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일 금요일

“재벌과 타협 성공한적 있나” “국부 창출 경쟁력 인정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06-01일자 기사 '“재벌과 타협 성공한적 있나”
“국부 창출 경쟁력 인정해야”'를 퍼왔습니다.

[재벌개혁 논쟁]
재벌개혁 문제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피할 수 없는 핵심 쟁점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갈수록 심화시키고 경제의 활력마저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재벌 대타협론’이 촉발한 재벌개혁 논쟁에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새누리당의 경제통인 이혜훈 최고위원과 민주통합당의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박영선 의원을 인터뷰해 재벌개혁 문제와 관련한 양당의 기류를 살펴봤다.
박영선 의원 “재벌과 타협 성공한적 있나”

대표적 재벌개혁론자 박영선 의원

“재벌과 타협해 성공한 적이 없다. (타협하다가) 모든 게 재벌이 원하는대로 끝났다.”

국회 내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로 손꼽히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이하 선택)에서 제안한 ‘재벌과의 대타협’이 “재벌만 득을 본 채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장 교수가 재벌과 타협해야 한다고 쓴 부분에 거부감이 있다”며 “타협이란 강자한테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자는 의미의 단어”라고 말했다.

앞서 장 교수는 ‘선택’에서 대자본의 횡포를 인정하면서도 “‘대자본은 다 나쁜 놈’이라며 타협도 하지 말고 다 때려 부수자고 말하면, 정작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재벌에게 경영권 방어 장치를 허용한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대가’의 예로 복지국가 건설 및 부자 증세 협조,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 제한,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들었다.

박 의원은 장 교수의 이런 제안을 전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그는 “어쨌든 이대론 안된다, 뭔가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호소력이 있다”며 “문제의식의 출발은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국가 지향점에는 동의하지만
경영권 보장 대가로 기금 받자고?
특정세력 선심으로 풀 문제 아니다

-복지가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적 지향점이 돼야 한다는 장 교수의 주장을 어떻게 보나?

“공감한다. 하지만 ‘재벌로부터 (경영권 보장의 대가로 뭘) 받는다는 부분엔 동의하기 어렵다. 재벌로부터 일종의 복지 기금을 받기 시작하면 복지 영역마저 재벌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 복지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것이지, 어떤 특정한 세력의 선심이나 재벌의 시혜에 의해서 이뤄져선 안된다.”

-장 교수는 재벌의 소유가 아닌 소득이 재분배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지금 재벌의 소유 구조는 정상이 아니다. 순환출자로 이뤄졌다. 대주주가 5~6%의 지분을 갖고서 재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과세 강화로 접근하자는 주장도 좋다. 하지만 소유는 놔둔 채 과세로 접근하게 되면, 비상장 주식을 통한 편법 증여 등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재벌 체제의 문제점은?

“재벌에 권력이 너무 집중돼 있다. 재벌이 못하는 게 없다. 재벌 집중 현상은 어떤 규제나 제한을 가하지 않으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란 게 누구에게나 골고루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재벌이 기회를 독식하고 있다. 반대로 중소기업과 동네 빵집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기회를 잃고 있다.”

박 의원은 거대 담론보다, 법률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서 완화된 자본의 ‘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을 강화한 금융지주회사법의 개정과 순환출자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4·11총선 공약으로 이와 함께 지주회사 요건 강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 등을 내걸었다. 모두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 장치들이다. 박 의원은 “이런 게 (재벌과의) 타협이나 과세 강화보다 우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권력집중…재벌 못하는 게 없어
출자총액제한 부활 등으로 규제해야
소유구조 손 안보면 과세 효과 없어

-출자총액제나 순환출자 금지 등이 국민들에게 피부와 와닿지 않는 게 문제다.

“어려운 문제란 거 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법 중 하나다. 중소기업에 좀더 혜택 주는 식의 접근이 당장 피부와 와닿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골자(뼈대)를 이대로 놔둔다면 재벌독식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재벌개혁은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사람들은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과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총선 때 민주당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대선에선 이를 제대로 부각시켜야 한다. 새누리당이 2009년 금융지주회사법을 날치기할 때 이혜훈,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들도 반대했다. 이런 의원들과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여당 대부분은 재벌프렌들리(친재벌)다. 재벌개혁의 의지가 없다고 본다.”

그에게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재벌의 집중화는 되레 커지지 않았냐, 국민들은 민주당도 의심한다’고 물었더니, 그는 “그만큼 힘든 문제다. 벽이 높다”고 토로했다.

<문화방송>(MBC) 경제부장 출신인 박 의원은 3선 국회의원이다. 그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이 가장 불편해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4년부터 의정활동을 통해 재벌의 변칙 증여 및 상속, 금산분리 원칙 위배 등의 문제를 앞장서 다뤄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