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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7일 수요일

[박한용 칼럼]'교과서' 내겠다는 김문수의 '멘붕적' 역사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27일자 기사 '[박한용 칼럼]'교과서' 내겠다는 김문수의 '멘붕적' 역사관'을 퍼왔습니다.
호환(虎患)을 일으키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역사교과서 반란

본디 칼럼이란 같은 얘기를 반복하면 식상한 법이다. 더구나 같은 인물을 대상으로 또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들께도 죄송한 일이다. 그런데 김문수 경기도 지사에 대해 다시 한번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그가 “우리나라의 국사가 잘못됐다”며 산하 기관인 경기문화재단을 통해 ‘경기도 현대사 편찬’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2010년 10월 ‘경기도 현대사 편찬 및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예산은 4천600만원이 잡혀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말 경기도 공무원용 현대사 교과서를 출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이가 그 바쁜 와중에도 경기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국현대사 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치겠다는 것 자체가 희한한 일이지 않는가. 그는 왜 역사교과서마저 손을 대려고 하는가. 

대권 행보 바쁜 김문수 도지사, 경기도 현대사 교과서 낸다?

6월 4일 김문수 지사는 경기북부청사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일색화되어 있으나 대한민국은 사상의 혼란과 공백이 크다”고 말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사가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때문에 “경기도 공무원 국사 교과서를 따로 써서, 곧 출간될 것”이라며 경기도 현대사 발간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상과 혼란의 공백이 크다고? 국사교과서가 그 원인이라고? 

지금 사상의 혼란과 공백이 크다면 그 원인은 단 하나다.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되돌아가려는 ‘역사멘붕집단’의 광란 때문이다. 독재를 하다가 쫓겨난 이승만을 국부로, 최악의 테러독재인 유신체제의 수장 박정희를 근대화 혁명가로 심지어 5공 신군부마저 부활시키는 작금의 수구세력의 광태야말로 사상의 혼란과 공백의 근원이다. 특히 국사와 관련해서 문제를 일으킨 주범은 누가 뭐래도 현 정권과 뉴라이트를 포함한 수구세력의 국사교과서 개악 범죄에 원인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 김문수 지사도 포함되어 있다. 

알다시피 2011년 한 해는 교과부장관과 국사편찬위원장 그리고 수구세력이 한통속이 되어 2013년도에 사용될 중고교 국사교과서를 자기네 입맛대로 개악을 시도했다.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서술”을 제기해 사실상 민주주의의 개념마저 왜곡하고,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사실과도 다른 내용을 적시하고, 그 외 친일파·독재자·재벌 등을 미화하려고 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집필이 완료된 국사교과서를 교과부장관 직권이란 걸 행사해 입맛대로 개악하는 횡포에 저항해 한국사학계와 교과서 집필자 그리고 일선 교사들, 나아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그 결과 수구의 역사관을 교과서에 실어 어린 학생들을 새로운 수구세력으로 양성하려는 역사교과서 범죄는 (미흡하지만)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김문수 지사는 이게 불만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권한이 미치는 경기도를 대상으로 미완의 국사교과서 특히 한국 현대사 교과서를 만들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 어흥!” 이것이 김문수의 이상한 교과서 편찬의 동기이다. 

유신반대 투쟁 자랑하면서 박정희 찬양하는 김문수

 ⓒ김철수 기자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과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김문수 지사의 역사관 자체도 혼란과 붕괴 일보 직전이다. 그는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박정희를 대한민국의 교과서라고 추켜세우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박정희 기념관이 너무 초라하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엉뚱한 소리를 한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는 박정희 시기의 자신의 ‘민주화 투쟁’과 이후 노동운동 경력과 감옥생활을 구구하게 늘어놓았다. 아울러 자신이 독재시대가 다시 온다면 투쟁을 하겠고 말했다. 독재자 박정희의 기념관이 초라하다고 애통해하면서 그와 같은 독재가 나오면 투쟁하겠다는 이 멘붕적 발언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더구나 이 학생강연장에서 그는 친미파에 대해서도 기이한 발언을 했다. 구한말 일본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을 미국이라 생각해 뛰어난 외교력으로 함께 일본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게 했던 것은 시대와 세계정세를 꿰뚫어보는 뛰어난 안목이었다고 원조 친미파(이승만 아니고 누구겠는가?)를 칭송한 것이다. 큰일 날 소리이다. 이승만 따위가 구한말 미국에 매달렸을 때 일본과 미국 사이에 카스라-태프트 밀약이 성립되었다.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대한제국과 만주의 기득권을 상호 보장하기로 한 것이 카스라-태프트 밀약이다. 도둑놈들끼리 서로 강탈한 장물을 서로 인정하는 희유의 도둑놈 소유권 상호인정이 이 밀약 아니던가.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탈되었을 때도 미국은 그것이 정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이게 친미파가 ‘시대와 세계정세를 꿰뚫어보는 뛰어난 안목’인가.

미국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꽃피게 했다는 궤변은 또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진 소리인가. 미국의 비호로 권력을 장악한 이승만의 독재가 자유민주주의란 말인가.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 때 민간인을 학살하는 신군부의 병력 동원을 승인한 주범이 미국 아니던가. 이건 이데올로기를 떠나 사실의 문제이다. 이런 사람이 주도해서 만드는 경기도판 한국 현대사교과서란 과연 어떤 교과서일지 소름이 끼친다.

사실 김문수 지사는 그 말썽 많은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의 시각에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본다. 즉 친일세력을 비호하고 일제 식민지 지배를 근대화로 파악하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국부로 받드는 시각에서 볼 때 대한민국 국사교과서는 도저히 맘에 들지 않는 것이다. 실제 그는 뉴라이트의 기수라 할 안병직, 이영훈 등 서울대 경제사연구자들이 포진한 이른바 낙성대연구소 멤버와도 뗄 수 없는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의 역사 인식이나 인맥을 고려하자면 경기도 현대사도 이들과 같은 맥락에서 기술될 것이 틀림없다(아니면 이들이 직접 참가하거나).

요컨대 몇 년 전 국사교과서를 자신들의 시각으로 변조하려다가 만인의 손가락질만 받았던 받던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 해프닝과 작년의 국사교과서에 대한 불충분한 개악에 대해 비감에 빠진 일군의 김문수표 뉴라이트 세력의 비원이 서린 역사범죄 재구성 작업이 바로 경기도판 한국현대사이다. 다시 말해 경기도판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이다. 그리고 김 지사는 이러한 교과서를 공무원 사회에 보급해 자신의 사적 이데올로기로 세뇌시켜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삼으려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는 각 도는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도지사 입맛대로 역사 교과서를 자체 편찬하고 고치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김철수 기자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과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고 있다.

김문수는 체제 속에서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체제는 자본주의 체제란 뜻이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권력을 쥔 집단을 그는 체제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을 옹호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집단 속에서 민주와 서민 복지를 말하고 있다. 요컨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갔다는 말이렸다. 이거 틀린 말이다. 호랑이굴에 가면 잡아먹힐 뿐이다(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겠는가). 아니면 호랑이가 되어 그 속에서 한패거리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미 호랑이 패거리가 되어버린 그가 할 일은 무엇일까. 마마보다도 무서운 호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역사 멘붕과 함께 김문수표 호환이 시작되는 작태를 우리는 보고만 있을 것인가. 

박한용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2012년 6월 20일 수요일

김문수 "사상의 혼란" 경기도 현대사 편찬 비난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19일자 기사 '김문수 "사상의 혼란" 경기도 현대사 편찬 비난'을 퍼왔습니다.
전우용 "자기비위에 안맞다고?"

▲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공무원 국사교과서를 다시 쓰겠다는 발언을 두고, 파워트위터리안 역사학자 전우용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경기북부청사에 열린 월례조회에서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일색화돼 있으나, 대한민국은 사상의 혼란과 공백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전씨(@histopian)는 19일 자신의 트위터로 "곧 '문수사상'에 입각한 경기도 공무원 국사 교과서가 나오겠네요"라면서 "자기 비위에 안 맞는다고 역사를 함부로 뜯어고치려는 걸 보니, 그가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진시황과 연산군인 게 분명합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경기도 공무원용 국사 교과서 내용을 예상해 봅니다. '위대한 김문수 도지사께서는 한 소방관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나 김문순대…. 이 말씀에 감동한 순대장수들이 너나없이 '김문순대' 집을 개점하여 지역 경제난이 단숨에 극복되었으며….'"라면서 조롱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지난 2010년 10월부터 예산은 4천600만원을 들여 '경기도 현대사 편찬 및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올해 연말 발간을 목표로 '경기도 현대사'를 편찬중이다.


이를 본 트위터리안들의 공분도 만만찮다.


그럴 거 뭐 있습니까? 도지사님 마음에 드는 대로 역사 뜯어고치고(Lee My***, ‏@thez****)


세상을 빨간색과 누런 돈 색깔, 둘로 나누어 보는 천박한 위인이 세상을 향해 역사를 논하고 사상을 논한다. 아수라장이로구나!(H.K***, ‏@hee***)


역사는 역사학자들에게 맡기세요. 정치가 개입하지 마세요(Song Y***, @sy***)


학계, 도별로 지사 취향 맞춰 교과서 쓰자는 것이냐! 역사의 정치화! 발간 뒤에는 공무원 교재용으로 사용할 예정!(★☆북파***, @bookpa***)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대선을 앞둔 김 지사가 노이즈 마케팅이 필요하다", "노이즈 마케팅의 달인 강용석이 부러운가?" 등의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일각에선 "종북이 문제라면서 종북의 '유일사상'을 따라 하는가? 권력 잡으면 대한민국 역사가 바뀌겠군"이라면서 개탄하는 여론도 있다.


한편, 최근 일부 기독교단체 등에 의해 교과서에서 진화론이 사라지게 돼 있고, 창조론만 강조되는 등 교과서가 특정집단이나 개인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수정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2012년 3월 7일 수요일

민주통합당이 잘 나간다고? 지금이 더 위기


이글은 대자보 2012-03-05일자 기사 '민주통합당이 잘 나간다고? 지금이 더 위기'를 퍼왔습니다.
[진단] 지도력 부재 등 총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대선 패배 막아

총선 공천심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0년 지방선거 공천심사의 혼란을 능가한다. 당시에는 서울시장과 경기도를 놓쳤지만, 나머지 부분의 승리로 그 과오가 묻혀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총선 결과와 직결될 것이다. 이미 민주당의 상승세는 변곡점을 지났다. 일부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가 속출할 것이다. 야권연대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자칫 재앙에 가까운 결과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총선 이후 결과가 나빠도, 대선준비를 앞세워 총선관련 과오가 묻혀버릴 수 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대선 패배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공천이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태를 이렇게 이끈 원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원인은 지도력 문제이다. 한명숙 대표의 등장과 더불어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다. 사실 한명숙 대표는 두 차레의 장관과 총리를 지낸 화려한 정치이력에 비해 이렇다할 지도력을 보여준 바 없다. 무난한 관리형 지도자였고, 선량한 이미지의 대독총리였다. MB정부의 표적 수사로 얻게된 상징성이 그를 띄웠을 뿐이다. 하지만 통합야당의 당권장악을 노린 친노와 486 등은 그의 상징성이 필요했고, 재판받은 것 이외에는 야권통합을 위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그를 대표로 옹립했다. 친노와 486의 야욕과 그의 노욕이 만난 불행한 결혼이었다. 

한명숙 대표는 결코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것이다. 야권은 오랫동안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수첩공주라 비난해 왔다. 이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정확한 상황판단을 오도하는 측면이 있다. 사실 여기에 더 가까운 사람은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다. 총리시절 그의 역할은 대독총리에 매우 충실한 것이었다. 그가 총리로서 한미FTA에 항의하는 진보진영을 향해 발표했던 서릿발같은 성명은 그의 민주화 및 인권운동 이력과 온화한 그의 평소 성품에 비추어 그의 본의라 생각하기 어렵다. 대표가 된 지금은 역시 총리시절 못지 않게 대독대표의 역할을 즐기는 듯하다.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총리시절과는 거의 정반대의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어떠한 내적 갈등의 낌새도 주지 않는다. 그 때도 대독이었듯이 어차피 지금도 대독이기 때문인가? 문제는, 대독대표로는, 관리자로는 총선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당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잘못된 길에 들어섰고, 너무 많이 왔고, 되돌갈 용기를 내기도 어려울 상태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천에 대한 불만은 항상 있었다. 돌이켜보면 17대 총선이 있던 2004년 공천에 대해 불만이 제일 적었다. 경선방식은 조금 어설펐지만, 소수의 전략공천을 제외하고 대부분 경선을 실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례대표도 선거인단을 구성해 순위결정을 위한 경선을 실시했다. 중앙당 공심위는 범법 사실과 같은 자격심사에 충실했고, 이번과 같은 인위적 컷오프는 하지 않았다. 사실 민주적 정당에서 중앙당이 공천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돌이켜 보면 중앙당의 공천권한이 커질수록, 정당의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록 공천심사에 대한 불만은 높아졌다. 김대중 총재의 지도아래서 겉으로 드러난 불만이 적어 보였던 것은 김총재 자신이 신진인사 발탁에 적극적이었고, 그의 권위로 당내 기득권세력의 양보를 종용하고 불만을 잠재웠기 때문이다. 아마도 김총재에 버금가는 대중정치인이 자리잡고 있는 새누리당의 상황이 이와 유사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김총재와 같이 범접할 수 없는 권위가 사라진 야당에서는 또다시 중앙당의 공천권을 강화한다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민주주의의 후퇴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한명숙 대표와 손잡고 당권을 장악한 친노와 486이 바로 그런 일을 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엿장수 기준에 맞춰 칼춤을 춘 것이다. 친소관계가 중요한 판단이었던 듯하다. 상호간 기득권 지키주기가 더 중요한 기준이었던 듯하다. 민주주의의 원칙은 공천편의주의 앞에 너무도 쉽게 굴복당한 듯하다. 출발부터 잘못되었다. 중앙당의 공심위는 범죄사실이나 해당행위 여부 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정해 자격심사만 담당했어야 했다. 자격을 충족하는 사람이라면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희망하는 사람 모두에게 경선참가자격을 부여했어야 했다. 경선후보가 난림하는 것이 문제라면 경선결선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짧은 총선준비기간 때문에 중앙당 공심위의 일정한 역할은 불가피했다고 치자. 어차피 공천에서 탈락한 당사자들의 불만은 불가피한 것이라 치자. 공천결과가 당원과 지지자들의 생각과 이토록 멀지 않았다면 그런 불만쯤은 무마하고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첫째, 민주통합당의 출발 자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 민주통합당은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통합이다. 당밖의 많은 시민사회세력이 동참했다. 전당대회는 문성근을 제외하면 여전히 기존 민주당 인사들의 잔치가 되었지만, 한 때 이학영이 공천심사위원장으로 거론되었다. 한명숙 대표가 임종석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당 안팎의 공심위원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민주통합당이 새로운 당으로 바뀌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둘째, 중앙당과 공심위 스스로 너무 기대를 부풀린 것도 한몫했다. 정체성을 어느 때보다 중시할 것이라 자랑했다. 정치신인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공언했다. 무엇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드릴 것이라 약속했다. 결과는 공천에서 탈락한 본인들은 물론이고 당원과 지지자들이 보기에 어느 한 가지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공심위가 여러가지 심사기준을 말했지만 공심위가 현역을 주로 단수 공천하고, 정치 신인들을 제거하는데 사용한 주요 근거는 경쟁력이라 한다. 다른 말로는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를 공천결정의 근거로 삼는 것처럼 비정치적이고 어리석은 것은 없다. 2002년에 민주당이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정했다면 노무현이 아니라 이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의 후예를 자처하는 자들이 여론조사를 공천심사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가지 더 보탠다면 총선전략도 그렇다. 지금 민주당 주변에서는 한미FTA 폐기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절대적이지 않으니 MB심판을 앞세우자는 견해와 정체성의 핵심이므로 이게 우선이라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당권파인 친노와 486은 후자가 선거를 모른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할 때도 일부 당내의 반발과 진보 진영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하던 말은 여론조사상 다수 국민이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꼭 그런가? 여론조사는 참고사항일 뿐이지 결정권을 가져서는 안된다. 여론조사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출처] 민주통합당 공천의 문제점|작성자 윤석규

호남지역 현역의원들을 심사하기 위해 도입된 다면평가제는 코미디에 가깝다. 현역의원들이 동료 현역의원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동료 현역의원들 공동의 이익을 지키는데 얼마나 충실한가 여부이다. 의료사고를 규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입증을 도와야 할 동료의사들이 동료의사에 맞서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검찰과 사법부의 비리를 전담하는 공직수사비리처가 필요한 이유는 그들의 끈끈한 동료애 때문이다. 어떤 개혁적인 의원이, 동료의원들의 시각에서 볼 때는 튀는 의원이 동료의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그에 대한 다면평가가 높을리 만무하다. 부패방지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공심위원장이 동질적 집단 내에서 부패에 대한 내부자 고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리 없건만 이처럼 어리석은 기준을 채택했다는 것이 의아하다. 달리 말하면, 너무 가혹하게 들릴리 모르지만, 이번 공심위의 심사방식에서 숙고한 흔적을 찾기란 쉽지만은 않다. 

모발일 경선은 처음부터 적지 않은 우려를 안고 있었다. 지역구별로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총선경선은 전국이 단일선거구로 치루는 전당대회와 다르다. 조직선거, 돈선거가 되는 것이 너무도 자명했고, 진작 우려가 제기되었다. 새누리당과 동시경선 및 모바일 경선 협상이 타결되었더라면 상황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협상이 깨졌을 때 방향을 선회했어야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흥행성공에 눈이 먼 지도부는 귀를 닫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그토록 소통부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 민주통합당의 지도부가 불통에 빠진 결과다. 

지금 민주통합당은 심각한 위기다. 그 원인도 자명하다. 당권파의 항변 또는 침묵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시민통합당을 통해 당에 참여한 시민운동 출신 지도력들의 침묵은 이채롭다. 나아가 절망스럽다. 문성근 혼자 최고위원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듯하나, 백만민란을 추진하던 열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를 바라는 주요 지도력들은 완벽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남윤인순, 김기식, 최민희, 이학영, 송호창, 이용선 등 제씨가 시민운동 시절에 보여주던 기개와 비판정신을 온데간데 없다. 민주통합당의 쇄신의 동력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기득권 카르텔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 참여한 시민운동 지도자들의 진정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총선도 문제지만 총선이후가 더 문제다. 지도부의 연이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이 과반의석에 성공하면, 아니 제1당만이라도 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만약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을 경우 민주통합당은 책임론을 둘러싸고 커다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미 공천결과에 대해 당내 계파간 온도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크게 보아 현 당권파와 입장을 같이하는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의 공천이 개혁공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통합당 지지자 일반과 비당권파의 공천평가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큰 싸움이 예견된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의회지배를 끝낼 절호의 기회가 점점 우리의 과로때무에 사라져가는 것에 분노를 멈출 수 없다. 아직은 필자도 그 일원인 민주통합당이 역사앞에 커다란 죄악을 범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 공천을 포함해 이미 총선준비는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를 잃었다. 총선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