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1일 월요일

검찰 ‘내곡동 사저’ 전원 무혐의… “짜맞추기·봐주기 수사”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1일자 기사 '검찰 ‘내곡동 사저’ 전원 무혐의… “짜맞추기·봐주기 수사”'를 퍼왔습니다.

ㆍ시형씨 등 7명 불기소 처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백방준 부장검사)는 구 민주당·민주노동당이 업무상 배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33) 등 7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고 10일 밝혔다.

내곡동 사저 부지(사저용 부지 462.84㎡, 경호시설용 부지 2142.29㎡)는 지난해 5월 대통령실 경호처가 시형씨와 함께 54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시형씨는 지분상으로는 20억원 가까이를 부담했어야 하는데 11억여원만 냈고 나머지는 국가가 지원해줬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검찰은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하는 대신, 감사원에 “시형씨가 실제 이득을 본 금액이 얼마인지 조사해달라”고 감사를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가 땅값을 적게 부담해 이득을 봤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또 이 대통령이 아들 시형씨 명의를 빌려 땅을 산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청와대 측 해명을 받아들여 고발된 7명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예산 편법지원과 불법 명의신탁 의혹을 받은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가 지난해 10월 터다지기 공사를 하다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검찰은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이 사건으로 고발당한 7명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검, 청와대 해명 모두 수용고발 내용 인정하면서도 시형씨 소환통보도 안 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는 “시형씨가 이득을 본 사실이 입증됐고 실제 주인과 명의자가 다른 상황에서 오간 돈의 성격을 정확히 따지지 않고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근거를 갖다대는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이시형씨 부담 줄여준 건 맞지만 처벌은 못해


대통령실 경호처가 지난해 5월 구입한 내곡동 사저 부지는 경호시설용 2142.29㎡와 사저용 462.84㎡로 나뉜다. 사저용과 경호시설용으로 나눠 각각 등기가 됐다. 전체 매입비용은 54억원이다. 시형씨는 전체 9필지 가운데 3필지 중 일부 지분에 11억2000만원의 땅값을 부담했다. 시형씨는 전체 면적의 5분의 1이 좀 안되는 지분에 대해 매입대금의 5분의 1을 조금 넘게 부담했기 때문에 외견상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등기가 돼 있는 땅의 내용을 보면 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시형씨 몫은 대지 2필지와 그린벨트 1필지로 돼 있다. 청와대 소유의 6필지는 모두 그린벨트에 밭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시형씨가 갖고 있는 땅이 훨씬 비싸다. 이 사건을 고발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를 따졌을 때 시형씨가 부담할 금액은 2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이는 인정했다. 세무신고 당시 시형씨가 6억900만원가량의 이득을 본 것으로 판단했다. 기준에 따라 시형씨의 이득 금액은 최대 8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은 “경호동 부지의 지목이 향후 대지로 바뀌어 가치가 올라갈 것을 감안해 분담비율을 결정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일리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또 김인종 경호처장이 시형씨에게 이익을 주는 대신 국가에 손해를 끼치려 한 범죄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분담비율을 정한 근거가 서류상으로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데다 관련자들이 ‘말 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이 많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 차명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명제법 위반은 아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이 시형씨 명의를 빌린 것은 맞지만 이 대통령 부부나 시형씨를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시형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돈을 빌린 뒤 세금과 이자를 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시형씨가 땅을 산 게 맞다는 얘기다. 대통령 사저라고 할 때는 이 대통령 땅이라고 봤다가, 명의를 따질 때는 시형씨 땅이라고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사저 부지를 시형씨 명의로 산 이유가 “사저 용도라는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땅값이 오르거나 땅 주인이 ‘알박기’를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청와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의혹은 남아 있다. 시형씨는 땅값 12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서울 논현동에 있는 김윤옥 여사의 토지를 담보로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6억원을 대출받았다. 검찰은 이를 ‘친구 간에도 이뤄지는 연대보증과 다를 게 없다’고 해석했다. 나머지 6억원은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연 5%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빌렸다고 한다. 시형씨는 차용증도 제출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자신이 빌린 돈으로 땅을 샀기 때문에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검찰 결론이다. 그러나 특별한 수입도 없는 시형씨가 12억원이나 되는 돈을 빌린 뒤 이자를 꼬박꼬박 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 윗선은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 피고발인으로는 김 전 처장과 시형씨 외에 이 대통령 내외,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백준 총무기획비서관, 성명불상의 재무관 등이 있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은 사람은 김 전 처장뿐이다. 부지 매입 당사자인 시형씨도 지난 8개월 동안 몇 차례 서면진술서만 냈을 뿐 소환통보도 안 했다. 검찰은 이 대통령 내외는 아예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은 “부지 매입 뒤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시형씨의 구체적인 이득 금액을 산정해달라며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했다. 수사 부실의 책임을 감사원에 떠넘긴 꼴이다.

백인성·조미덥 기자 fxman@kyunghyang.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