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6일 토요일

[사설]전투기 사업, ‘짜고치는 고스톱’ 비난 면하려면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5일자 사설 '[사설]전투기 사업, ‘짜고치는 고스톱’ 비난 면하려면'을 퍼왔습니다.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인 방위사업청이 최근 일본과 이스라엘이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F35(라이트닝 Ⅱ)를 평가했다고 밝혔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일본이 시뮬레이터(모의시험장비)를 이용해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F35를 평가하긴 했으나 기종 선정 단계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원조로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는 이스라엘은 아예 평가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향후 8조3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투입될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을 벌이면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만 하다가 혼란과 비난을 자초하는 꼴이다. 

사실 한국과 미국이 F35 도입에 합의했다는 얘기는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줄곧 나온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지난 2월 미국 지역신문이 F35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의 부사장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한국이 구매에 동의했다”고 보도했으며, 한국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송영선 전 의원이 사전 내락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에 방사청이 록히드 마틴의 자료대로 일본과 이스라엘의 시뮬레이션 방식 평가를 주장한 것은 다분히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시뮬레이터 이용이 불가피한 주요 이유로 F35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미 국방부가 외국인 탑승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 모두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선 F35가 당초 개발 일정에 비해 4년이나 늦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과 록히드 마틴의 사정 때문이었다. 또 미국이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해 한국 조종사의 F35 탑승을 금하는 것은 한국 조종사, 나아가 한국에 대한 불신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의혹을 해소하려면 차기 전투기 선정과정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그리고 여유를 갖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평가 방식으로는 국민의 불신과 비난만 가중시킬 뿐이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한번 타보지도 않고 시뮬레이터에 의해 평가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끝내 미국이 F35에 대해 시뮬레이터에 의한 평가를 고집한다면 아예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아니면 도입기종 선정을 F35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차기 정부로 늦추어야 한다. 올해 10월까지 기종 선정을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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