 김문수 지사는 경기북부청사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일색화되어 있으나 대한민국은 사상의 혼란과 공백이 크다”고 말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사가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때문에 “경기도 공무원 국사 교과서를 따로 써서, 곧 출간될 것”이라며 경기도 현대사 발간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상과 혼란의 공백이 크다고? 국사교과서가 그 원인이라고? 

지금 사상의 혼란과 공백이 크다면 그 원인은 단 하나다.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되돌아가려는 ‘역사멘붕집단’의 광란 때문이다. 독재를 하다가 쫓겨난 이승만을 국부로, 최악의 테러독재인 유신체제의 수장 박정희를 근대화 혁명가로 심지어 5공 신군부마저 부활시키는 작금의 수구세력의 광태야말로 사상의 혼란과 공백의 근원이다. 특히 국사와 관련해서 문제를 일으킨 주범은 누가 뭐래도 현 정권과 뉴라이트를 포함한 수구세력의 국사교과서 개악 범죄에 원인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 김문수 지사도 포함되어 있다. 

알다시피 2011년 한 해는 교과부장관과 국사편찬위원장 그리고 수구세력이 한통속이 되어 2013년도에 사용될 중고교 국사교과서를 자기네 입맛대로 개악을 시도했다.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서술”을 제기해 사실상 민주주의의 개념마저 왜곡하고,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사실과도 다른 내용을 적시하고, 그 외 친일파·독재자·재벌 등을 미화하려고 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집필이 완료된 국사교과서를 교과부장관 직권이란 걸 행사해 입맛대로 개악하는 횡포에 저항해 한국사학계와 교과서 집필자 그리고 일선 교사들, 나아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그 결과 수구의 역사관을 교과서에 실어 어린 학생들을 새로운 수구세력으로 양성하려는 역사교과서 범죄는 (미흡하지만)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김문수 지사는 이게 불만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권한이 미치는 경기도를 대상으로 미완의 국사교과서 특히 한국 현대사 교과서를 만들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 어흥!” 이것이 김문수의 이상한 교과서 편찬의 동기이다. 

유신반대 투쟁 자랑하면서 박정희 찬양하는 김문수

 ⓒ김철수 기자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과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김문수 지사의 역사관 자체도 혼란과 붕괴 일보 직전이다. 그는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박정희를 대한민국의 교과서라고 추켜세우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박정희 기념관이 너무 초라하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엉뚱한 소리를 한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는 박정희 시기의 자신의 ‘민주화 투쟁’과 이후 노동운동 경력과 감옥생활을 구구하게 늘어놓았다. 아울러 자신이 독재시대가 다시 온다면 투쟁을 하겠고 말했다. 독재자 박정희의 기념관이 초라하다고 애통해하면서 그와 같은 독재가 나오면 투쟁하겠다는 이 멘붕적 발언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더구나 이 학생강연장에서 그는 친미파에 대해서도 기이한 발언을 했다. 구한말 일본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을 미국이라 생각해 뛰어난 외교력으로 함께 일본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게 했던 것은 시대와 세계정세를 꿰뚫어보는 뛰어난 안목이었다고 원조 친미파(이승만 아니고 누구겠는가?)를 칭송한 것이다. 큰일 날 소리이다. 이승만 따위가 구한말 미국에 매달렸을 때 일본과 미국 사이에 카스라-태프트 밀약이 성립되었다.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대한제국과 만주의 기득권을 상호 보장하기로 한 것이 카스라-태프트 밀약이다. 도둑놈들끼리 서로 강탈한 장물을 서로 인정하는 희유의 도둑놈 소유권 상호인정이 이 밀약 아니던가.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탈되었을 때도 미국은 그것이 정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이게 친미파가 ‘시대와 세계정세를 꿰뚫어보는 뛰어난 안목’인가.

미국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꽃피게 했다는 궤변은 또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진 소리인가. 미국의 비호로 권력을 장악한 이승만의 독재가 자유민주주의란 말인가.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 때 민간인을 학살하는 신군부의 병력 동원을 승인한 주범이 미국 아니던가. 이건 이데올로기를 떠나 사실의 문제이다. 이런 사람이 주도해서 만드는 경기도판 한국 현대사교과서란 과연 어떤 교과서일지 소름이 끼친다.

사실 김문수 지사는 그 말썽 많은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의 시각에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본다. 즉 친일세력을 비호하고 일제 식민지 지배를 근대화로 파악하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국부로 받드는 시각에서 볼 때 대한민국 국사교과서는 도저히 맘에 들지 않는 것이다. 실제 그는 뉴라이트의 기수라 할 안병직, 이영훈 등 서울대 경제사연구자들이 포진한 이른바 낙성대연구소 멤버와도 뗄 수 없는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의 역사 인식이나 인맥을 고려하자면 경기도 현대사도 이들과 같은 맥락에서 기술될 것이 틀림없다(아니면 이들이 직접 참가하거나).

요컨대 몇 년 전 국사교과서를 자신들의 시각으로 변조하려다가 만인의 손가락질만 받았던 받던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 해프닝과 작년의 국사교과서에 대한 불충분한 개악에 대해 비감에 빠진 일군의 김문수표 뉴라이트 세력의 비원이 서린 역사범죄 재구성 작업이 바로 경기도판 한국현대사이다. 다시 말해 경기도판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이다. 그리고 김 지사는 이러한 교과서를 공무원 사회에 보급해 자신의 사적 이데올로기로 세뇌시켜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삼으려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는 각 도는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도지사 입맛대로 역사 교과서를 자체 편찬하고 고치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김철수 기자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과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고 있다.

김문수는 체제 속에서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체제는 자본주의 체제란 뜻이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권력을 쥔 집단을 그는 체제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을 옹호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집단 속에서 민주와 서민 복지를 말하고 있다. 요컨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갔다는 말이렸다. 이거 틀린 말이다. 호랑이굴에 가면 잡아먹힐 뿐이다(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겠는가). 아니면 호랑이가 되어 그 속에서 한패거리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미 호랑이 패거리가 되어버린 그가 할 일은 무엇일까. 마마보다도 무서운 호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역사 멘붕과 함께 김문수표 호환이 시작되는 작태를 우리는 보고만 있을 것인가. 

박한용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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